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27 파면철퇴(罷免鐵槌)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러나 결과는 어떠하였는가? 오왕 부차는 서시에 빠져 국정(國政)은 아니 살피고 국고(國庫)를 탕진(蕩盡)하다가 결국 오나라를 망하게 하고 말지 않았는가! 서시는 오나라가 망하게 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었다.
조대감 또한 기녀 화선에 푹 빠져 지내다가 결국은 화선을 조대감에게 보낸 다른 사람도 아닌 유진사를 비롯한 지방 유지들의 상소(上疏)에 걸려 파직을 당하는 수모(受侮)를 겪었던 것이었다. 사람은 까닭 없이 좋은 것을 받아먹을 때는 그 안에 독(毒)이 들어있는가 없는가를 잘 살펴서 가려 먹을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너냐 나냐 없이 허물없이 지내면서 자신에게 항상 잘 대해주는 사람이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기에 자신의 약점 또한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이기에, 가장 두려운 존재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할 것이었다.
맛있고 좋은 것을, 땀 흘린 대가도 없이 공으로 받아먹을 때는 신중(愼重)하게 여러 번 살펴보아야 할 것이었고, 또 가장 최측근에서 절친하게 지내면서 항상 잘 대해주는 사람의 눈이 제일 날카롭고 무섭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할 것이었다.
한 지방의 입법 사법 행정을 담당하는 최고 수령(守令)으로서 청렴결백(淸廉潔白)하고 매사공정(每事公正)하게 일을 처리하여 공평무사(公平無私)하게 백성을 다스려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사사로이 기녀를 관아 안으로 끌어들여 수청(守廳)을 들며 살림을 한데다가, 화선은 사실 집에 병든 늙은 부모가 있어서 보살펴야 했던 것이었다. 그러기에 조대감과 함께 잠을 잤던 날도 새벽이면 집으로 돌아가 병든 부모를 살펴보아야 했기 때문에, 늘 잠자리를 비웠던 것이었다. 조대감이 옆자리를 매만져보면 늘 화선이 없었던 이유였다. 화선은 그런 병든 가난한 부모를 위하여 유진사가 조대감에게 건네주라고 준 선물로 가장한 뇌물류(賂物類)의 돈을 본의 아니게 가로채 유용하기도 했던 것이었다. 지방관이 사사로이 기녀를 들여와 관아에서 같이 살면서 뇌물을 받았으니 그것이 파면(罷免)의 결정적인 이유였던 것이었다.
조대감의 빈자리는 곧바로 채워졌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유진사의 장조카였다. 유진사는 조대감을 치밀한 계략을 세워 정략적(政略的)으로 밀어내고 자기 형님의 아들을 그 지방 수령으로 오도록 힘을 썼던 것이었다. 사실 유진사는 재력도 많은 데다가 중앙의 유력한 실권자들과도 내통이 잘되는 그런 사람이었다. 항상 승승장구(乘勝長驅)해 온, 무슨 일에나 자신만만한 조대감은 단 한 번도 자신의 뒤를 돌아보며 꼼꼼히 따져 생각해 볼 줄 몰랐기에 매사 그것을 간과(看過)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한 사실을 어리숙한 조대감은 파직낙향(罷職落鄕)하도록까지 몰랐던 것이었다.
조대감은 여지없이 유진사가 엄정기획한 파면철퇴(罷免鐵槌)를 단 일격(一擊)에 두들겨 맞고 불명예스럽게 쫓겨 나왔고, 화선은 그냥 말 그대로 때려죽일 년이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