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쯔양과 싸이의 절규는 언론에 대한 통첩이다!

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2024-09-03     신건호 기자
신건호 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원인이 분명한데도 그것을 소홀히 하면서 관련성이 덜한 것을 원인으로 결론짓는 것을 ‘오류’(誤謬)라고 한다. 이치에 맞지 않는 일, 논리학에서는 겉으로만 보이려는 옳지 않은 추론(推論)을 말한다. 머리카락이 빠지니까 나이 탓으로 단정 짓는 것과 같다. 유전이나 스트레스,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의 속성은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복잡한 것으로부터 빠져나오려는 본능을 가진다. 예를 들면 먹방 유튜버 ‘쯔양’은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는 ‘사이버 렉카’에 시달렸다. ‘쯔양’은 2차 피해까지 당하는 고통을 겪었으나 사람들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소홀히 여긴다. 이게 바로 ‘근본적 귀인의 오류’다. 당하는 사람도 범인도 원래는 우리와 함께 사는 이웃이고 어쩌면 자신이 될 수 있는데도 그렇다.

‘제3자 효과’라는 것도 있다. 자기만 빼고 따지는 것을 말한다. ‘음주운전은 안 된다’고 하면 옳은 지적이라고 하면서도 본인은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는, 뭐 그런 행태다. "경찰에 걸릴 리 없고 사고도 안 내고, 그래서 음주운전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음주운전 문제는 ‘내가 아닌 제3자’라고 생각해 버리는 ‘오류’가 여기에 해당한다. 어떤 현상이 발생하면 나를 기준으로 좋은 것, 나쁜 것, 아니면 우리 편에 유리한 것, 불리한 것만 생각하는 ‘오류’도 있다. ‘정말 그런가?’를 확인해야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성급히 판단하고 처음 판단에 사로잡히는 것. 이것은 ‘감정추단의 오류’다.

언론이 ‘오류’에 편승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사이버렉카’ 유튜버인 구제역과 주작 감별사의 형태를 보면 언론이 저지른 ‘오류’의 파괴력을 실감할 수 있다. 이들은 ‘쯔양’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며 협박하고 돈을 뜯었다. 심지어는 연합으로 작당하면서 괴롭힘을 서슴지 않았다. 대중에게 전달하는 정보가 ‘필터링이 있는 기존 신문과 방송’에서 개인방송(1인 방송), 이른바 ‘사이버렉카(wrecker)’ 유튜버로 번지면서 심각한 사회적 ‘오류’, ‘쯔양’과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오류’는 ‘가짜뉴스’로 이어져 혼란의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지난 6월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사망설은 계열사의 주가를 흔들었고, 사실무근이라는 공시까지 나오도록 했다. 세기의 이혼으로 불리는 SK 최태원 회장도 해임에서 구속 수사설까지 가짜뉴스가 난무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부인이 수십억짜리 슈퍼카를 샀다는 SNS 영상 역시 가짜였다. 이러니 을지연습에서 처음으로 "가짜뉴스 대응 방안"이 논의된 것 아닌가!

‘오류’의 주범은 유튜버의 경쟁이다. 견인차 운전자가 사고 차량을 먼저 차지하려고 경쟁하듯 ‘사이버렉카’들은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행동에 주저함이 없다. 조회 수가 곧 돈이기 때문이다. 렉카들의 레드오션(red ocean)이다.

사이버렉카의 주요 먹잇감으로 연예인, 정치인이 많다. 돈이 된다면 이웃도 상관없다. 사생활 침해는 물론, 근거 없는 내용을 악의적으로 과대 포장해 ‘남의 불행을 부풀려’ 불특정 다수에게 퍼뜨린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 가운데 지난해 경찰청이 집계한 명예훼손·모욕 범죄 건수가 2만9천 건이 넘는다. 10년(2014~2023) 사이에 229%가 늘었다.

한강 의대생 실종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일부 유튜버는 같이 있었던 친구를 가해자로 특정 지으며 그와 그의 가족신상까지 털었다. 만삭(36주)인 임산부 낙태과정을 공개한 막가파식 생명경시는 물론이고, 유튜버 간 살인사건 생중계까지 서슴지 않았다. 악플러의 괴롭힘을 당한 배구선수와 구독자 13만 명의 한 유튜버의 모친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런 상황이니 온라인에서 개인정보 침해를 겪은 사람의 자료를 지워주는 직업, 이른바 ‘디지털 장례업’까지 등장한 것 아닌가!

문제는 허위 날조된 이슈가 잠잠해진 뒤에도 사이버렉카 계정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디지털 장례사가 나서도 사회적 권리로서의 ‘잊힐 권리’ 침해는 계속된다는 사실이다.

EU사법재판소는 ‘잊힐 권리’ 즉 ‘잊혀 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는 "개인의 정보가 부정확, 부적절한 경우에 이의 삭제를 검색엔진에게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며 검색엔진은 일정한 요건에 부합하는 경우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우리나라도 ‘인터넷’의 삭제 불가에 따른 피해회복을 위해 ‘잊힐 권리’가 있긴 하지만 설치는 건, 제재를 깔보는 유튜버다. 그래서 온라인상 괴롭힘과 가짜뉴스는 반드시 ‘처벌한다’는 것, 이는 지켜져야 할 필수템이다.

떠도는 ‘오류’를 정확히 판단해서 전달해야 할 몫은 언론의 가치다. 그런데도 그 언론을 이끄는 일부 언론인이 ‘오류’를 일으키는 주범이 되고 있으니 그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아비판(自我批判)의 목소리를 높여 묻는다. "너의 말, 너의 글은 바른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건 뉴스라고 본다"는 가수 ‘싸이’의 절규 ‘환희’의 노랫말이 부끄럽지 않은지? 대한민국의 기자, 유튜버여! 지금, 바로 "응답하라" 통첩(通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