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34 땅 지(地)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옥동아! 이 어찌 된 일이냐?"
이부자리를 깔고 일찍 잠자리에 누워 조대감은 아들 옥동에게 궁금하던 것을 말했다.
"예! 아버님! 다름이 아니라 스승님께서 나무지게를 지고 일 년이 되는 날 저를 부르셨습니다"
옥동이 있었던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나무지게 지고 나무를 하늘을 쳐다보고 ‘하늘 천(天)’이 무엇인가를 일 년 내내 생각하라는 윤처사가 옥동을 방으로 불러 놓고 종이에 붓으로 하늘, 천자(天字)를 써놓고 말했다.
"옥동아! 하늘이 무엇이냐?"
"예! 스승님! 아직 그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옥동이 말했다.
"그래! 허허! 좋다!……그렇다면 이 글자는 무엇이냐?"
윤처사가 옥동이 보는 앞에서 붓으로 땅 지자(地字)를 써놓고 말했다.
"예! 스승님, 땅 지입니다!"
옥동이 말했다.
"그렇다면 땅은 무엇이냐?"
"흙이 쌓여 있고 그 위에 온갖 식물(植物)과 동물(動物)들이 모여 만물창생(萬物蒼生) 하는 곳이 땅이 아닙니까?"
옥동이 말했다.
"네 이놈! 그것을 누가 몰라서 묻느냐? 그것 말고 네놈이 생각하는 땅을 말하란 말이다! 내일부터는 황소를 몰고 쟁기를 지고 나가 경석이 형에게 배워 논밭을 갈거라! 그러면서 땅 지(地)가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거라!"
윤처사가 크게 호통을 치며 말했다.
"스 스승님! 그 그렇게 하겠습니다만, 하늘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옥동이 윤처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놈아! 일 년 내내 나무지게 지고 산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며 나무를 하던 놈이 너의 하늘을 찾지 못하고 진종일 집에 갇혀 사는 내게서 하늘을 찾으려 한단 말이냐! 에잇! 고얀 놈! 어서 썩 물러가라!"
윤처사가 옥동을 바라보며 버럭 화를 내며 크게 소리쳤다. 옥동은 말없이 방을 빠져나왔다.
"아버님! 그날 이후로 이렇게 아침 일찍 들로 황소를 몰고 나가 논밭 쟁기질을 하면서 땅 지자가 무엇인지 찾고 있습니다!"
옥동이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