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35 곤위지(坤爲地)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2024-09-04     남도일보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허허!……그그 그래!……"

조대감이 말을 하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윤처사는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려는 속셈일까? 조대감은 불끈 극한 울화(鬱火)가 가슴속에서 들끓어 올랐으나 겨우 눌러 참으며 말했다.

"옥동아! 그 고된 일이 참고 견딜 만은 하느냐?"

"예! 아버님, 스승님이 시키는 일이니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옥동이 말했다.

"그 그래! 장하구나! 아들아! 이 아비도 너의 스승님과 삼 년을 약속했으니 하는 대로 지켜볼 밖에는 없구나! 힘이 들더라도 스승님, 말씀 잘 듣고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조대감이 잠자리에 누워 어둠 속에서 옥동을 보고 말했다.

"예! 아버님!"

옥동이 말했다. 대답을 마친 옥동이 종일토록 논밭에서 손발에 흙 묻히며 황소를 몰아가며 쟁기질하느라 피곤(疲困)했는지 그새 잠이 들어 버렸다. 잠이 든 아들 옥동의 숨소리를 듣고 있는 조대감은 울분이 끓어올라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날 밤도 조대감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옥동은 이미 일을 나가고 없었다.

조대감은 황망(慌忙)한 마음으로 얼른 일어나 밖으로 나가 황소가 있는 외양간으로 급히 가보았다. 황소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이미 옥동은 이른 밥을 먹고 쟁기 지게를 등에 짊어지고 논밭으로 나간 후였다.

"이이 이런! 허허 흐흠!……"

조대감은 신음을 토해내며 씁쓸한 눈길을 하늘로 던졌다. 그러나 어찌 되었건 윤처사와의 삼 년 약속은 믿고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조대감은 윤처사와 사랑방에서 아침을 먹고 작별인사(作別人事)를 하고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봄이 온 들녘에서 여기저기 농부들이 부지런히 황소를 쟁기에 달고 논밭을 갈아엎고 있었다. 말 등위에서 조대감은 그 농부들을 눈여겨 살펴보는 것이었다. 도대체 땅은 무엇인가? 지금쯤 옥동은 땅 즉 지(地)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열심히 논을 갈고 있을 것 아닌가! 역경(易經) 단전(彖傳)에서 곤위지(坤爲地)를 이르기를 ‘지극하구나! 으뜸의 땅이여! 만물이 그것을 근본으로 하여 생겨나는구나! 하늘을 받들어 순하게 따르는구나! 땅의 덕은 두터워서 모든 사물을 그 위에 싣는구나! 덕이 무량하여 합치하는구나! 넓게 품어 크고 빛나서 모든 사물에 통하는구나(至哉坤元 萬物資生 乃順承天 坤厚載物 德合无疆 含弘光大 品物成亨)라고 하지 않았던가!

조대감은 아린 눈으로 자애(慈愛)로운 품 어머니의 대지(大地)를 끝없이 눈 여기는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