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데스크 시각]추석에 버려지는 반려동물 대책 시급

오승현(남도일보 사회부장)

2024-09-05     오승현 기자

 

오승현 남도일보 사회부장

추석 한가위는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로, 가족들이 모여 풍요로운 시간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기간이다. 하지만 이 따뜻한 명절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바로 명절 기간 동안 급증하는 유기동물 문제다.

추석 명절이 되면 많은 가정이 장거리 여행이나 귀향길에 오르는데, 이 과정에서 반려동물을 일시적으로 돌봐줄 사람이 없거나, 단순한 불편함 때문에 동물을 버리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반려동물은 가족의 일원이자 생명체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귀찮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도덕적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최근 3년(2021~2023년)간 광주지역 유기동물 수는 총 9천469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3천285마리(개 1천514마리·고양이 1천708마리·기타 63마리) ▲2022년 3천138마리(개 1천368마리·고양이 1천715마리·기타 55마리) ▲2023년 3천46마리(개 1천403마리·고양이 1천590마리·기타 53마리)로 집계됐다.

동물 유기는 법적으로 최대 3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023년 동물보호복지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반려동물을 양육 포기 또는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비율이 18.2%에 달했다. 주요 이유로는 ▲동물의 행동 문제 ▲예상보다 높은 지출 ▲이사·취업 등의 환경 변화 ▲동물의 질병 또는 사고 등이 꼽혔다.

명절 전후로 동물을 유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시동물보호소는 지난해 추석·설 명절 직후 일주일 사이 유기 동물 30여 마리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추석 연휴 직전이었던 지난해 9월 27일에는 고양이 3마리·개 2마리가 이동장에 담긴 채 보호소 앞에 버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호소는 수용 능력을 초과하는 동물들로 가득 차게 되고, 이로 인해 충분한 보호와 관리를 제공하기 어려워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책들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첫째로 반려동물 등록제의 철저한 시행이 필요하다. 현재 반려동물 등록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반려동물이 등록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명절 기간 동안 유기되는 동물들 중 상당수가 등록되지 않은 동물들이다. 등록제를 강화하고, 미등록 시 벌금 부과와 같은 강력한 제재를 통해 모든 반려동물이 등록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동물을 버리는 행위를 막아 유기동물의 수를 줄일 수 있다.

둘째로 명절 전후로 유기동물 예방 캠페인을 강화해야 한다. 명절이 다가오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정에 대해 유기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미리 보호소와의 협력을 통해 임시보호나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안내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동물 보호 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반려동물 유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로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의 확대가 필요하다. 명절 기간 동안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돌볼 수 없는 경우,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공 또는 민간의 돌봄 서비스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반려동물을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유기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넷째로 유기동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강화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단순히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에서 벗어나, 생명을 책임진다는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초·중·고등학교에서 동물 보호와 관련된 교육을 의무화하고, 성인 대상의 인식 개선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유기동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추석 한가위는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수많은 반려동물이 버려진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가족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 광주 지역의 유기동물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심각한 과제다. 이제는 명절의 따뜻함이 모든 생명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책임을 다해야 할 때다. 정부와 지역 사회, 그리고 개인이 함께 힘을 모아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