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40 사람인(人)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오오! 옥동아! 그그 무무 무슨 일이냐?"
조대감이 더듬거리며 겨우 말했다.
"아! 아버님 오셨습니까?"
옥동이 고개를 깊이 수그려 절을 하며 말했다.
조대감과 아들 옥동은 또 그날 밤 사랑방에서 저녁밥을 먹고 딱, 일 년 만에 한방에 누워 잠을 자게 되었다. 조대감은 자리에 누워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옆자리에 누운 옥동에게 말했다.
"옥동아! 너 상두꾼이나 입는 옷을 입고 있던데, 어찌 된 영문이냐?"
"예! 아버님, 스승님께서 황소 몰고 논밭 갈이 하고, 추수하는 철이 지나고 마늘씨, 파 씨, 심고 보리 씨 심는 겨울철이 지나고 이듬해 봄이 오자 보리논에 북을 하고 오는 저를 부르셨습니다"
옥동이 지난 일을 말하기 시작했다.
옥동을 방안으로 부른 스승 윤처사가 옥동을 바라보며 말했다
"옥동아! 지난 일 년 논밭에서 일하고 살면서 땅 지자(地字)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라 하였는데 그것이 무엇이더냐?"
"아! 예! 스승님! 땅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온갖 생명을 다 길러주고, 온갖 더러운 것까지도 탓하지 않고 죄다 품어주는 대지(大地) 어머니의 크나큰 마음이었습니다!"
옥동이 자신 있게 말했다.
"네 이놈! 누가 그것을 몰라서 묻느냐? 네놈이 생각하는 네놈만의 땅이 무엇인지 말하라는 것이었는데 그것을 벌써 잊었느냐? 도무지 아니 될 놈이로구나!……자! 이것을 보아라! 이것이 무슨 글자냐?"
어안이 벙벙한 눈으로 옥동이 윤처사를 바라보는데, 스승 윤처사가 하얀 종이에 먹물을 가득 묻힌 붓으로 사람인(人) 한 글자를 크게 써놓고 옥동에게 말했다.
"스승님! 그것은 사람 인자가 아닙니까?"
옥동이 얼른 말했다.
"그래, 그렇다! 그럼, 사람이 무엇이냐? 어디 대답을 해 보거라!"
‘사람이라? 사람이라? 도대체 사람이란 무엇인가?’ 옥동은 생각을 해보다가 쉬이 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허허! 이놈이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분명 사람이 아닌가 보구나? 내 이런 놈을 제자라고 받아들였단 말인가? 내일부터는 이 마을 저 마을 노인이든 어린아이든 사람이 죽어 초상(初喪)이 난 곳이 있다면 십 리길, 백 리길 따지지 말고 바로 달려가서 상두꾼으로 상여(喪輿)를 매어주고 흙에 시체(屍體)를 매장(埋葬)하는 무덤을 만들어 주면서 사람 인자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거라! 알겠느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