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45 맹모단기지교(孟母斷機之敎)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허허흠! 이이!……저저! 저!……"
조대감은 황급히 옥동이 뛰쳐나가는 뒷모습을 보고 놀란 눈빛으로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어찌하여 자식에게 인품과 학덕 좋은 스승에게 글공부 잘하라고 보내놓고 나중에 와서 그것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만 자식에게 집으로 돌아가자고 한단 말인가? ‘허허! 내가 지금 정신이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교육방법(敎育方法)에 대하여서는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절대로 일언반구(一言半句)도 거들지 않겠다고 하였는데 벌써 그것을 잊었단 말인가? 되려 자식은 스승의 교육방법에 대하여 잘 적응(適應)하면서 아버지의 뜻을 어겨서라도 삼년기한(三年期限)을 반드시 채우겠다고 하는데 그 교육방법이 싫으니 돌아가자고? 이것이 아비가 할 도리(道理)인가?’ 조대감은 번쩍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허허! 뭐가 거꾸로 되어도 단단히 거꾸로 된 것 아닌가? 자식이 싫대도 잘하라고 격려를 해야 하는데 아비가 보기 싫다고 자식에게 돌아가자고 화를 내다니? 제 자식 귀한 줄만 알고 어려운 일은 시키기 싫다 이 말인가? 천하디천한 남의 자식은 죽거나 말거나 나무꾼에 쟁기질 꾼에, 시체 장사지내는 일 해도 좋고 내 자식만은 아니 된다! 이 얼마나 이기적(利己的)인 발상(發想)인가? 허허! 아들 옥동이 천하고 험한 일 당장에 그만하고, 절친이며 아들의 스승과 철석같이 약속한 말을 어기고, 곧장 집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듣고는 이 아비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조대감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오싹 끼치는 것이었다.
그런 조대감의 머릿속에 맹모단기지교(孟母斷機之敎)라는 말이 불현듯 떠오르는 것이었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 맹자(孟子)를 좋은 스승 밑으로 가서 글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보냈는데, 어느 날 맹자가 집으로 돌아왔다.
"어이하여 글공부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느냐?"
맹자의 어머니는 전혀 반기는 기색도 없이 싸늘한 목소리로 맹자를 보고 말했다.
"어 어머니! 집이 그립고, 어머니가 보고 싶어 왔습니다"
맹자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맹자의 어머니는 베를 짜고 있던 베틀 앞으로 가더니 날카로운 칼을 들고는 단박에 베를 베어 끊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맹자가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어어 어머니! 왜 잘 짜고 있던 베를 단칼에 잘라버리시는 것입니까?"
"아들아! 네가 학문(學問)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온 것은, 내가 짜던 베를 이렇게 잘라버리는 것과 같으니라!"
맹자의 어머니가 단호하게 말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