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47 고뇌번민(苦惱煩悶)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아마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윤처사는 분명 옥동에게 직접경험(直接經驗) 체득(體得)하여 깨닫게 하는 살아있는 현장교육(現場敎育)을 하는 것이리라!
맹자에 이르기를, ‘하늘은 큰일을 맡기고자 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의 마음과 의지를 고통스럽게 한다. 그의 몸을 수고롭게 하고, 굶주림에 시달리게 하며, 그의 처지를 궁핍하게 하니, 하는 일마다 어긋나게 만든다. 이는 인내하는 성품으로 마음을 움직여서 그가 잘할 수 없었던 일에 보태어 주고자 하기 때문이다(故天將降大任於是人也 必先苦其心志 勞其筋骨 餓其體膚 空乏其身 行拂亂其所爲 所以動心忍性 曾益其所不能)’라고 하지 않았던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조대감은 그만 말 등 위에서 순간 또 미친놈처럼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산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소리치는 것이었다.
"으으! 하하하하하하!……그 깊은 뜻이 있었구먼! 드디어 친구 윤처사의 속마음을 환히 꿰뚫어 알았지 않은가! 으으 하하하하하하하하핫!……"
그것은 참으로 조대감이 처음으로 ‘다들 보아라!’ 하고 마음껏 만판 웃어 재끼는 통쾌(痛快)한 웃음이었던 것이었다.
긴 것 같은 인생살이가 지나고 보면 일촌광음(一寸光陰)이라더니! 세월(歲月)은 흘러 그새 옥동이 윤처사와 삼년기한(三年期限)의 글공부를 마치는 때가 되었다. 어찌 보면 참으로 긴 시간이었으나 지나놓고 보니 한순간 찰나였다. 그런데 그 찰나의 순간을 사느라고 얼마나 많은 고뇌번민(苦惱煩悶)과 한숨이 들락거렸는가! 한편으로 분노(憤怒)에 들끓어 오열(嗚咽)했다가, 또 한편으로 찰나에 깨달음을 얻고 오열(悟悅)했던가! 세상을 살면서 자식 기르고 가르치기가 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던가? 조대감은 문득 지나간 삼 년을 회상(回想)하며 고통(苦痛)스러웠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는 것이었다. 친구 윤처사를 믿었다가 실망했다가 증오했다가 또 포기했다가 웃었다가를 몇 번이나 반복했던가! 그러나 무엇보다도 윤처사를 스승으로 잘 모시고 삼 년을 꿋꿋하게 소신(所信)껏 채운 아들 옥동이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이제 윤처사 집으로 가서 옥동을 데려와야 할 것이 아닌가!
조대감은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더 풍성(豊盛)하게 음식을 마련하도록 했다. 아들 옥동이 어려운 그 기한을 잘 마쳤으니 아버지로서, 스승 윤처사를 극진히 대접하고, 성대하게 그 대미(大尾)를 치하(致賀)해 주어야 할 것이었다. 조대감은 다음날 두 마리 말을 끌고 푸짐하게 마련한 음식과 쌀가마니를 싣고 사내종을 앞세워 윤처사 집을 향해 길을 떠났다. 이제 사랑하는 아들 옥동을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으니 자꾸 마음이 커다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옥동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사람인(人)이 무엇인지 찾느라고 지금도 죽은 사람 장례(葬禮) 치르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을까? 또 그것이 못내 조대감은 몹시도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