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195] 대륙쐐기나방

애벌레, 기다란 삼각형 녹색 몸통 가운데 주황색에 흑자색 경계선 몸 앞 뒤로 긴 끈이 연결된 느낌 유충시기 9월 몸길이 10㎜ 정도 앞날개 황갈색 갈색 사선 ‘나방’

2024-09-29     남도일보

[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195] 대륙쐐기나방

찌그러진 송편 모양의 애벌레 ‘우스꽝’
 


추석 연휴가 끝나고 맞이한 지난 주말, 친구와 함께 수리산을 찾았다. 군포시와 안양시, 안산시에 걸쳐 있는 수리산은 해발 489m의 산이다. 주봉인 태을봉을 비롯해 슬기봉, 관모봉, 수암봉이 있는데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많은 시민들이 쉽게 찾는 산으로 보였다. 필자가 사는 천안에서도 전철을 이용해 아무때나 찾을 수 있는 산이라 애벌레를 보기엔 조금은 늦은 시기지만 기꺼이 나섰다.

인근에 많은 시민들이 거주해서 그런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MTB를 즐기는 마니어들도 보이고, 맨발걷기 하는시민들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 그곳에 살고 있는 식생들 살피는데 다른 곳하고 특별히 다른 것은 없었다. 우리나라 여느 산에서 볼 수 있는 수종들이다. 그래도 참나무류들이 많이 보여 어느 정도 애벌레들을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시기적으로 조금 늦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어느 산에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생강나무 잎을 말고 그 속에서 집단으로 살고 있는 녹색집명나방 애벌레들, 참나무류 잎을 붙이고 그 속에서 은밀하게 숨어 있는 반검은알락명나방 애벌레, 참나무갈고리나방 애벌레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녀석들은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한참 뒤처져 가는데 친구녀석은 빨리 안온다고 난리다. 그래도 발길을 재촉할 수는 없다.

잠시나마 친구와 보조를 맞춰가며 걷는데 희한하게 생긴 녀석이 눈에 들어온다.

딱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송편을 만들다 잘못 주물러 이상하게 생긴 모습의 무엇이 벚나무잎 위에 있다. 기다란 삼각형 녹색 몸통에 가운데 부분은 주황색 바탕이고 경계선은 흑자색이다. 몸 앞뒤로 긴 끈같이 연결되어 있는 우스꽝스런 모습이다.

보자마자 쐐기나방 애벌레라 생각은 했지만 사진으로 담아 확대해 보니 더욱 확실해진다. 친구에게 한번 보라고 하니 처음엔 믿질 않는다. ‘이게 무슨 애벌레냐’며 말이다. 약간 각도를 틀어 담아본다. 건드려 보니 살짝 움직인다.

집에 와 도감을 뒤져 보니 대륙쐐기나방 애벌레다. 처음 만나 보는 녀석이다. 조금 멀리까지 온 보람이 있는 것 같다. 유충시기는 9월이며, 길이는 10㎜ 정도다. 다 자란 대륙쐐기나방 애벌레는 잎을 약간 접어 붙이고 공 같은 번데기가 되어 이듬해 5월 우화한다.

이름도 생소한 대륙쐐기나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대륙쐐기나방을 처음 만난 것은 2018년 6월 25일, 무등산 꼬막재에서다. 앞날개는 황갈색이며 갈색 사선이 몇 개 있다. 뒷날개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역시 황갈색이다. 몸통 꼬리를 쳐들고 있는 쐐기나방 특유의 자세로 앉아 있다. 사실 저런 모습으로 숨어 있으면 도저히 찾아 내기 어렵다. 인기척을 느끼고 날아오른 것을 보고 쫓아가 앵글에 담기에 가능하다. 물론 처음부터 가만히 숨어 있는 녀석들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낮 시간대에 기대하긴 정말 어렵다. 2020년 6월 16일, 무등산 증심사 인근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운이 좋았던것인지 나뭇잎에 앉아 있는 녀석을 발견한 것이다.

2023년 6월 10일, 사무실 벽에 붙어 있는 녀석을 만났다.

애벌레는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했었는데 수리산에서 애벌레를 만나 어른벌레와 짝지어 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지난 여름은 너무 더워 주변의 산들을 거의 다닐 수 없었다. 조금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으니 애벌레는 만나기 힘들어도 주변 산을 다니며 식생을 파악해 보는 것도 내년을 위한 준비가 아닐까?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대륙쐐기나방(2023년 6월 10일, 영인면)
대륙쐐기나방 애벌레(2024년 9월 22일, 수리산)
대륙쐐기나방 (2018년 6월 25일, 꼬막재)
대륙쐐기나방(2020년 6월 16일, 증심사)
벚나무(2020년 3월 27일, 광주천)
대륙쐐기나방 애벌레(2024년 9월 22일, 수리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