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51 독서삼매(讀書三昧)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2024-10-06     남도일보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유유 윤처사! 우리 아들 옥동은 어디, 머머, 멀리로 간 것인가? 아직도 안 돌아오는 것이?........"

"아참! 그 그래! 깜박 잊고 있었네! 이리 따라오시게!"

윤처사가 저녁 밥상을 방안에 그대로 둔 채 따라오라고 하면서 사랑방 문을 나서더니 앞장서서 걸었다. 도대체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일까? 조대감은 윤처사 뒤를 따라갔다. 봄이 깊어 가는 서녘 하늘에 붉은 석양 노을이 짙게 깔리고 있는 찰나였다. 윤처사는 서당 앞으로 가더니 그 뒤에 서 있는 작은 건물 앞에 우뚝 멈춰 섰다.

닫혀 있는 나무판자로 만든 문을 밀고 들어가는 윤처사를 뒤따르며 조대감이 눈여겨 살펴보니 그곳은 이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온갖 진기한 책들을 보관해 놓은 장서각(藏書閣)이었다. 장서각 안으로 들어가는 윤처사를 따라 들어가는 조대감은 입이 딱 벌어졌다. 좌우로 온갖 고서(古書)들이 진열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하! 가히 만권서(萬卷書)라! 역시 대단하구나!’

조대감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거기 소장(所藏)된 책(冊)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장서각 안, 한쪽 귀퉁이에 한 소년이 앉아있었다. 해 질 무렵이라 주위가 어두워져서 막 등잔불을 켜놓았던 것일까? 깜박깜박 등잔불 심지가 타오르는데 소년은 사람이 들어 온 줄도 모르고 독서(讀書)에 열중(熱中)이었다.

"옥동아! 아버지 오셨느니라! 어서 일어나 예(禮)를 올리거라!"

윤처사가 소년을 보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조대감은 깜짝 놀랐다. 지금 독서삼매(讀書三昧)에 깊이 빠져 있는 소년이 바로 아들 옥동이란 말인가! 어디 먼 데로 죽은 사람 장사 지내러 가서 아직 일이 끝나지 않아 오지 않는구나고 생각했는데, 장서각 안에서 진종일 글을 읽고 있었다니? 이 무슨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인가! 조대감은 두 눈을 붉게 타오르는 화등(火燈)처럼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예! 스승님!"

책을 읽고 있던 소년이 일어나더니 조대감을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그리운 아들 옥동이었다.

"아버님 오셨습니까? 소자(小子) 문안인사(問安人事) 올리옵니다! 그간 가내평안(家內平安)하였사옵니까?"

옥동이 고개를 깊이 조아리며 조대감을 보고 말했다.

"그 그래! 그래! 너너, 오오오, 옥동아! 여여........ 여, 여기 있었구나!"

조대감은 울컥 목이 메어 쉬이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며 옥동을 한동안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