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52 인간생사(人間生死)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옥동아! 오늘은 그만 책을 덮고 일어나거라! 아버지와 함께 저녁을 먹자구나!"
윤처사가 말했다. 옥동이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일어나며 말했다.
"예! 스승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옥동이 조대감과 윤처사 뒤를 따라 나왔다.
사랑방 앞에 이르자 윤처사가 말했다.
"오늘 밤은 모처럼 두 부자가 만났으니 함께 저녁을 들고 주무시게나!"
"으응! 그 그래, 윤처사 감사하네!"
조대감이 말했다.
"스승님!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옥동이 깊이 고개를 수그려 절을 했다.
"그래그래, 옥동아! 오늘 밤은 아버님과 편히 지내거라!"
윤처사는 사랑방에서 받았던 저녁 밥상을 조대감과 옥동에게 물려주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조대감과 옥동은 오랜만에 마주 앉아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는 내내 조대감은 어찌하여 옥동이 이 집 장서각에 들어가 책을 읽고 있었는지 몹시 궁금했다. 저녁 밥상을 물리고 조대감은 옥동과 마주 앉아 궁금한 것을 말했다.
"옥동아! 어찌하여 이 집 장서각에서 책을 읽고 있었느냐?"
"예! 아버님, 그게 삼 개월 전인데, 시오리 밖 민가(民家), 집안이 가난해 물에 빠져 비관자살(悲觀自殺)한 제 나이 또래의 소년을 장사(葬事) 지내고 오는데, 문득 하늘과 땅과 사람에 대하여 깊은 의문이 일었습니다. 왜 이 하늘 아래 태어나서 땅 위에서 살다가 죽어가야 하는지? 누구는 부자 부모를 만나서 온갖 호사를 누리며 살고, 누구는 가난한 집안에서 못난 부모 밑에 태어나 못다 살고 일찍 죽어야 하는지? 여기저기 죽은 사람 장사(葬事)를 지내러 다니면서 숱한 인간사 사연들을 듣고 보고하면서 끝없는 궁금증이 일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옥동이 지나간 일을 회상(回想)하기 시작했다. 조대감은 묵묵히 아들 옥동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매일 죽은 사람 장사를 지내러 다니면서 인간생사(人間生死)에 대한 근원적(根源的)인 깊은 의문(疑問)에 사로잡혀 있던 옥동은 어느 날 문득, 스승 윤처사 서당 뒤에 수많은 서적(書籍)을 보관(保管)한 장서각(藏書閣)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 서적들을 읽고 싶은 깊은 충동(衝動)에 사로잡혔다. 스승 윤처사는 하늘이 무엇인지? 땅이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라는 의문만 던졌지, 도무지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아 답답하기 그지없었던 옥동은, 분명 저 장서각 안에 있는 성현(聖賢)들이 써서 남긴 책(冊)을 읽게 되면 그 답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確信)했던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