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54 대성일갈(大聲一喝)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윤처사가 괄괄한 목소리로 말하다가 말을 뚝 끊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옥동을 바라보면서 순간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끄덕이면서 다시 사납게 소리쳐 말했다.
"오호!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럼! 그렇지! 보아하니 이놈이 고된 나무꾼 일에, 힘든 쟁기질 일에, 천하디천한 죽은 사람 장사(葬事) 지내는 일을 해보니 아이쿠나! 이놈 세상! 이 세상 편하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용케 그것을 깨달아 알았나 보구나! 천지인(天地人)이 무엇인지 깊이 사색(思索)해 보라 내 일렀거늘, 한마디는커녕 반 마디 답도 못 하는 놈이!...... 허허! 이 이런! 몰상식한 불량한 놈! 이런! 천하에 간교하고 교활한 놈! 자나 깨나 밥 먹듯이 위민(爲民)을 들먹이면서, 그 달콤한 위민에 잘난 제 이름 덮어씌워 팔아 명리권력(名利權力) 잘도 훔쳐 반짝반짝 치부(致富)하고 있는, 여기나 저기나 우글우글 구더기처럼 득실거리는 저! 흉악(凶惡)한 사기꾼에 가짜 놈들이 되고 싶었던 게로구나! 이 천하(天下)에 사악(邪惡)한 놈! 네놈에게 글공부는 사치(奢侈)이자 허세(虛勢)이고, 너와 이 세상을 함께 죽이는 독약(毒藥)이니라! 어서! 썩 물러가라! 이노오오옴!........ "
스승 윤처사가 눈을 크게 부라려 뜨고 옥동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사납게 호통을 쳤다.
"아! 아니옵니다!....... 스스 스승님! 스승님께서 질문하신 천지인(天地人)이 무엇인지? 저 안에 있는 성현의 책을 읽고 답을 찾고 싶을 뿐입니다!"
순간 옥동이 고개를 바로 세우고 스승 윤처사를 바라보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말했다.
"네 이놈! 아무리 그 입을 가졌다고 어디서 그런 알량한 거짓을 감히 나불거리느냐? 그깟 글 읽는 얄팍한 잔재주를 익혀 어디에다 쓰려고 그러느냐? 저 흉악한 사기꾼놈들처럼 제 허물과 탐욕을 깊숙이 숨기고, 저 개도 안 물어갈 알량한 입신출세(立身出世)하여 아둔한 사람들을 잘도 속여 치부(致富)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 스승과 저 하늘을 절대로 속일 수는 없다! 매순간(每瞬間) 오욕칠정(五慾七情) 욕망에 깊이 찌들어 사는 사람의 탈을 쓰고 매시매사(每時每事) 유순중정(柔順中正)하여 순일무잡(純一無雜)한 지경(地境)에 이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줄 아느냐? 네놈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 이 스승이 차마 너에게 그 지독한 독약을 먹게 할 수는 없다! 다시는 이곳에 기웃거리지 말고, 어서! 썩 물러가라!"
스승 윤처사가 옥동을 노려보며 사납게 대성일갈(大聲一喝)했다.
"스스스 스승님! 그그 그게 절대로 아니옵니다! 다만, 이 가슴 속에 꺼지지 않고 타오르는 불 끓는 의문이 일어서 그렇사옵니다!"
옥동이 스승 윤처사에 맞서지지 않고 소리쳤다.
"허허! 그래도 이이! 이놈이!......."
스승 윤처사가 순간 건물 옆에 놓아둔 빗자루 몽둥이를 움켜잡고 치켜들더니 옥동을 향해 내리치려 사납게 달려드는 것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