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58 비판의식(批判意識)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2024-10-16     남도일보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윤처사가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천하에 윤처사가 아니었다면 어찌 저 옥동에게 그런 명약처방(名藥處方)을 할 수 있었겠는가! 지난날 옥동에게 나무꾼에, 쟁기질 꾼에, 죽은 사람 장사(葬事) 지내는 일까지 시켰을 때 실로 극한 울분에 휩싸였다네! 그것이 윤처사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 속 좁은 나의 마음이었다네!"

조대감은 진심으로 지난날을 숨김없이 말했다.

"허! 허흠! 자식 가진 사람이면 누구라도 다 그랬겠지! 어찌 조대감을 탓할 수가 있겠는가? 다만 나는 망아지를 물가로 끌고 가서 물을 먹이려 해도 제가 안 먹겠다고 버티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뿐이라네. 그리고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잘 아시겠지만, 성현(聖賢) 맹자(孟子)의 어머니께서는 아들 맹자를 가르치기 위하여 세 번 이사한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가(孟母三遷之敎)! 그러나 그 과정을 살펴보면 너무도 놀라운 일일세! 남편이 일찍 죽고 가난했던 맹자의 어머니는 처음에는 공동묘지 옆에서 살았네. 어린 아들 맹자는 매일 죽은 사람 장사(葬事) 지내는 것을 보고는, 장사지내는 놀이를 하고 노는 것이었네. 그래서 큰일 났구나! 생각한 맹자의 어머니는 시장(市場) 옆으로 이사를 했네. 시장 옆에서 살다 보니 아들 맹자는 이제 물건을 흥정하여 사고파는 장사하는 흉내를 내며 노는 것이었네. 아차! 이래서는 아니 되겠구나! 생각한 맹자의 어머니는 마침내 서당 옆으로 이사를 하지 않았던가! 조대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시겠는가?"

윤처사가 말을 멎고 조대감을 바라보았다. 조대감이 고개를 갸우뚱 쉬이 대답하지 못하고 윤처사를 바라보았다. 윤처사가 입을 열었다.

"맹자께서는 어린 시절 공동묘지(共同墓地) 옆에 살면서 죽은 사람 장사 지내는 것을 바라보면서 모든 사람은 빈부귀천(貧富貴賤)을 막론하고 종국에는 죽는다는 평등(平等)한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아 알았던 것일세. 그다음 어머니를 따라 시장 옆으로 이사해 살면서는 죽음과는 정반대로 살아있는 사람들의 생명활동(生命活動)의 치열한 행태를 지켜보았던 것일세. 사람들이 노동을 통해 생산한 물건들이 어떻게 거래되고 있는지 또 그 시장에서 은밀하게 자행되는 부조리한 모습의 생생한 현장을 낱낱이 보고 체험했던 것일세. 죽음과 삶 그것을 어린 시절 생생하게 체득한 맹자는 현명한 어머니의 덕택으로 서당(書堂) 옆으로 이사 가서 살게 되었지. 그 서당에서 날마다 글을 읽고 쓰는 모습을 보면서 바로 논리(論理)를 배운 것일세. 성현 맹자는 어린 시절 자신이 보았던 죽음과 삶의 현장을 논리적으로 엄밀히 분석해 따져보는 글 읽는 지식인 선비로서의 냉철하고 날카로운 비판의식(批判意識)을 연마하여 깊은 학문(學問)을 하게 된 것이었지. 그러기에 왕도정치(王道政治), 위민이천(爲民以天), 역성혁명(易姓革命)이라는 위대한 자신의 사상을 인류사에 활짝 열어 펼쳐 보인 것이 아니었겠는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