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데스크시각]목포대·순천대가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박형주(남도일보 지역사회부장)
‘벚꽃엔딩’이라는 대중가요가 있다. ‘여수밤바다’로 유명한 가수 장범준이 지난 2012년 발표한 곡으로 해마다 봄이 되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곡이 됐다.
이 ‘벚꽃엔딩’이라는 말이 몇 해 전부터 그다지 달갑지 않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바로 지방대학 소멸을 비유할 때다. 벚꽃엔딩이 북상하는 지역을 따라 지방대학도 소멸해간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입학자원 추계 자료를 보면 지난 2014년 국내 입학자원은 57만여 명으로 대학입학정원 55만여 명보다 많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 입학자원은 39만 8천여 명으로 입학정원 49만 3천여 명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0.7명대 출산율은 미래를 더 어둡게 한다. 현 추세대로 가면 2040년 입학자원은 현 입학정원의 절반 수준인 28만 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 계산으로 하면 현재 대학들은 각각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수도권 대학은 살아남고, 지방대학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 사라지는 모습이 마치 벚꽃처럼 남쪽부터 서서히 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우려는 진행형이다. 올해 초 종로학원이 2024학년도 대입 정시 모집에서 전국 190개 대학 4천 889개 학과의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35개 대학 163개 학과에서 정원 미달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인 34개 대학 164개 학과가 모두 비수도권이었다.
위기를 못 버티고 문을 닫는 지방대가 속출하고 있다. 2000년 4년제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문을 닫은 광주예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22개 대학이 문을 닫았다. 22개 대학 가운데 20개가 비수도권이다. 광주·전남에는 광주예대, 명신대, 한려대, 성화대 등 4곳이 포함된다.
이같은 지방대 위기는 국립대라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 목포대는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96.8%로 지난해 86.6%보다 10.2%p 올랐다고 하나 100%를 채우지 못했다. 순천대 역시 올해 98.9%로, 지난해 96.8%보다 2.1%p 상승했으나 정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1도 1국립대’ 원칙을 세우고 생존을 위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5년간 1천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 대학 30’ 을 당근 삼아 국립대 통합을 유도하고 있다. 실제로 전남도립대와 통합한 목포대는 올해 ‘글로컬 대학 30’에 선정된 반면, 광주교대와 통합하지 못한 전남대는 선정되지 못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4일 순천에서 김영록 전남지사, 송하철 목포대 총장, 이병운 순천대 총장과 함께 오찬하며 양 대학의 협조를 요청했다. 이 부총리는 ‘먼저 선도적으로 통합하는 대학들에게 더 큰 지원을 할 방침’임을 밝혔다. 또 "기존의 글로컬 대학 지원뿐만 아니라 별도의 지원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당근을 던졌다.
국립의대 유치와 별개로 지방국립대 통합은 학력인구 급감에 따라 위기에 닥친 지방대학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불가피하며, 때 마침 정부가 당근책을 제시하며 강하게 추진하는 만큼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하다. 거기에다 "정부가 요구하는 통합을 할테니 전남도민의 숙원인 의대와 병원을 달라"고 하면 정부도, 지역사회도, 대학도 모두 명분이 선다.
교육부 입장에서 전남 국립의대 설립은 시급한 사안이 아니다. 설사 전남도가 용역을 통해 한 군데를 정해 추천한다 하더라도, 나머지 추천받지 못한 지역의 원성이 불보듯 뻔한데 굳이 교육부가 그 부담을 감당하려 하겠는가?
그런데 ‘큰 틀의 통합’보도가 나오자, 목포대도 순천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손사래를 치고, 전남 동·서 지역 정치권은 물론 지역 언론들까지 나서 이를 흔들고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거대 국제행사를 유치하려면 온 나라가 힘을 모아야 한다. 유치한 뒤에 각 지역이 경기장 유치에 열을 올려도 늦지 않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전남은 경기장에 더 눈독을 들이는 형국이다. 그렇게 해서는 경기장은 물론 대회도 유치할 수 없고, 남는 것은 지역간의 갈등과 상처뿐일 것이다. 각 지역 정치권도 언론도 전략적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워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