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10화]천지인(天地人) 259 진리탐구(眞理探究)
그림 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아아! 으으음!……그 그렇군 유유 윤처사!……"
가만히 귀를 열고 윤처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조대감은 순간 답답하게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린 듯 깜짝 놀란 눈을 크게 뜨고 깊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윤처사는 맹모삼천지교에 어린 그 깊은 의미를 헤아려 보고 있었고, 옥동의 교육방법에 대하여 깊이 고민한 결과 나무꾼에 쟁기질 꾼에 죽은 사람 장사지내는 일을 시켰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무턱대고 그냥 시킨 것이 아니라 윤처사 나름으로 깊이 고민(苦悶)하고 사색(思索)한 결과(結果) 단행한 것이 아닌가! 한 아이의 전 인생의 미래가 걸린 교육에 대하여 어떻게 하면 바른 인생의 길로 잘 가르쳐 인도(引導)할까 고민하는 부모나 스승 또한, 진심으로 모든 것을 다 바쳐 총력(總力)을 기울이는 것 아니겠는가! 아마도 윤처사는 제자 옥동의 교육에 대하여 그만큼 깊은 고민을 했기 때문에, 그런 특별한 자기만의 교육방법(敎育方法)을 동원해 우주만물(宇宙萬物)과 자연(自然)과 세상(世上)과 인간(人間)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스스로 던지며, 사심 없이 진리(眞理)를 탐구(探究)하고 실천(實踐)하는 학문하는 선비의 지극한 정신이 깃든 맑고 영롱한 눈빛을 옥동에게 틔워 주었던 것이 아닌가! 어찌 그 속에 저 깃털보다도 더 가벼운 세속의 하찮은 명리(名利)와 추저분한 권부(權富)에 대한 탐욕(貪慾) 따위가 티끌만큼이라도 깃들 수 있겠는가!
"조대감! 그런 놀란 눈빛으로 나를 보지 마시게! 자네 아들 옥동이는 나무하는 기술도 익힌 데다가 쟁기질을 할 줄도 알고, 또 죽은 사람 장사(葬事)지내는 법까지 두루 익혔으니 어느 시대를 만나더라도 잘 버티며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네! 하하하하하!…… 각설(却說)하고, 이제 옥동의 일로 자네와 약조한 삼 년이 다 지나간 듯싶으니, 옥동을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시게! 대신 우리 집 장서각에 있는 저 서책들은 내게는 이제 필요한 물건이 아닐세. 모두 옥동에게 줄 것이니 그 서책들을 모두 옮겨 가시게나!"
윤처사가 말했다.
"아! 아니! 윤처사! 선대로부터 대대로 물려 내려온 보옥(寶玉) 같은 진기(珍奇)한 서책들을 다 가져가라니?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조대감이 손을 내저으며 강력만류(强力挽留)했다.
"으음! 그게 아니네! 조대감! 서책은 필요한 사람이 가져야 하네! 내 뜻이 그러하니 그리하도록 하시게나!"
윤처사가 단호하게 말했다. 조대감은 친구 윤처사의 결정을 거부(拒否)할 수 없음을 알고는 그날부터 연 사흘간이나 다섯 마리의 말 등 위에 서책들을 실어 날렸다. 드디어 스승 윤처사와 옥동이 헤어질 날이 되었다. 아침을 먹은 조대감과 옥동은 윤처사의 대문 앞에서 말을 타고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윤처사가 옥동을 지그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