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198] 붉은띠수염나방

‘뚜렷한’ 주황색 횡선…그래서 ‘붉은띠’인가 애벌레 머리 연한 살구색 연두색 몸·등쪽엔 검은 띠 신갈나무 먹이…유충 25㎜ 자연의 이치 담은 기생 삶 나방, 회색에 푸른 광택빛 전연~후연까지 ‘붉은 선’

2024-10-20     남도일보

 

옛날 나무꾼들이 숲 속에서 짚신 바닥이 헤지면 신갈나무 잎을 깔았다 하여 ‘신을 간다’, ‘신에 깐다’는 뜻으로 신갈나무. 참나무 6형제 중 신갈나무는 짧은 잎자루,잎 밑은 귀 모양을 하고 가장자리는 물결 모양의 톱니가 있는 것으로 다른 참나무와 구별할 수 있다. 산을 오르다가 고개 바람에 잠깐 땀을 식히거나 힘겹게 오른 정상 부근에서 만나는 참나무는 대체로 신갈나무다. 다른 나무들이 잘 찾지 않는 땅에서 자기들만의 동네를 이루고 산다.

2017년 7월 15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진도 접도를 찾았다.

완도, 진도 등은 내륙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녀석들이 제법 많다. 특히 완도수목원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완도수목원에서 ‘완도수목원의 나방’이라는 도감도 발행이 됐다.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나방들이 많아 자주 찾던 곳이기도 하다. 진도 접도 역시 난대림이 많아 기대를 많이 하는 곳이다. 광주전남숲해설가협회 숲기행으로도 몇 번 다녀왔고, 난대림을 관찰하기 위해 협회 회원들과 함께 하면서 그곳의 애벌레들을 열심히 찾았지만 별 성과는 없었던 것 같다.

이날도 많은 기대를 했지만 재주나방과 애벌레들이 주로 보였다. 다른 종류의 애벌레들도 간혹 보였으나 거의 다 만나 봤던 녀석들이다.

얼마쯤 가다보니 참나무류 잎 뒤에 숨어 있는 녀석이 보인다. 머리는 연한 살구색이고 몸은 연두색인 애벌레, 등쪽엔 약간 검은 띠무늬가 길게 있다. 붉은띠수염나방 애벌레다. 주로 신갈나무를 먹고 산다.

2017년 8월 1일, 무등산 규봉암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녀석은 다 자란 종령 애벌레다. 몸은 짙은 쑥색으로 변하고 결절 부분은 희끗희끗하고 3, 4배마디의 배다리는 아주 짧다. 헌데 가슴다리 위쪽에 검은게 보인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들러붙어 체액을 빨아먹고 있는 것 같다. 애벌레들의 삶도 정말 힘든가 보다.

2019년 7월 15일, 담양의 병풍산에서도 붉은띠수염나방 애벌레를 만났다. 4령 애벌레인데 탈피중이었나 보다. 꼬리부분에 탈피각이 선명하게 보인다. ‘탈피의 전 과정을 보았으면 좋았읕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9년 8월 23일, 전주의 오송제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역시 4령으로 보이는데 기생을 당했다. 몸통부분에 기생당한 흔적이 선명하게 보인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언젠가 지리산 뱀사골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기생벌 한 마리가 애벌레에 접근하여 젭싸게 알을 낳고 날아가는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영상으로 담았으면 좋았을텐데 접근하면 날아가 버릴 것 같아 눈으로만 담았었다.

붉은띠수염나방 애벌레는 7~8월 활동하며, 유충길이는 25㎜ 정도다. 다 자란 애벌레는 잎 사이에 엉성한 고치를 만들고 번데기가 되어 12일이면 우화한다. 붉은띠수염나방은 어떻게 생겼을까?

2018년 6월 4일, 무등산 원효계곡에서 붉은띠수염나방을 만났다. 앞날개는 짙은 회색 바탕에 개체에 따라 푸른 금속성 광택이 돈다. 2개인 주황색 횡선이 전연에서 후연까지 거듭된다. 후하게 쳐준다 해도 띠로 보이지 않고 그냥 붉은 선으로 보이는데 왜 국명은 붉은띠수염나방인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암튼 붉은줄,선, 띠 기억하기 좋은 것으로 머릿속에 담아 두면 좋을 듯 하다. 2024년 7월 4일, 아산 영인면 사무실에서 녀석을 또 만났다. 날개의 선이 약간 붉은띠로도 느껴진다. 나만의 방식으로 기억해 두기로 하자.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붉은띠수염나방(2024년 7월 4일, 영인면)
붉은띠수염나방(2018년 6월 4일, 원효계곡)
붉은띠수염나방 애벌레(2017년 7월 12일, 접도)
붉은띠수염나방 애벌레(2017년 8월 1일, 규봉암)
붉은띠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7월 15일, 병풍산)
붉은띠수염나방 애벌레(2019년 8월 23일, 오송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