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유럽에 부는 한국주거문화 바람④ 상젤리제 거리에 정원 조성··· 자연과 조화 추구

160년전 파리개조계획 녹지 조성원칙 세워 인종전시 반성하며 동물 친화 놀이공원으로 다문화 존중· 한류는 열풍, 김치 ‘맛있어’ 마스터셰프들 한국식품 요리재료로 ‘최고’

2024-10-27     서정현 기자

[기획취재] 유럽에 부는 한국주거문화 바람
1. 프롤로그
2. "세계 금메달 작품, 광주호 생태공원에 전시"
3. 파리의 한국정원…아름다움 ‘보여주기’
4.  ‘프랑스명인셰프협회’ 파트너 된 ‘미식가’ 플랫폼
5. ‘한국 르네상스 프로젝트’ 승인에서 무산까지
6. "라면 말고 간장 레시피 : 진정성이 통한다" 파리 현장 메시지
7. "착시의 안경을 벗어요" : 기후위기 인류 미래의 창

상젤리제 거리

파리의 ‘서울정원’이 있는 볼로뉴 숲의 아클리마타시옹 공원 잔디광장에서는 프랑스한인회가 주최하는 한가위축제가 열린다. 매년 추석 무렵 3일 동안 2만5천여명이 참여하고 풍물놀이, k-pop경연, 한복 경연, 대동놀이 등 한국문화 향연을 펼친다. 공원의 농장 구역에서는 일본 나가노현 기소계곡에서 150년된 일본식 가옥을 옮겨 놓은 공간에서 벚꽃놀이 ‘하나미’를 비롯한 축제들이 자주 열린다고 한다. 일본은 100여년 전부터 박람회 등 기회마다 일본문화를 알리면서 프랑스 등 유럽인에게 동양문화는 일본식이라는 선입견을 심고 세계시장 공략의 주춧돌을 삼았다. 한류세계화 100년대계를 꿈꾸는 한인들도 있다. 파리의 서울정원에서 한가위축제를 여는 것처럼, 프랑스 파리는 자신들의 문화적 영향력을 세계 곳곳에 미치고 있다. 한식 등 한국문화에 대한 파리 현지인의 반응을 찾아가 본다.
◇ 서울정원이 있는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은?
아클리마타시옹 정원은 나폴레옹3세의 명을 받은 오스만 남작의 ‘파리개조계획’에 의해 1860년 조성된 황실정원으로 출발했다. 산업혁명기 당시 파리는 이촌향도한 사람들로 인해 ㎢당 10만명의 인구밀도에 달해, 오물·악취·전염병의 공포가 도시를 뒤덮었다. 1852년부터 17년간 오스만의 개조사업은 ‘녹지공원 조성 원칙’을 성공시킨 착한 개발로 기록됐다. 한때는 아프리카 등 프랑스식민지에서 동물을 가져다 전시한 동물원으로 인기 높았고, 인간동물원이 유행할 때는 인종전시까지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했던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프랑스는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루이비통재단이 투자해 미술관을 세우고 명예 회복에 나서고 있다. 서울정원을 벗어났을 때 칠면조도 공원 길을 거닐고 있었다. 알파카, 당나귀, 토끼 등 수백마리 동물과 친근하게 지낼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좋은 접근성으로 놀이공원을 보강하고 동물친화적 교육농장 등 가족이 자연을 즐기며 힐링 할 수 있는 도심공원으로 거듭나게 바꿨다. 공원측은 서울정원과 같은 공간의 의미를 살려 최근 인기 높은 한국문화를 비롯한 각국 문화행사를 유치함으로써 파리를 대표하는 도심공원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 상젤리제는 전통과 현대 조화 추구
공원 하늘을 날아 도는 놀이기구를 보노라니 파리의 햇볕은 눈을 찌른다. 우리 하늘엔 가을 햇살이 비추는데, 파리에선 땡볕이다. 해양성기후 습도와 먼지가 빛의 산란을 만들어 눈부신 느낌을 주는데 선글라스나 가로수 그늘이 간절할 때가 있다. 가로수로 유명한 상젤리제 거리를 4천억원 들여 1.9km 구간을 정원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유럽 등 세계도시들의 모델이 됐던 역사를 가졌고,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다. 건물과 건물 사이 길 폭의 2/3가 인도와 가로수가 배치된 보행공간이 편안함을 준다. 리모델링 공사 중인 건물 조차도 초대형 루이비통가방 디자인으로 멋진 미관을 유지하고 소음과 먼지, 추락 위험을 감싸고 있었다. 고층건물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160년 전에 건축된 5층 건물 높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전통을 존중하며 첨단 현대와의 조화를 지향하는 그들의 삶의 태도는 어디서 비롯됐을지 궁금했다.
프랑스는 유럽대평원의 중앙에 육각형을 하고 북해·영국해협·지중해 연안, 알프스산맥을 국경으로 유럽연합을 이끌고 있다. 문화예술과 소프트파워, 국가브랜드 최강의 관광대국이다. 식민주의 시대엔 대영제국과 경쟁했으며 프랑스혁명과 민주주의의 발상지였다. 식민지 독립을 지원하고 난민 이민자를 받아들여 다문화 사회통합을 꾀하면서 문화적 영향력을 세계에 떨치고 있다. 한류에 관해서는 프랑스 젊은이들이 BTS 등 k-pop에 빠져 들었다. 코로나팬더믹으로 온가족이 k-드라마 매니아가 됐다. 프랑스에서 한류의 인기는 이제 남녀노소 누구나 애호가가 되고 있다고 현지인들은 전한다.

난생처음 김치 맛보는 프랑스 여성

◇ 미슐렝 스타 셰프들, 한국식품 찾는다
대학가 한국음식점은 프랑스인으로 가득차 있었다. 번화가에 위치한 한국식품 플랫폼의 오프라인 전시관을 찾아 한국문화, 특히 한국음식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한 프랑스 여성은 전시관에서 난생 처음 김치를 맛보고 "아주 맵지도 않고 적당히 매워서 맛있었다"면서 한화 18만원 상당의 김치를 구매했다. 전시관에는 한국발효식품의 우수성을 내세우며 담양 기순도간장, 고흥 유자청, 완도 돌김 등 명장이 만든 깊은 맛의 식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현대과학에 의해 탁월하다고 검증된 옹기가 보성미력에서 전통방식 그대로 제작 수송돼 인기상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남의 농수산식품이 6할을 초과한다. 온-오프라인 병행판매 중인데, 르봉마르쉐백화점 등 20개소 식품코너에 입점판매 중이다. 장담그기를 비롯한 한식요리법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각지의 요리학교에 보급하고, 유네스코본부 등에서 발효식품기획전을 하며 한국최고식품을 소개했다. 프랑스 국회인 하원에 납품하며 콩플리멩트 등 TV 특집방송과 메인뉴스에 수차례 출연 소개했다. 식품산업 최고 미식 식품을 선정하는 "Prix epicures 2021"에서 한국브랜드 플랫폼 ‘미식가’가 동상을 받았다. 한국발효식품 컨퍼런스에서는 스텝 공개모집에 700여명의 프랑스 청년들이 몰렸다. 최근 컨퍼런스에선 판매 카드체크기가 3일동안 풀가동 됐을 정도로 식품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미식가’플랫폼은 미슐랭 스타들로 조직된 단체 프랑스마스터셰프협회 공식파트너가 됐다. 이정근 프랑스 RIZ ET CO사 대표는 "이미 프랑스인들이 우리 한국문화를 선호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할 때"라며 프랑스에 꽃 핀 한국음식 열풍을 전하면서 좀더 긴 안목으로 세밀히 대비할 것을 요청했다. 자연이 준 발효식품 김치에서 한국문화의 자연친화적 특성을 프랑스인이 이해한 건 아닐런지 궁금하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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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7대학 앞 도로. 도로다이어트로 차도는 날씬하고 보도는 차도의 두배이상 된다.
미식가플랫폼 오프라인전시관
미식가플랫폼 전시관 내부
미식가플랫폼 전시 발효음식
미식가플랫폼에 전시된 김치들
보성미력옹기. 중요무형문화재 제96호 이학수 옹기장이 전남 보성에서 만든 옹기이며, 파리에서 김치와 함께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미식가 플랫폼에 전시된 기순도명인의 간장·된장·고추장
이정근 미식가플렛폼 프랑스 RIZ ET CO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