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유럽에 부는 한국주거문화 바람⑤ 무산될지언정 ‘꺾이지 않아’…유럽의 한국정원프로젝트
드골·에드워드8세 머문 '빌라윈저' 자르댕자르댕은 한국정원 가치 인정 룩상부르공원 한국정원 ‘무산됐다’ ‘직지’ 증명처럼 유럽 ‘k-정원’ 계속된다
[기획취재] 유럽에 부는 한국주거문화 바람
1. 프롤로그
2. "세계 금메달 작품, 광주호 생태공원에 전시"
3. 파리의 한국정원…아름다움 ‘보여주기’
4. 권위 있는 ‘프랑스명인셰프협회’ 초청된 ‘미식가’ 플랫폼
5. ‘한국 르네상스 프로젝트’ 승인에서 무산까지
6. "라면 말고 간장 레시피 : 진정성이 통한다" 파리 현장 메시지
7. "착시의 안경을 벗어요" : 기후위기 인류 미래의 창
"앞으로 우리 프랑스가 외세의 지배를 또다시 받게 될지언정 민족을 배반하는 인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프랑스를 나치에서 해방시키고 국가 재건을 주도한 드골 대통령이 나치협력자 청산을 끝내고 한 명언이다. 재판에 회부된 5만7천여명 중 6천700여명이 사형선고, 2천802명이 유기징역을 받았으나 비교적 적은 782명이 사형집행됐다. 드골의 관저였던 빌라윈저를 방문해 보니 사형집행을 결정할 때마다 집무실을 벗어나 창밖으로 정원이 보이는 곳에 앉아 고뇌했었다는 공간이 있었다. 반역의 죄는 미워도, 우짖는 새소리와 싱그러운 바람소리가 참혹한 집행을 줄였을 것으로 생각을 하니 방문한 공간에 경외감을 갖게 한다. 바로 그곳에 한국정원을 세우고자 하는 아스로커스협회와 자르댕자르댕 관계자를 만나 파리에 한국정원 조성이 갖는 의미와 사연을 들어본다.
◇ ‘자르댕자르댕’ 개최하는 빌라윈저는?
센강과 가까운 볼로뉴 숲 서북쪽 한켠에는 프랑스·영국·미국 간 우정의 역사를 간직한 저택 ‘빌라윈저’가 있다. 서울정원과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저택 입구에서 보존과 관리를 위탁받은 망사르재단 담당자와 가든쇼 자르댕자르댕2025를 추진하는 위원들이 환대했다. 처음으로 건물내부 문턱을 넘는 일반인이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홀과 14개 방를 가진 3층 건물로 포도밭이 있는 3천평 정원의 호화주택이다. 1944년 해방 후 귀국한 드골 임시정부 주석의 관저였고 국왕직분을 내려놓고 미국인 윌리스 심슨 부인과 결혼한 에드워드8세가 사망할 때까지 살았던 저택이다. 주석 당시 드골 대통령의 집무실과 가족사진에서 나찌에 저항한 레지스탕트, 좌우파와 5공화국 대통령제, 알제리 전쟁과 민족자결 국민투표, 미소 중립 외교와 유럽공동체 속 프랑스 경제부흥, 68운동과 쿨한 사임 등 발자취를 남긴 주인공의 서사시가 떠올랐다. 그가 프랑스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는 법안을 이곳에서 서명했다고 한다.
1936년 당시 캐나다, 호주, 아프리카에 이르는 패권국 영국 국왕과 인도제국 황제를 겸했던 에드워드8세는 즉위 10개월만에 권좌를 사임했다. 성공회 수장으로서 재혼 금지 계율, 유부녀·미국인이라는 반대여론을 등지고, 사랑을 택한 로맨스국왕이다. 윈저공작이 된 그는 심슨 부인과 53년부터 20여년 여생을 빌라윈저에서 보냈고, 위독한 그를 영국 엘리자베스여왕과 찰스 왕세자(현재 국왕)는 72년 병문안 했다. 저택 주인장 스토리의 파편처럼 사진 한 두 컷만이 해설을 입증하고 있다. 빌라윈저는국경 없는 우정의 역사공간으로 유서가 깊은 저택이다.
◇ ‘한국정원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전통있는 공간에서 21세기 담론을 이끌려는 사람들이 있다. 플라워쇼 자르댕자르댕2025 집행위원들과 아스로커스협회 회장단이 그들이다. 드골의 사색공간 창밖엔 지중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특별히 센강 강물을 땅 속 깊은 곳으로 끌어들여 지열로 냉난방을 해결하는 자연친화적 시설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공사가 끝나면 그 위에 한국정원을 조성하려고 한다. 위원들은 특별한 정원, 전시업체, 식물 시장 등 정원 생활 예술의 최신 트랜드와 혁신을 발견하고, "자연 도시"를 생각하며 창조할 목적으로 20년간 자르댕자르댕 쇼를 추진하고 있다.
자르뎅자르뎅 설립자 올리비에씨는 개인정원, 호텔, 공공정원에 공유공간 설치하기, ‘식물벽’과 ‘투수성 포장’ 등을 유행시킨 대표적 정원전문가다. 그가 조성한 깨부랑리박물관 식물벽은 담장안의 식물에게 볕을 주도록 투명유리로 둘러 담장 시야를 텄다. 에펠탑 앞에서도 테러 방지 유리벽 안에 식재된 식물을 도로에서 볼 수 있었다. 투수성 포장은 콘크리트로 뒤덮인 바닥을 오솔길처럼 깨뜨려 돌과 흙으로 채움으로써 빗물이 스며들어 지하수를 공급하는 물순환 회복 작업이다. 홍수 예방과 생태 복원을 지향하는 친환경 정원설계가 유럽에서 인기다.
한국정원은 생태적 순환 그 자체다. 그는 박정욱 아스로커스협회장의 계획이 식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전통한국정원으로 뜻깊고, 자르댕자르댕의 방향과 부합한다고 극찬했다. 박회장은 전통정자와 백제금동향로를 모티브로 자연의 섭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정원을 구성해 한국정원의 가치를 유럽에 알리는 기점으로 삼고자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남프랑스에 한옥체험마을을 조성하는 장기플랜도 준비하고 있다.
◇ 뤽상부르공원 한국정원 승인과 무산
프랑스상원은 뤽상부르공원에 있다. 3년전 박정욱 아스로커스협회장은 프랑스상원에 2026년 한불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를 케이가든협회와 함께 제안했다. 명칭은 ‘한국 르네상스 : 풍경에서 몸으로, 과거, 현재, 미래의 한국정원’(한국 르네상스) 전시회다. 2025년 파리부터 매년 6개월씩 3개년간 한국, 미국을 순회 전시해 한국전통과 생태적 생활문화를 담은 정원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고조선, 신라, 고려, 조선, 현대 총 5개의 정자를 설치하는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정원의 모습을 재현한다는 구상이다. 프랑스상원은 이 구상을 흥미롭게 여기고 상원이 관리하는 뤽상부르공원에 한국정원 조성을 호스트하기로 결정했다. 실행을 위해 케이가든협회는 한국을 오갔으며 언론에 보도 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프랑스상원 관계자는 상원의장의 공식서한에 대한 한국대사관의 "공식답변은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 야심찬 프로젝트에 관해 "뤽상부르 공원에서 하려던 한국정원 프로젝트는 명확히 무산됐다."고 확인해줬다. 안타까운 마음에 만약 상황이 바뀌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어떤 단체가 충분히 발전된 프로젝트를 제출하면 다시 심사할 수 있다. 빨라도 28년 개최 프로젝트를 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무산됐지만, 박정욱 회장과 아스로코스협회는 빌라윈저, 남프랑스 한옥마을 등 한국주거문화의 유럽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 보존된 직지심체요절이 세상에 나올 때가 떠오른다. 금속활자 ‘직지’가 구텐베르그 활자보다 78년 앞선 세계최고 (最古)라는 사실이 인증되기까지 박병선박사의 힘겨운 고증 연구가 있었던 것처럼 박정욱 회장의 노력이 새지평을 여는 밑거름이 되리라 기대한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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