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201] 니도베가지나방

니도베? 숨은 속뜻이 정말 궁금한 이름 단풍·신갈·물푸레나무 등 먹이 회색·황색형 애벌레로 구분 애벌레, 노란 머리 검은 숨구멍 노숙유충은 잎위에 몸을 말아 나방, 앞날개 연한 노란색 바탕 내횡선 안쪽 외형선 바깥 자갈색

2024-11-10     남도일보

 

엊그제 연재를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200회가 넘었다.

우리나라에 알려진 나방만 해도 4천여 종이 넘는데 아직 알려지지 않는 종까지 합하면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금껏 보이지 않던 종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워낙 많다보니 이름도 비슷비슷해 기억하기가 너무도 힘이 든다. 좀더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국명을 붙일 수 없을까 아쉬움도 많지만 나름의 기준으로 명명했으리라 체념할 수밖에 없다.

나방도 그렇지만 애벌레도 역시 비슷한 녀석들이 많다.

어떤 녀석들은 잎벌류 애벌레와 너무 닮은 것도 있다. 위험을 느끼면 몸을 둥그렇게 마는데 그 모습이 정말 잎벌류 애벌레 같아 보인다. 나방만해도 벅찬데 잎벌류 애벌레가 보이면 별로 반갑지 않다. 잎벌류는 거의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더 어렵다.

오래전부터 허운홍 선생께서 잎벌류 애벌레에 관심을 가져 보라며 강력 추천(?)한 적이 많다. 주변에 잎벌류도 많이 보이고 성과도 내기 쉬우니 꼭 한번 도전해 보시라는 권유였다.

2015년 6월 13일, 지리산 백무동 계곡에서 분백가루를 몸에 덥고 주름이 잔뜩 있는 애벌레가 눈에 들어온다. 살짝 건드리니 둥그렇게 몸을 만다. 분명 나방 애벌레인데 잎벌류 애벌레와 구분이 어렵다. 니도베가지나방 애벌레다.

니도베?

무슨 뜻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인지 아님 지명인지 정말 특이한 이름의 나방이다. 단풍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귀룽나무 등 여러 나무를 먹고 사는 니도베가지나방 애벌레는 회색형과 황색형이 있다.

2019년 5월 5일, 무등산 용추계곡 제2수원지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회색형 애벌레다. 어린 유충은 잎을 싸고 숨어 있으나 녀석은 거의 자란 종령으로 보인다. 크고 노란 머리와 검은색 숨구멍이 있어 쉽게 눈에 띈다. 노숙유충은 잎위에 몸을 말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24년 4월 30일, 천안의 광덕산에서도 녀석을 만났다.

으름덩굴 줄기에 붙어 있는 녀석이다. 회색형 애벌레가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노란색의 머리와 검은 점의 숨구멍이 선명하게 보인다. 4~5월에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녀석이다.

2015년 5월 5일, 용추폭포 가는 길, 제2수원지에서 니도베가지나방 애벌레를 만났는데 황색형 애벌레다. 몸집에 비해 다소 크게 보이는 노란색 머리와 숨구멍의 검은 점도 잘 보인다. 회색형 애벌레만 많이 만났는데 황색형 애벌레는 꽤 오래전에 만났었다. 노숙유충들은 잎 위에 몸을 말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기생당하는 녀석들이 많은 것 같다. 몸을 잘 숨기고 있다 해서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천적의 눈에 띄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충길이는 35㎜정도며 다 자란 애벌레는 흙속에 들어가 번데기가 되어 가을에 우화한다.

흔하게 관찰되는 애벌레라서 진즉 소개했을텐데 어른벌레를 지금껏 만나지 못해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니도베가지나방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났다.

한동안 끊었던 골프를 지난 3월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주로 연습장을 다닌다. 밤시간 보다는 낮에 다니는데 지난 11월 5일은 저녁에 가게 되었다. 지정된 타석에서 준비운동을 하는데 살짝 떨어진 곳에 눈에 익은 나방이 보인다. 다행히 앞뒤 타석에 운동하는 사람이 없어 휴대폰으로 녀석을 담을 수 있었다.

앞날개는 연한 누런색 바탕이며, 내횡선 안쪽과 외횡선 바깥쪽은 자갈색을 띠고, 큰 연갈색 무늬와 횡맥 점무늬가 선명하게 보인다. 아마도 환한 불빛을 보고 날아든 것 같다. 이렇게 녀석을 만나 애벌레와 어른벌레를 짝지어 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아직도 짝지워 주지 못한 많은 녀석들, 항상 마음만 바쁘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니도베가지나방 애벌레(2015년 6월 13일, 백무동)
니도베가지나방(2024년 11월 5일, 탕정)
니도베가지나방 애벌레(2024년 4월 30일, 광덕산)
니도베가지나방애벌레(2019년5월 5일, 제2수원지)
니도베가지나방애벌레(2015년 5월 5일, 제2수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