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204]목화명나방

농업해충으로 미움 받지만 같이 살아갔으면… 연두색 몸통에 검은 머리 애벌레 잎을 말거나 여러장 붙여 살아가 유충시기 6~10월·길이 26~36㎜ 아욱등 식물 공격하는 해로운 벌레 나방, 황백색 앞날개에 그물무늬 내횡·외횡선 사이 동그라미 3개

2024-12-02     남도일보

 

사람들은 곤충을 생각할 때 인간에게 이로우면 익충, 피해를 주면 해충으로 분류한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당연한것이지만 곤충입장에서는 가차 없는 박멸의 대상이 돼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징그럽다고 밟혀 죽임을 당하고, 대발생하는 경우는 항공방제로 익충, 해충을 가리지 않고 몰살을 시켜 버리니 자연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져 버리고 만다. 생태계안에서 천적에게 당하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광범위하게 대량 살포된 살충제에 의한 박멸은 모든 곤충에게는 치명적이다. 소중한 곡식을 지키려는 농부들과 생존을 위해 먹어 치우는 곤충들의 치열한 전쟁(?)은 우리가 사는 지구를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 더불어 같이 살아가는 그런 세상은 없을까?

2017년 8월 3일, 허운홍 선생과 함께 나주산림자원연구소를 찾았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수종들을 볼 수 있고그것을 먹이로 살아가는 애벌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자주 찾는 곳이다. 광주에서 가까운 곳이라 시민들이 편안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숲해설가, 자연환경해설사, 숲치유사, 유아숲지도사 등이 상주하며 도움을 주니 더욱 좋다. 대부분 다 아는 분들이라 애벌레 사진을 담아 보내주며 물어 보기도 한다. 구석 구석 천천히 다니며 애벌레들을 찾아본다. 줄구름무늬가지나방, 푸른빛집명나방, 흰점쐐기나방, 왕담배나방 애벌레 등 많은 녀석들이 보인다.

무궁화 나뭇잎이 말려 있는게 보인다. 조심스럽게 열어보니 연두색 몸통에 머리는 검은 애벌레가 보인다. 아주 어린 녀석도 함께 있다. 또 다른 잎을 열어보니 탈피한지 얼마되지 않은 녀석도 보인다. 옆에 탈피각이 선명하게 있다. 목화명나방 애벌레다. 녀석들은 잎을 가로로 말거나, 실로 잎을 여러 장 붙이고 살며, 똥도 그 속에 붙인다. 여기 저기 말린 잎이 많이 보인다. 연중 여러 차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 목화명나방 애벌레는 중요한 농업 해충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많은 식물을 공격한다. 특히 아욱과 식물에 많다. 먹이식물은 무궁화, 목화, 아욱, 찰피나무, 수까치깨등 여러 식물이다. 유충시기는 6~10월이며 길이는 26~36㎜정도다. 또 다른 말려진 잎에서 주황색의 번데기를 만나는 행운도 얻었다. 마지막 탈피각이 선명하게 보인다. 우화시기는 7~10월, 이듬해 5월인데 녀석은 가을쯤 우화할 것으로 보인다. 늦게 보이는 녀석들은 붙인 잎 속에서 유충으로 겨울을 나고 봄에 번데기가 되었다가 우화한다.

2021년 7월 13일, 병풍산 임도에서 목화명나방 애벌레를 다시 만났다. 잘 말린 잎 속에 똥과 함께 있다. 잘 먹었는지 많이도 싸 놓았다. 잘 자라서 무사히 멋진 나방으로 우화하기를 빌어본다.

2014년 8월 10일, 함양 오도재에서 목화명나방을 만났다.

앞날개는 황백색 바탕이며 각 횡선과 날개맥이 그물무늬를 이루고 있다. 내횡선과 외횡선 사이에 동그란 무늬가 3개 보인다. 곱다는 느낌이 드는 녀석이다. 2018년 9월 6일, 함평자연생태공원에서도 녀석을 만날 수 있었다. 여기 저기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녀석인데 중요한 농업해충으로 지목되어 박멸의 대상이 된 녀석이다.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애벌레들의 전략도 다양하다. 식물이나 나무줄기 속에서 안전하게 살기도, 또 과육 속에서 과육을 먹으며 살기도 한다. 온몸을 털로 무장하기도, 은신처를 만들기도 하지만 녀석들이 살 수 있는 공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키려는 인간과 먹고 살려는 곤충들의 치열한 전쟁(?)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목화명나방(2018년 9월 6일, 함평 자연생태공원)
목화명나방(2014년 8월 10일, 오도재)
목화명나방 애벌레(2021년 7월 13일, 병풍산 임도)
목화명나방 번데기(2017년 8월 3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목화명나방 애벌레(2017년 8월 3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
목화명나방 애벌레(2017년 8월 3일, 나주산림자원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