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이정학의 ‘신비한 자연속으로’][207]목화바둑명나방

온 몸에 검은띠 두르고 꽃 위에 사뿐히 내려앉은~ 날개 둘레 검은색 ‘눈에 확 띄어’ 꼬리엔 노랑털 무성하게 나 있어 흡밀 모습 목격…꿀이 주식인 듯 중령 유충 머리 미색·몸은 녹색 종령, 배 윗면 양쪽에 ‘흰색 줄’

2024-12-22     남도일보

나방 애벌레나 어른벌레들은 본능적으로 천적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장을 한다. 그러나 실제 자연에서 녀석들을 만나다 보면 너무 화려해서 눈에 확 띄는 녀석들도 많다. 무섭게 보이기 위해 뱁눈모양의 무늬가 있는 녀석들도 있고, 아주 단순하고 칙칙한 무늬를 가진 녀석 등 나름의 방법으로 진화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밤에 불을 밝히고 나방을 관찰할 때는 불빛을 보고 찾아온 녀석들만 보이지만 낮에 만나는 녀석들은 가만히 쉬고 있거나, 인기척에 놀라 날아올라 다른 곳에 앉는 녀석들을 쫓아가며 앵글에 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화려한 외모를 뽐내는 녀석들이 아닌 경우, 앉은 위치를 모르면 거의 발견하기 힘들다. 특히 나뭇잎 뒷면에 앉는 녀석들은 더더욱 담아내기가 어렵다. 한손으로 조심스럽게 잎을 들고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김없이 날아가 버린다. 낚시꾼들에게 놓친 고기가 가장 아깝 듯 필자에겐 담아내지 못한 녀석들이 가장 아깝다. 어떤 녀석인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2020년 9월 9일, 광주천 하류쪽인 치평동에서 앞뒤 날개 둘레가 검은띠로 둘러 있고 꼬리에는 노랑 털이 무성하게 있는 녀석을 만났다. 대표적인 생태교란식물인 가시박꽃에 더듬이를 들이대고 있다. 아마도 흡밀하고 있는 모양이다. 은백색 날개를 검은띠가 둘러싸고 있어 눈에 확 들어온다. 풀명나방과(Crambidae) 들명나방아과(Pyraustinae)에 속하는 목화바둑명나방(Diaphania indica)이다. 풀명나방과(Crambidae) 나방은 우리나라에서는 목화바둑명나방을 비롯해 244종 이상이 알려진 큰 무리로 어른벌레는 낮이나 해 질 무렵에 활동하는 종도 있으나 대부분 밤에 활동한다.

9월 20일, 광주천 임동에서도 녀석을 만날 수 있었다. 역시 꽃에 앉아 길게 더듬이를 뻗어 흡밀하고 있다. 치평동에서 만났던 녀석도 흡밀하고 있었는데 녀석 또한 꽃에 앉아 꿀을 먹고 있다. 아마도 주식이 꿀인 모양이다. 나비만 꿀을 찾아 이리 저리 날아 다니는 것이 아니고 나방도 일부 종은 부지런히 꿀을 찾아 부지런히 날갯짓을 한다. 맛있는 꿀에 취했는지 연신 셔터를 눌러도 꿈쩍하지 않는다. 이런 녀석들이 제일 고맙다. 조심스럽게 접근해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저만치 날아가 버리는 녀석들은 정말 밉상이다.

2024년 9월 26일, 아산 영인면의 사무실 창문틀에 웬 스텔스 전투기(?) 한 대가 버티고 있다. 은백색 동체를 검은띠가 감싸고 있는 것 같다. 금방이라도 이륙하려는 듯 꼬리에서는 불을 뿜으며 말이다. 목화바둑명나방이다. 꼬리의 털이 무성한 것을 보니 수컷이다. 광주에서도 이곳 아산에서도 9월에 관찰된다. 녀석들의 한 살이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호박잎을 먹이 식물로 살아가는 애벌레는 어떻게 생겼을까?

농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호박덩굴이지만 유충이 활동하는 시기를 못 맞춰서 그런지 필자의 눈에는 애벌레가 보이질 않는다. 중령 유충 머리는 미색이고 몸은 녹색인데 호박잎 뒷면에서 잎 한쪽 면만 먹고 산다. 종령 유충 머리는 연두색이며, 몸은 녹색이고 배 윗면 양쪽에 흰색 줄이 있다. 잎을 실로 접어 붙이고 잎 전체를 먹는다.

다 자란 애벌레는 잎을 붙이고 번데기가 되어 2주가 지나면 우화한다. 호박잎을 먹고 있는 애벌레 사진은 허운홍 선생께서 제공해 주셨다. 많은 도움을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목화바둑명나방 애벌레는 박과 식물과 아욱과 식물의 해충으로 알려져 있는데 유충시기는 10월이다. 내년에는 꼭 찾아서 눈맞춤 해보고 싶은 녀석이다.

글·사진/이정학 숲 해설가

 

목화바둑명나방(2020년 9월 9일, 치평동)
목화바둑명나방(2020년 9월 20일, 임동)
목화바둑명나방(2024년 9월 26일, 영인면)
목화바둑명나방 애벌레(2018년 11월 1일)
목화바둑명나방 애벌레(2018년 1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