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에 밀린 사회 초년생들의 설움[남도일보 데스크 시각]

고광민(남도일보 경제부장)

2025-02-06     고광민 기자

 

고광민 남도일보 경제부장

청년실업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고용시장서 신입직원보다 업무 경험이 있는 경력직 선호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사회초년생들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등 청년층 실업문제가 좀 처럼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BoK 이슈노트: 경력직 채용 증가와 청년 고용’ 보고서에 따르면 경력직 비중은 지난 2009년 17.3%에서 2021년 37.6%까지 증가했다. 또, 20대와 30대간 상용직 고용률 격차(17%p) 가운데 7%p는 경력직 채용 확대로 나타났다. 채용시 ‘직무관련 업무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 비중도 지난 2023년 58.4%에서 2024년 74.6%로 급등했다.

보고서 자료만 놓고 보면 대학을 막 졸업한 청년층들의 일자리를 경력직 인력 등이 상당수 채운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 확대 때문에 사회초년생들 취업 기회가 제한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직무경험이 전무한 사회초년생들은 부득dl 경제활동을 잠시 접는 불행(?)이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취업 경험 없는 무경력자들은 경력직 채용이 늘수록 신규채용시장 규모는 줄어들 수 밖에 없어 고용시장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기업들이 지독한 경기불황으로 신입사원 채용보다 당장 업무에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면서 사회초년생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경력직 위주 채용 확대는 근로자들의 평생직장 개념이 갈수록 약화되고, 기업들 역시 상당수가 피고용자들에게 고도화된 능력을 요구함에 따라 발생된 현상으로 보인다. 특히, 예전에 비해 청년층 직장인들은 평생직장 개념을 추구치 않고, 이직에 거부감이 덜하다. 따라서, 기업들은 신입직원들에게 들이는 교육과 훈련 비용 등의 지출보다는 경력직 채용을 통해 관련비용을 절감하고 기대효과를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신입직원들의 일자리 축소로 이어 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청년층 비경력직 수요가 감소하면서 사회초년생들 취업기간은 평균 2년 줄고, 생애 총 소득은 13% 급락한 결과를 초래했다. 실제, 보고서 분석결과 노동시장에 갓 진입한 사회초년생이 30년 동안 경제활동에 참여한다고 가정하면, 생애 총 취업기간은 평균 21.7년에서 19.7년으로 줄고, 총 소득은 3억9천만원에서 3억4천만원으로 13.4% 낮게 조사돼 5천만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무엇보다, 사회초년생인 청년들의 취업 기회가 갈수록 제약되는 상황이 지속되면 구직을 포기하는 사례로 이어져 고용률은 더욱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 결과에서도 비경력자 구직 노력이 30% 낮아지면 20대 청년들의 고용률이 현재보다 5.4%p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미래 주역 청년층들이 일자리 등 고용시장서 설 자릴 잃고 방황하는 모습은 결단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청년들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하면 한 나라의 성장 동력원이 멈추게 되고, 국가경쟁력도 끝없이 추락하게 된다. 갈수록 심화되고 고착화 되는 청년 취업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혁신과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시대 흐름에 따라 빠른 기술 변화에 기업과 고용시장이 속도감 있게 바뀌는 건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이에 걸맞게 청년 일자리 정책 역시 발빠르게 맞춰 가야 한다. 때문에, 청년층이 현재 노동시장 변화에 적응하고 이를 경력 개발 기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각적 지원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청년들에게 건전한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고, 일하기 좋고 기업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청년들에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관련 기술교육과 인턴십 프로그램 확대 등 풍부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조건이다. 기업들에겐 신입채용을 늘릴 유인책 등을 충분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등 복지 격차를 줄이는 일도 반드시 필요조건이다. 청년들이 꿈과 희망 등 잠재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 그 책무를 간절히 다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