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이왕 사는 거, 골골백세보단 건강백세

최병용(전라남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원장·더불어민주당·여수5)

2025-04-03     남도일보

 

최병용 전라남도의회 보건복지환경위원장

사람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나이가 들면 몸 여기저기가 아픈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필자도 50대에 접어들며 눈이 침침해지고 무릎이 시큰거리는 걸 느꼈다. 하지만 "아직 젊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병원을 멀리했다. 그러나 60대가 되자 통증이 심해졌고 과격한 운동이나 무리가 따르는 일들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병원을 찾았고 의사는 건강한 노후를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는 또 다른 순간이 있다. 친구들의 부고 소식을 들을 때다. 활발히 활동하던 친구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친구를 보낼 때의 슬픔은 말로 다할 수 없었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나이 듦에 따라 나타나는 건강 문제를 실감하게 했다. 동시에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현실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4년에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섰으며 특히 전라남도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약 27%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2050년에는 도민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처럼 노인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노후 빈곤과 사회적 고립, 돌봄 사각지대 같은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의료비 부담과 노인부양비 증가는 건강보험 및 복지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진료비는 48조9천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4.1%에 차지했다. 2025년에는 그 비율이 50.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연평균 진료비도 535만원으로 전체 인구 평균 206만원의 2.6배에 이른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건강보험 재정 적자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노인의 건강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 증가는 젊은 세대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세대 간 갈등을 초래하고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인 건강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통합 돌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첫째, 노인의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경로당을 중심으로 건강체조나 실버요가 등과 같은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또한 가장 안전한 유산소 운동인 ‘건강 걷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

둘째, 노인들의 신체 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사회 기반의 노인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노인들이 다양한 사회적 교류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노쇠를 예방해야 한다.

셋째, 노인의 풍부한 경험을 살리고 사회적 참여를 촉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멘토 역할을 하거나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일상 속에서 꾸준한 신체 활동이 중요하다. 필자도 정치를 시작한 후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며 활동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주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체력도 좋아지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신체 활동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삶의 활력을 주는 요소임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행복한 노후를 위한 노력은 개인만의 몫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2~3일 앓고 떠난다)"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가 건강한 백세 시대를 맞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노인이 건강해야 청년들도 행복하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우리 사회가 함께 힘을 모을 때 누구나 활기차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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