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딱 3가지 불친절한 ‘광주’
광주광역시는 빛나는 도시다. 이 도시는 일제 강점기 한말 의병, 광주학생독립운동, 4·19혁명, 5·18까지 역사정의를 실천해 왔다. 빛고을 광주는 그래서 여느 도시와 같지 않다.
하지만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끼리는 모를 수 있는, 좀더 친절했으면 하는 그런 것들을 만났을 경우다.
지난 5월27일 아침 출근길 시내버스 7번. 전남대 후문을 지나 광주역으로 향했다. 갑자기 버스가 급정거했다가, 좌우로 요동을 쳤다. "운전 참 뭣같이 하네" 승객 한 두분이 불평을 터뜨렸다. 그러기를 2~3분 계속됐다. 버스와 1톤 트럭이 지하철 공사장 좁은 1~2차선 도로에서 추월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 버스가 멈췄다. 운전기사가 내렸다. 한 5분 동안 트럭 운전사와 말다툼을 했다. 다시 출발하려니 했지만, 그대로 멈춰 버렸다.
"기사 양반~, 출근시간에 뭐하는 거예요. 그만하고 빨리 가요. 지각하겠어요" 버스 기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 사이 뒷차 7번 버스가 왔다. "저 차 타세요" 기사분은 이런 저런 설명도 없었다. 미안하다는 한마디는 사치였을까. 출근에 쫓긴 승객들은 두마디 불평도 못하고 우르르 달려 갔다.
지난 6일 광주 충장사. 의병장 충장공 김덕령 장군을 모시는 사당이다. 김덕령은 광주의 상징인물이다. 광주의 대표 거리 충장로의 주인공이다.
사당 안은 입구부터 온갖 여름 잡풀이 무성했다. 처음에는 무슨 꽃을 심어 놓은 줄 알았다. 아예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듯 했다. 외지인과 왔더라면 얼굴이 화끈거렸을 법 하다. 이렇게 풀이 무성하게 방치한단 말인가.
충장사 입구 문화관광해설사에게 말을 건넸다. "왜 사당에 잡초가 무성해요" "저희에게 말씀 하지 마세요. 공무원들이 관리해요" 말이 날카로웠다.
그저 이랬으면 어땠을까. "미안합니다. 여름철이라 조금 관리가 늦어서 그렇네요. 오는 21일에 풀베기한다고 합니다. 잘 관리하도록 말씀드릴게요" 너무 큰 기대일까. 사당의 무성한 풀, 해설사의 무성의 말이 광주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난 16일, 광주역 광장. 광주의 관문이고 얼굴이다. 5·18 주요 사적이기도 하다. 지난 2000년대 초 광주역 광장의 콘크리트 주차장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소나무를 심었다. 튼실하고 아름드리로 자라 도심의 작은 쉼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근데, 매일 같이 광주역 소나무에 온갖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한 두 개가 아니다. 정치인, 정당, 아파트 분양 등 갖가지다.
어느 도시가 역 광장 숲공간에 플래카드로 도배 한단 말인가. 부산광역시 서면 로터리, 대구 중구 청라언덕이나 계산성당 주변에서 무더기로 내건 프래카드를 본 적이 없다. 광주역 숲에 플래카드 내건 정치인은 절대 안찍을테다.
광주가 그렇다고 죄다 불친절한 건 아니다. 100 가지 중에서 겨우 3개만 상냥하지 않을 따름이다. 시민의 발, 광주의 상징, 광주의 얼굴이기에 불편했다.
반 뼘만 더 친절했으면….
글·사진 / 이건상 기자 lg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