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가기간 전력망 신속 구축, 광주·전남 미래의 경쟁력
한상원(광주상공회의소 회장)
광주·전남은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 전환의 중심축이다. 빛가람 에너지밸리,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해상풍력단지 등 다양한 에너지 기반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으며 첨단산업과 국가 전략산업의 기반 조성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 비전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에너지 고속도로’라 불리는 국가기간 전력망의 조속한 구축이다.
국가기간 전력망은 원자력, 화력, 수력, 신재생 등 전국에서 생산된 전력을 주요 수요지에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초고압 송전 인프라다. 이 인프라가 부족하면 아무리 많은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산업 현장과 지역사회에 전기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산업단지에서는 전력망 용량 부족으로 인해 전기 공급이 지연되면서 신규 공장 입주나 데이터센터 유치가 차질을 빚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전력망 병목 현상은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지역 산업 생태계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분야의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전력망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3년 기준 국내에서 운영 중인 150개 데이터센터의 계약전력 용량은 1.9GW로, 이는 1GW급 원자력 발전소 두 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9년까지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현재의 약 5배인 732곳으로 늘고, 이로 인한 전력 수요는 49.4GW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2022년 12월 당시 기록한 국내 최대 전력 수요량(94.5GW)의 절반을 넘는 수준으로, 단일 산업군의 전력 소비가 국가 전체 수요의 절반에 육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첨단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산업인 만큼 생산된 전력을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전력망 확충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전력망 확충은 산업계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반에도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준다. 예컨대 앞으로 전남 신안 해상풍력단지에서 단계적으로 생산될 8.2GW 규모의 전력은 지역 수요만으로는 소화하기 어렵다. 초과 전력이 국가기간 전력망을 통해 전국 주요 소비지로 원활히 공급되어야 해상풍력의 경제성이 확보되고, ‘바람연금’으로 불리는 주민 수익 공유 모델도 실현될 수 있다.
전남 영광·해남 등지에서 추진 중인 영농형 태양광, 이른바 ‘햇빛연금’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단지에서 발생하는 잉여 전력이 국가기간 전력망과 연계되어 전국적으로 판매되어야만 농가와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소득 증대 효과를 줄 수 있다.
최근 광주상공회의소와 광주·전남 지자체는 제21대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명칭으로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을 공식 건의한 바 있다. 이는 전남에서 생산되는 청정에너지를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의 시급성을 강조한 것이다.
국가기간 전력망의 적기 구축은 단순한 인프라 확장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에게는 일자리 창출의 희망을, 광주·전남에는 새로운 산업 유치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무엇보다 전력망이 제때 구축되기 위해서는 입지 선정과 인허가 등 건설 여건 전반에 대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과 함께 정책에 대한 지역민의 이해와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공감과 참여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광주·전남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중심을 넘어 미래 산업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힘차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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