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대통령 한 달… 왜 연천, 울산, 소록도, 광주 등 지방 4곳만 꼭집어 방문?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선, G7 외교 등 숨가쁜 일정 속에서도 울산, 광주 등 지역 4곳을 직접 방문했다. 방문지 마다 토론과 현장 방문으로 3~4시간을 훌쩍 넘겼다. 정치인은 동선으로 말한다. 특히 대통령의 동선은 그야말로 정책, 메시지를 넘어 통치권력의 속내, 의지, 비전까지 담는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동안 왜 연천, 울산, 소록도, 광주를 방문했을까, 공간적으로 보면 국토 북단 접경지와 남단 작은섬, 동서의 영·호남을 아우른다.
# 연천 : 남북평화 구축과 기본소득
지난달 13일 연천군청과 청산면을 찾았다. 경기도 연천군은 대표적인 전방지역이다. 군청 좌담회에서 남북 평화 구축 메시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정책브랜드인 ‘기본 소득’ 운영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경기도는 농촌인구 유입, 주민 삶의 질 향상, 농촌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농촌지역 주민 모두에게 1인당 월 15만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농촌기본소득 사업을 청산면에서 시범 실시 중이다. 2022년 4월에 시작, 내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이 대통령은 음식점과 상점을 둘러보며 주민들에게 지역화폐를 통해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실제로 매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는지, 지역화폐 결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물었다. 기본소득 사업이 시행된 청산면은 4.4%가량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 울산 : 새정부 1호 공약 "AI 3대 강국"
지난달 20일 SK그룹의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AI 기업인과 간담회도 열었다. 이날 울산 도심에는 이 대통령을 환영하는 각종 플래카드가 홍수를 이뤘다.
이 대통령의 울산 방문은 제1호 공약인 AI 3대 강국 실현의 첫 출발이었다. 울산에서 대통령은 민간 투자 100조원 시대, ‘AI 고속도로’ 구축,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이상 확보 등을 약속했다.
AI 고속도로는 GPU 6만장이 투입되는 울산 AI 데이터센터가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 AI데이터 센터는 현재 2천184장 수준.
이 대통령은 이날 야당 단체장인 김두겸 울산 시장과 농담을 주고 받는 등 화기애애한 소통력을 보이기도 했다. 김 시장이 "속도감을 낼 수 있도록 예산을 좀 주시면"이라고 하자 "하는 것 봐서"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김 시장이 "잘하겠다"고 답해 웃음 바다가 됐다.
김 시장이 이어서 국비 등 구체적인 현안사업 지원을 요청하자 "뽕을 뽑으려고 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잘하신다"고 칭찬을 숨기지 않았다.
# 소록도 : 약자와 동행, 국정 철학 담아
이 대통령 내외는 6월 25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찾았다. 소록도는 섬 전체가 한센인 치료 공간이자 거주 시설이다.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한센인들을 위로했다.
대선 당시 김혜경 여사는 이곳을 방문한 뒤 다시 꼭 찾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킨 셈이다. 소록도 방문을 통해 이재명 정부는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와 동행한다는 명확한 국정 철학을 보였다는 평가를 들었다.
# 광주 : 군공항 이전? 또는 "정치적 감사"
이 대통령의 광주 방문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울산은 AI 3대 강국 이라는 새정부 제1호 공약의 현장이었다. 반면에 광주 방문 이슈는 군 공항 이전과 지역민 의견 청취였다.
취임 22일째로, 아직 장차관 인선도 못한 새정부 입장에서 광주 군공항 문제가 그리 화급한 국정 현안 이었을까. 이 대통령은 호남 안방인 광주에서 뭔가 ‘감사’를 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무적 속마음도 읽혀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군공항 이전에 대해 ▲대통령실 주관의 정부 사업으로 격상 ▲정부 차원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광주시의 부담을 줄여 준 자그마한(?) 선물이었다.
이 대통령은 더 나아가 "광주 전남이 먹고 살려면 뭘 지원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답답하게도 광주·전남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듯 보였다. 시장, 지사에게 후폭풍이 일었다. "뭔가 큰 것을 주고 싶다는데, 이것을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인터넷 댓글이다
전북자치도는 이 대통령을 학수고대한다. 2036년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 새만금 사업 등 촌각을 다투는 현안이 많아서다. 근데, 광주·전남의 사례를 참고 삼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난리다. 어쩌다 광주전남이 실패 교본이 됐는지….
전국 광역 지자체 17곳, 기초 지자체 226곳이다. 대통령이 전국 243곳 중에서 딱 꼬집어 우리 지역을 찾는다면 큰 행운이다. 다만 정교하게 준비된 지역에게만 행운이다.
/이건상 기자 lg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