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대통령 한 달… 왜 연천, 울산, 소록도, 광주 등 지방 4곳만 꼭집어 방문?

2025-07-03     이건상 기자

취임 한 달을 맞은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선, G7 외교 등 숨가쁜 일정 속에서도 울산, 광주 등 지역 4곳을 직접 방문했다. 방문지 마다 토론과 현장 방문으로 3~4시간을 훌쩍 넘겼다. 정치인은 동선으로 말한다. 특히 대통령의 동선은 그야말로 정책, 메시지를 넘어 통치권력의 속내, 의지, 비전까지 담는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동안 왜 연천, 울산, 소록도, 광주를 방문했을까, 공간적으로 보면 국토 북단 접경지와 남단 작은섬, 동서의 영·호남을 아우른다.

기본소득이 시행 중인 연천을 방문한 이 대통령. 연합뉴스

# 연천 : 남북평화 구축과 기본소득

지난달 13일 연천군청과 청산면을 찾았다. 경기도 연천군은 대표적인 전방지역이다. 군청 좌담회에서 남북 평화 구축 메시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정책브랜드인 ‘기본 소득’ 운영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경기도는 농촌인구 유입, 주민 삶의 질 향상, 농촌경제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농촌지역 주민 모두에게 1인당 월 15만원씩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농촌기본소득 사업을 청산면에서 시범 실시 중이다. 2022년 4월에 시작, 내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이 대통령은 음식점과 상점을 둘러보며 주민들에게 지역화폐를 통해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실제로 매출을 늘리는 효과가 있는지, 지역화폐 결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물었다. 기본소득 사업이 시행된 청산면은 4.4%가량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한다.

울산 데이터센터 출범식. 연합뉴스

# 울산 : 새정부 1호 공약 "AI 3대 강국"

지난달 20일 SK그룹의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AI 기업인과 간담회도 열었다. 이날 울산 도심에는 이 대통령을 환영하는 각종 플래카드가 홍수를 이뤘다.

이 대통령의 울산 방문은 제1호 공약인 AI 3대 강국 실현의 첫 출발이었다. 울산에서 대통령은 민간 투자 100조원 시대, ‘AI 고속도로’ 구축,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이상 확보 등을 약속했다.

AI 고속도로는 GPU 6만장이 투입되는 울산 AI 데이터센터가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 AI데이터 센터는 현재 2천184장 수준.

이 대통령은 이날 야당 단체장인 김두겸 울산 시장과 농담을 주고 받는 등 화기애애한 소통력을 보이기도 했다.  김 시장이 "속도감을 낼 수 있도록 예산을 좀 주시면"이라고 하자 "하는 것 봐서"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김 시장이 "잘하겠다"고 답해 웃음 바다가 됐다. 

김 시장이 이어서 국비 등 구체적인 현안사업 지원을 요청하자 "뽕을 뽑으려고 한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잘하신다"고 칭찬을 숨기지 않았다.

소록도 한센인 할머니를 위로하는 이 대통령 내외. 연합뉴스

# 소록도 : 약자와 동행, 국정 철학 담아

이 대통령 내외는 6월 25일 전남 고흥군 소록도를 찾았다. 소록도는 섬 전체가 한센인 치료 공간이자 거주 시설이다. 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하고, 한센인들을 위로했다.

대선 당시 김혜경 여사는 이곳을 방문한 뒤 다시 꼭 찾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약속을 지킨 셈이다. 소록도 방문을 통해 이재명 정부는 소외받는 사회적 약자와 동행한다는 명확한 국정 철학을 보였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광주를 방문, 타운홀 미팅을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광주 : 군공항 이전? 또는 "정치적 감사"

이 대통령의 광주 방문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울산은 AI 3대 강국 이라는 새정부 제1호 공약의 현장이었다. 반면에 광주 방문 이슈는 군 공항 이전과 지역민 의견 청취였다.

취임 22일째로, 아직 장차관 인선도 못한 새정부 입장에서 광주 군공항 문제가 그리 화급한 국정 현안 이었을까. 이 대통령은 호남 안방인 광주에서 뭔가 ‘감사’를 표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무적 속마음도 읽혀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군공항 이전에 대해 ▲대통령실 주관의 정부 사업으로 격상 ▲정부 차원의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광주시의 부담을 줄여 준 자그마한(?) 선물이었다.

이 대통령은 더 나아가 "광주 전남이 먹고 살려면 뭘 지원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답답하게도 광주·전남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듯 보였다. 시장, 지사에게 후폭풍이 일었다. "뭔가 큰 것을 주고 싶다는데, 이것을 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인터넷 댓글이다

전북자치도는 이 대통령을 학수고대한다.  2036년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 새만금 사업 등 촌각을 다투는 현안이 많아서다. 근데, 광주·전남의 사례를 참고 삼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난리다. 어쩌다 광주전남이 실패 교본이 됐는지….

전국 광역 지자체 17곳, 기초 지자체 226곳이다. 대통령이 전국 243곳 중에서 딱 꼬집어 우리 지역을 찾는다면 큰 행운이다.  다만 정교하게 준비된 지역에게만 행운이다. 

/이건상 기자 lg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