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건호의 서치라이트]"응답하라" 속옷 시위는 ‘생떼 투신’ 나라 망신 맞다

신건호(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2025-08-05     신건호 기자
신건호 남도일보 전남 동부권 총괄취재본부장

"죽느냐 사느냐에 직면했다" 삼성 이재용 회장이 벼랑에서 한 말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며 경영진에게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투신’할 것을 당부했다.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 안중근 의사와 고흥(高興)이 본관인 유관순 열사의 순국, 계엄군에 맞선 젊은이들의 국회 저지까지 절체절명(絕體絕命)의 위기에서 목숨 바친 ‘투신(投身)’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가치와 행동이 불일치’한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의 투신을 목격하고 있다. 처지(處地)를 색깔로 드러낸 광주의 소비쿠폰이 그 하나다. 한부모, 기초수급자라는 것을 연두와 남색으로 표시한 공공의 마인드! 이는 ‘도움을 주고도 뺨 맞아야 할’ 행정이다.

국무총리 후보가 못마땅하다며 국회에 똬리를 튼 나경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김밥 먹으며 에어컨 틀어 달라며 ‘캠핑 시위’에 나선 투쟁, 그 어디에도 농성의 가치인 간절함이나 투신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절박함이 없는 상황에서 투신은 ‘다이어트를 한다면서 디저트를 먹는 것’과 같은 인지부조화가 맞다.

윤석열 전 대통령 감방에 에어컨을 설치해 달라는 주문도 그렇다. 에어컨 타령을 하려면 ‘무더위를 부채로 견뎌내는 서민’들에게 선풍기라도 선물한 뒤, 투덜대야 밉상이 덜하지 않겠나! 특검 조사를 피하기 위해 속옷 시위에 나선 ‘생떼 투신’은 어떤가? 나라 망신은 말할 것도 없고 치매를 의심할 정도로 한심한 작태다. 이는 태도와 행동이 모순된 불평등한 상태, 인지부조화가 분명하다. 건의(建議)나 투신은 개인이 아니라 모두를 위할 때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그리고 투신에 진정성은 자기희생에서 나온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가수 김창완은 "결혼은 투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25살에 결혼한 그는 ‘부부싸움’을 묻는 질문에 "엄청한다. 왜 투신이라고 했겠냐. 결혼은 몸과 영혼을 던지는 것"이라며 "나를 위해 사는 것도 아름답지만 누군가를 위해서 한평생 사는 것, 그걸 체험한다는 건 우주를 체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럼, 김창완 씨가 말한 우주적 삶은 뭘까! "지구에 붙박인 속 좁은 인간을 벗어나 ‘자신이 처해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고 희생하며 사는 것"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우주로부터의 귀환’에서 "지구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는 일본 작가 다카시의 말처럼 김창완 씨도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의 존엄,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다. 광활한 우주에 작은 점 하나인 지구, 거기에 기생하는 우리 인간은 ‘자신의 존귀함과 동시에 미약함’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트럼프 같은 인간은 물론, 부(富)와 권력을 가진 상당수는 상생(相生)은커녕, 약자에 대한 차별을 일삼고, 그걸 수치(羞恥)로 여기지 않으며 영원히 살 것처럼 욕심을 부린다. 이번 폭우에서 보듯 ‘인간을 우주적 시각에서 보면’ 나약하기 짝이 없는데도 그렇다.

상생의 가치 설파는 대립과 분열, 선동과 거짓된 행동에 후원하지 말라는 당부다. 후원받은 자(者)의 오염 전파는 야만의 표상이 돼 다음 세대에 남기는 부끄러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조국 광복을 위해 죽음을 각오한 ‘독립운동가의 투신’이 존경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까?’를 쓴 박연숙 교수는 "평화로운 죽음은 손 놓고 기다린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삶을 사랑할 때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누구나 짧은 삶 속에서 각자의 짐을 지고 자기 몫을 살아가는, 말하자면 바른 삶을 위해 투신하는 사람에게서 ‘연민과 존경의 마음’이 우러나고, 거기서 ‘삶을 지탱하는 힘’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광복 80년! 뜨거운 공기 속을 파고드는 선풍기 바람처럼 민족의 저력이 꿈틀대는 달이다. 1천억 은하에서 생명체를 가진 우리와 같은 인간이 단 하나도 없기에, 그래서 지친 이웃에게 희망을 주는 삶, 남을 배려하는 투신의 삶을 위해 잠시 선열들의 발자취를 되새기는, 그러면서 "어떤 삶을 살다가 지구를 떠날 것인지" 스스로에 묻고 답하는 8월이었으면 한다.

다행히 우리는 김구 선생이 ‘나의 소원’에서 강조한 ‘문화의 힘’에서 행복의 도파민을 얻고 있다. "문화는 개인과 남에게 행복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세계 문화발전에 기여한다"는 백범의 마음이 K-팝 청년들의 마음으로 이어져 세계인에게 행복을 선물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와 방탄소년단(BTS), 지드래곤, 블랙핑크와 같은 한류를 일으킨 사람들, 이들은 백범의 정신을 이어 음악에 ‘투신’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다.

지도자의 투신이 그래서 중요하다. 권력의 맛을 아는 이는 권력을 휘두르고자 투신하고 권력의 무게를 아는 이는 그것을 감당하고자 자신의 몸을 던진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삶을 위해 투신하고 또 어떤 사람은 윤 전 대통령처럼 스스로 들어갈 무덤을 파는 일에 삶을 던진다.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가!

방향이 틀리면 빨리 가는 것이 독(毒)이다. 나무늘보처럼 느려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공감(共感)이다. 가는 방향이 바르면 행복은 그 안에 있다. 그래 묻는다. 내란세력을 말끔히 정리하고 벼랑에 선 대한민국의 경제를 살리는데 투신할 각오가 돼 있는가? 독립운동가처럼 조국의 바른 내일을 위해 온몸을 던지는 ‘사즉생’의 결심(決心)이 섰는가를 묻고 있다. 새 자리를 차지한 장관들부터 "응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