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축제] 유명가수단 1회에 최대 2억5천만원…장흥군 축제예산만 63억 최다

나주 영산강 축제 등 유명가수 공연비 위주 관람객 동원 위해 연예인 섭외 치중 지적도 장흥군 15개 축제 63억…전남 ‘최다 예산’ 저예산 김천 김밥축제 등 벤치마킹 필요성

2025-08-25     김다란 기자

 

올해 열린 제18회 정남진 장흥 물축제 살수대첩 퍼레이드 모습. 전남 장흥군은 물난리 속에서도‘정남진 장흥 물축제’를 강행키로 하면서 광주·전남 공동체 아픔을 외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장흥군 제공

‘221개, 641억원 ’.

지난 2년간 전남 22개 시군에서 열린 축제 개수와 쓰인 혈세다. 봄·가을이면 여기저기서 비슷비슷한 축제가 넘쳐난다. 일부 축제는 킬러콘텐츠는 실종되고 유명 가수들의 ‘지방 순회 공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자체들의 축제 준비 자체가 몸값이 오른 유명 스타 가수를 어떻게 섭외하느냐에 달릴 정도다. 본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2023~24년 전남지역 축제 현황’을 통해 지역축제의 실태를 분석한다.
 

지난해 나주시에선 ‘나주 영산강 축제’ 초대 가수 송가인, 나태주 등 14명에게 약 2억 5천 500만 원의 거액 출연료를 지급했다. 사진은 2024 나주영산강축제. /나주시 제공

◇‘연예인 먹여 살리는’ 축제 오명

지난해 나주시에선 ‘나주 영산강 축제’ 초대 가수 송가인, 나태주 등 14명에게 약 2억 5천 여만 원의 거액 출연료를 지급했다. 광양시는 2023년 광양 전어 축제 역시 정동원 등 초대 가수 출연료로 약 2천 200여만 원, 19회 광양전통숯불구이 축제에선 1천900여만원의 연예인 출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여수시는 지난해 거문도백도은빛바다체험 행사에 초청가수, MC 섭외비로 1천490만 원, 영취산진달래축제에선 공연 출연료와 사회자등 공연행사비로 3천490만 원, 지난 2023년 여수동동북축제에서는 아티스트 초청공연비로 2천135만원을 사용했다.
 

전남의 일부 축제들이 유명 가수들의 ‘지방 순회 공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사진은 광양시가 2025 광양천년동백축제를 소개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올린 팜플렛. /광양시 제공

이처럼 유명 연예인 초청은 반짝 효과를 얻을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콘텐츠 투자보다 일회성 시선 끌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지역 축제의 경우, 높은 연예인 출연료는 축제 자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보미 강진 군의원은 최근 행정감사에서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군민의 삶과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돼야 한다"며 "예산만 퍼붓는 방식에서 벗어나, 군민이 체감하는 실속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적 자금이 투입된 사업일수록 객관적 평가와 냉철한 검증이 선행돼야 하며, 수치로 입증되지 않는 성과는 단순한 착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자체들이 유명 연예인 섭외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관객 동원력 때문이다. 주로 전야제와 폐막식 때 공연 스케줄이 잡히는데, 유명 가수 출연이 예정되지 않으면 지역민들 조차 행사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축제관계자들은 전했다. 시군 단체장 입장에서도 지역주민들을 모을 수 있는 유명가수 섭외에 매달릴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출연료를 천정부지로 치솟고, 축제는 가수들의 순회공연장으로 취지가 퇴색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방문객 수가 가장 저조했던 해남군의 경우 지난 2년간 흑석산 철쭉제 등 총 9개의 축제에 1억8천만 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축제 1개당 평균 방문객 수는 489명에 그쳤다. /해남군 제공

◇축제 1개당 11억 투입 혈세 ‘줄줄’

지난 2년간 전남에서 열린 축제는 총 221개다. 지역별로는 목포 23개, 장성 18개, 화순 16개, 담양 15개, 여수 15개, 구례·보성·순천 12개, 강진·나주 11개, 광양 10개, 해남 9개, 고흥·무안·영암 8개, 장흥 6개 등이다.

이들 지역의 경우 1년 중 단 며칠의 축제를 위해 적게는 수억 원 많게는 수 백억 원의 주민 혈세를 쏟고 있다.

지난 2년간 전라남도 시군 중 가장 많은 축제 예산을 집행한 장흥군에선 총 6개의 축제에 63억여 원을 투입해 135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단순 계산으로는 축제 1회당 10억 여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22만 5천 여명을 모은 셈이다. 통상 방문객 수는 무인 키오스크, 휴대폰 단말기, 또는 수동 카운팅 방식으로 집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예산과 방문객이 특정 축제인 장흥 물 축제에 집중된 점을 고려하면, 방문객 수는 ‘착시 효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회령포 이순신 축제에는 2억 9천만 원, 키조개 축제에는 단 6천만 원의 예산만이 배정됐다. 방문객은 각각 6천여 명이다. 반면 물 축제에는 매년 20억~3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50~60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했다. 올해로 18회째를 맞는 장흥 물축제는 글로벌 축제 도약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 관광산업 기반 확장이 목표이지만, 행사 내용은 국내 정상급 가수와 연예인이 대거 출연하는 다양한 공연과 록 페스티벌이 행사의 주축을 이뤄왔다. 유명 연예인들의 출연료도 수 억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올해 장흥 물축제는 극한 폭우 등 재난 상황에서도 축제 강행해 안일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어 방문객 수가 가장 저조했던 해남군의 경우 지난 2년간 흑석산 철쭉제 등 총 9개의 축제에 1억8천만 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축제 1개당 평균 방문객 수는 489명에 그쳤다.

축제 예산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성적표는 수십만의 인파와 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혈세로 개최한 축제가 만족스럽지 못한 수확을 거두고 ‘휘발성’ 행사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김천의 ‘김밥축제’는 1억 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신선한 축제를 만든 대표적 성공 사례다. /김천시 제공

◇킬러콘텐츠 없는 휘발성 강한 축제들

현재 전남 지역 축제들은 대개 비슷한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막식, 초대 가수 공연, 지역 특산물 판매 부스, 먹거리 장터, 체험 부스 등은 이제 어느 축제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본 요소가 됐다.

문제는 이러한 요소들이 서로 다른 지역의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획일적인 형태로 반복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담양의 찰옥수수 음악회, 여수의 갯벌 축제, 심지어 해남의 작은 마을 축제에서조차 비슷한 분위기와 프로그램이 연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방문객들에게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식상함을 안겨주고 재방문 의사를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킬러 콘텐츠가 없는 축제는 대부분 ‘일회성 방문’에 그친다. 방문객들은 호기심에 한 번 찾아오더라도, 특별한 감흥이나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얻지 못하면 다음 해 다시 방문할 이유를 찾지 못한다.

이는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악영향을 미친다. 결국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붓고도 단 며칠 만에 끝나버리는 ‘휘발성 행사’로 전락하며, 지역 경제 파급 효과나 홍보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휘발성이 강한 지역 축제를 막기 위해선 다른 지역의 사례를 참고 해볼 만하다.

김천의 ‘김밥축제’는 1억 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신선한 축제를 만든 대표적 성공 사례다. 김천시는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에서 ‘김천 하면 김밥천국’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는 결과에 따라 ‘김밥’을 소재로 축제를 기획했다.

참신한 역발상으로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기존의 획일적인 축제 공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색 있는 요소를 기발한 아이디어와 연결해 킬러 콘텐츠로 발전시킨 결과다. 이제는 지역도 익숙한 일상적 소재를 축제의 중심으로 가져와 신선함을 부여하고, 방문객들의 호기심과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30년 간 지역축제 기획 및 감독을 해온 A씨는 "지역 축제들이 대행사를 통해 진행되면서 프로그램이 획일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일회성 행사라는 비판을 극복하려면 광양 매화축제나 고흥 유자축제처럼 지역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축제 기획이 필수다"고 강조했다. 이어 "축제 전문가를 배치해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