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축제] 3일에 한번 꼴 개최 3억씩 투입...트로트 가수 공연장 전락

본보, 2023·24년 전남 현황 분석...22개 자치단체서 모두 221개 열려 641억 투입·축제당 2억9천 지출...영산강축제, 연예인에 2억5천만원 평균 관람객 지역민 포함 6만명..."가수 의존형으로 경쟁력 떨어져

2025-08-25     이서영 기자

전라남도 지역 축제들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일회성 트로트 가수 공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23년부터 2년간 약 641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지만, 대부분이 유명 연예인 초청 비용으로 지출돼 휘발성 강한 행사로 끝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지역축제가 진정한 킬러콘텐츠로 거듭나기 위해선 성공적으로 지역축제로 꼽히는 김천 김밥천국 축제등 타 시도를 밴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남도일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2023~24년 전남지역 축제현황’에 따르면 최근 2년간(2023년~2024년)총 221건의 지역 축제가 열렸다. 연도별로는 코로나19 펜데믹이 마무리된 2023년 99건, 2024년 122건으로 1년 새 축제 개최 건수가 20% 넘게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목포시가 2년간 23건으로 최다 축제 도시로 파악됐다. 이어 장성(18건), 화순(16건), 여수·담양(각 15건), 구례·보성·순천(각 12건) 등 순이다. 진도군은 같은 기간 단 2개 축제만 열어 전남 지역 시·군에서 가장 적은 축제 수를 기록했다.

축제에 투입된 예산은 총 641억6천800여만원으로 축제 1건당 평균 2억9천35만원이 쓰였다.

전남 시군들이 약 3억원을 들여 축제를 열었지만 예산 상당수가 연예인 출연료로 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나주시 ‘나주 영산강 축제’ 는 초대 가수로 송가인과 나태주 등 14명에게 약 2억 5천여만 원의 거액 출연료를 지급했다. 광양시는 2023년 광양 전어 축제에 정동원 등 초대 가수 출연료로 약 2천 200여만원, 19회 광양전통숯불구이축제에선 1천900여만원의 연예인 출연료를 사용했다.

이들 지자체 외에도 대부분 MC와 초대가수 출연료로 수천 만원을 지출, 사실상 경쟁력 있는 축제콘텐츠 보다는 일회성 이벤트에 축제 예산이 편중되고 있었다.

전남 지역 축제들이 개최 건수와 예산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관람객 유입에는 한계를 보였다.

각 지자체가 자체 집계한 2023년 전남 지역 축제 방문객 수는 840만6천194명, 2024년에는 786만7천613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1개 축제당 평균 관람객 유입은 6만9천14명(축제114건)이다. 방문객 통계가 집계되지 않은 구례와 신안 축제 8건은 제외했다.

이와 관련 구례군 관계자는 "많은 축제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개방형 행사여서 방문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통신사 분석 등을 활용해도 수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지역 축제 전문가들은 전남 축제들 대부분이 ‘연예인 무대 의존형’에 갇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개막식과 가수 공연, 먹거리 장터, 체험부스 등 구성 요소가 크게 다르지 않아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대박 친 지역 축제로 꼽히는 김천 ‘김밥천국 축제’ 등을 벤치마킹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석 전 강진군 관광재단 대표는 "지자체 간 벤치마킹이 콘텐츠 경쟁이 아니라 실적 과시 수단으로 전락할 경우 축제는 반복적으로 열려도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표 축제를 중심으로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체류형 관광으로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