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축제 2] 축제대행사 입찰로 선정... 트로트 공연 등 '붕어빵' 킬러콘텐츠 실종

3억 들인 낙지축제에 낙지 요리 등 관련 프로그램 3건 무대 구성에 매몰...김밥축제 등 독창적 창의 마케팅 절실

2025-09-01     김다란 기자

 

지난해 담양군 대나무 축제에서 열린 수상체험 뗏목타기 체험행사. /담양군 제공
광양매화축제. /광양시 제공

전남 지역축제들이 킬러콘텐츠 없는 획일적인 콘텐츠로 ‘식상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성공적인 축제로 꼽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부분 비슷비슷한 축제가 넘쳐난다..유명 연예인 초청 공연과 뻔한 프로그램 구성에만 의존하다보니, 소모적인 이벤트로 전락하고 있다.

축제기획사 위주의 운영 관행을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천의 김밥천국 축제 등은 독창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로 지역 축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획일성을 극복했다.

◇‘그 밥에 그 나물’ 아이템 한계 분명

담양 대나무 축제, 광양 매화 축제, 고흥 유자 축제는 성공적인 지역 축제로 평가받는다. 이 축제들은 2023~24년 최근 2년간 단 며칠 만에 적게는 54만 명에서, 많게는 16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이 축제들은 대나무, 매화, 유자라는 지역 고유의 킬러 콘텐츠를 활용해 방문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했다.

특히, 고흥 유자 축제는 주민과 고흥군이 직접 축제 콘텐츠를 개발하고 지역 특산물 홍보 및 산업화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전남도도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표 축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잘된 축제로 꼽히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많은 지역 축제는 여전히 획일적인 콘텐츠를 반복하며 관람객들에게 ‘식상하다’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현재 전라남도에서 개최되는 지역 축제는 소규모 마을 축제를 제외하고도 약 221개에 달하지만, 이름만 다를 뿐 프로그램 구성은 대동소이하다.

대부분 축제가 개막식에 축제와 관련 없는 트로트 가수나 유명 가수를 초청하고, 요리 경연, 경품 행사와 같은 전형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심지어 일부 축제는 주요 프로그램의 절반 가까이가 유명 DJ나 가수의 공연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2024 무안갯벌낙지축제 행사일정표. /무안군 홈페이지 제공

지난해 열린 무안 갯벌낙지 축제의 경우 3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여 했음에도 축제 주제에 맞는 행사는 낙지 잡기, 낙지 경매, 쿠킹 클래스, 낙지 생애 전시 등 일부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열린 무안 갯벌낙지 축제엔 식전 행사로 국악 공연과 개막 공연, 군민 가요제, 포크 공연 등이 열렸다. 하지만 주무대 프로그램 일정표에서 낙지 축제 걸맞은 행사는 각각 30분간 열리는 낙지 잡기와 경매 체험, 1시간 반가량 열리는 무안갯벌낙지 쿠킹클래스가 전부였다.

물론 축제의 특성에 맞는 공연과 참여 프로그램 기획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콘텐츠 없이 단순히 유명인 초청이나 단순 참여 프로그램만 구성된 것은 축제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우후죽순 식상한 지역축제들 이유는?

차별화 없는 지역 축제는 소모전에 가깝다. 벌여놓은 ‘축제판’에 비해 수확이 만족스럽지 못한 셈이다. ‘지역마케팅’을 효율적으로 펼치지 못했다.

지역축제 프로그램이 비슷한 이유는 대부분 축제 기획사를 선정해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운영하기 때문이다. 많은 지역축제들이 투명한 축제 운영과 민간 부문의 역량 강화를 위해 ‘축제추진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위원회는 입찰을 통해 대행사를 선정하고 행사를 수행하도록 한다. 이러다 보니 지역 축제 프로그램이 트로트 공연을 주요 무대로 삼는 경향이 짙어졌다.

기획사들은 관람객의 능동적인 참여보다는 유명 가수나 공연팀을 섭외해 안전하고 흥행이 보장된 콘텐츠를 선호한다. 이는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뻔하고 식상한 축제를 양산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역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기보다는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축제의 본질적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역축제 관계자는 "축제들이 대행사에 용역을 주는 형태로 축제를 진행하다 보니 무대 위주로 가는 경향이 강하다"며 "프로그램들이 거기서 거기인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대행사 위주로 진행되는 행사 진행 관행이 식상한 축제를 생산한 꼴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김천시에서 열린 김천 김밥축제 행사일정표./김천시 홈페이지 갈무리

◇발상의 전환…마케팅 경쟁력 키워야

김천시는 지난해 ‘김천=김밥천국’ 이라는 컨셉으로 ‘김밥천국 축제’를 개최했다. 1억여 원의 저예산으로 개최됐지만, 김천시 인구(약 13만5천명)에 버금가는 10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축제는 단순히 유명 연예인을 초청하는 대신, ‘김밥’이라는 핵심 콘셉트에 충실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져 눈길을 끌었다. 방문객들은 이색 김밥 체험, 직접 김밥을 만들어먹는 김밥 창작소, 김밥 대회 등을 즐기고 김밥 랜덤 플레이 댄스에 참여하며 축제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축하 공연에는 ‘김밥’을 부른 가수 자두를 초청해 축제 정체성을 더욱 강화했다.

이는 MZ 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 ‘김밥천국’이 언급된 것을 반영한 결과였다.

김천시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웃픈’(웃기지만 슬픈) 답변을 역발상으로 활용했다. 대중에게 익숙한 ‘김밥천국’이라는 키워드를 축제의 주요 콘텐츠로 삼아, 오히려 참신한 매력으로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독창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로 전환함으로써, 김천시는 지역 축제의 고질적인 문제인 획일성을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김천시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통해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소재인 김밥으로 축제를 진행했다"며 "기존 축제와는 다른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했습니다"고 말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