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지역축제 6-전남 축제 길을 묻다] "역사·문화·환경 집약한 프로그램 발굴 필요"
정형균 예술 감독
①현 지역 축제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대다수 지역 축제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인상을 준다. 지역 특산물이나 문화유산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뮤지컬 갈라쇼나 가수 초청 공연 같은 비슷비슷한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또 축제가 지자체 예산에 크게 의존하면서, 예산이 삭감되거나 행정 인력이 바뀌면 운영이 불안정해진다. 티켓이나 관광 수입 같은 자체적인 수익 구조가 약해 자생력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과거처럼 단순히 유명 가수를 초청하는 것만으로는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어렵다. 또 축제가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면 참여도가 낮아지게 된다. 전문적으로 축제를 기획하고 운영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매년 대행사나 단기 아르바이트 인력에 의존하다 보니,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아 비슷한 시행착오가 반복된다.
②차별화된 축제를 위한 필수 조건은
차별화 된 축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히 지역 특산물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입힌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축제에서 벗어나, 방문객이 직접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늘려 방문객들이 축제에 더욱 몰입하고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 다른 축제와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는 수익 모델 다각화도 필요하다. 지속 가능한 축제 운영을 위해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상설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축제의 질을 높일 수 있다.
③연예인 중심 축제 운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많은 지역 축제들이 고유의 문화나 정체성을 내세우기보다, 유명 연예인 초청 공연에 예산이 집중되고 있다. 또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외부 연예인 공연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지역민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축제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줄어들고 있다.
유명 연예인 공연은 단기적으로 많은 관람객을 끌어 모을 수 있지만, 공연이 끝나면 관람객들도 함께 떠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광객 유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매년 ‘어떤 연예인을 부를까’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킬러콘텐츠를 개발할 기회가 사라지고 축제가 브랜드로 성장하지 못한다.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중하는 지자체장의 성향은 장기적으로 축제의 기반을 흔든다.
④‘잘 된 축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역에선 고흥 유자축제와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 잘 된 축제라고 생각한다. 지역 축제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그 지역의 역사, 문화, 환경을 집약한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순히 존재하는 자원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여기에 독창적인 스토리를 입혀야 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축제의 규모를 키우고 매력을 더할 수 있다.
또 축제 전체를 아우르는 예술적인 요소를 개발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시각적인 꾸밈을 넘어, 축제 전반의 기획과 연출에 깊이 녹아들어야 한다. 축제의 주제와 스토리를 관통하는 예술적 콘섭트를 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