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 가을 엽서 - 안도현

2025-10-03     정훈탁
게티이미지뱅크

가을 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 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 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이 좋다. 낮은 곳에는 나누어 줄 것이 많다. 내가 비록 가진 게 없어도 나누어 줄 것이 있다. 나뭇잎도 마른나무에 거름이 되려고 낮은 곳으로 내려앉는다. 가을 저녁 낮은 곳은 고운 소리들로 가득하다. 귀뚜라미 울음 소리, 낙엽 밟는 소리, 개울물 흐르는 소리, 산사의 저녁 예불 소리, 아이들의 노래 소리...모두 아낌없이 나눠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사랑도 낮은 곳에 있다. 가진 것은 별로 없지만 올 가을엔 나도 무엇을 좀 나눠 주고 싶다.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