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추석 - 성명진
2025-10-06 정훈탁
추석
성명진
성묘를 간다
가시나무 많은 산을
꽃 차림 하고 줄지어 오르고 있다
맨 앞엔 할아버지가
그 뒤엔 아버지가 가며
굵은 가시나무 가지라면 젖혀 주고
잔가지라면 부러뜨려 주고……
어린 자손들은 마음 놓고
산열매도 따며
산길을 오르고 있다
도란도란 말소리가 흐르고
그렇게 정이 흐른다
산 위에 동그랗게 꽃 줄을 내는 일가족
오늘밤엔 꼭 요 모양인
달이 뜨겠다
추석날 차례상에 절 한번 하고 잠깐 들렀다 오는 본가와 처가. 아직도 전 몇 장을 부쳐서 가지고 간다. 예전과 많이 바뀌었다. 나 스스로도 전통 방식의 명절 쇠기를 바꾸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많이 간소화되었다. 더 바뀌고 간소화되길 바라지만, 아직 어르신들 눈치를 보는 중이다. 명절 스트레스가 아닌, 명절 쉼이 우선이면 좋겠다. 우리집은 따로 성묘를 가지 않는다.
이 시를 통해 성묘 가는 길에서 나누는 일가족의 정을 느끼는 중이다. 산 위에 동그랗게 꽃 줄을 내는 가족들처럼, 모난 곳은 동글해지고 어두운 곳은 밝아지고 차가운 곳은 따뜻해지는 추석 보름달이 뜨면 좋겠다.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