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견딜 수 없네 - 정현종
2025-10-26 정훈탁
견딜 수 없네
정현종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살다 보면, 흘러가는 것들이 있고, 변하는 것들이 있고, 보이다 안 보이는 것들이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흐르고 변하는 것들, 아픈 것들이 많아진다. 나이를 더할수록 힘들 때, 약해질 때가 많아진다. 무엇보다도 과거에 비해 체력이 달리는 것을 견디기 힘들다.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견딜 수가 없다. 뱃살과 다이어트는 갈등의 주범이고, 좋아하는 소주는 예전만 못하고, 여기저기 아픈 곳들은 많아진다. 주말마다 만보를 걷고, 수영장 서른 바퀴를 돌아도 좀처럼 힘이 생기질 않는다.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나를 좀 비켜가면 안되겠니.
정훈탁 / 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