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영 광주대학교 방재안전학과 교수 "경고 없이 찾아오는 재난, 공동체 대응이 해답"
남도일보 제11기 K포럼서 특강 ‘재난안전 인문학’ 주제…철학과 전략 제시 용산 붕괴 사례 등 협업 붕괴가 부른 위험 무너진 사회 시스템·리더십 재설계 필요 ‘하인리히 법칙’ 교훈…예방 중요성 강조
남도일보 제11기 K포럼 열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송창영 광주대학교 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위험은 민주적이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기 때문에 사회 전체가 이를 인식하고 공동의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지난 23일 광주광역시 서구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재난안전 인문학’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통해 재난 대응의 최신 흐름과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정책 방향, 미래 사회의 안전 전략에 대해 깊이 있게 들려줬다.
광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이자 대학원 방재안전학과 주임교수, (재)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으로 활약 중인 송 교수는 국내 방재안전 분야의 권위자로서 다수의 재난 대응 프로젝트와 정책 자문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송 교수는 한양대학교 방재안전공학과 특임교수, 중앙대학교·경희대학교·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행정안전부 재난 대응 중앙평가단 위원, 해양경찰청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법무부 청소년범죄예방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정부기관에서 재난·안전 정책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 어린이와 청소년 안전문화, 재난과 인공지능, 구조물 안전,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실무 등 총 42권 이상의 저서를 집필하며 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지식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사)한국재난정보학회 논문상을 수상하며 학문적 기여도 인정받았다.
송 교수는 이날 강의에서 단순한 재난 대응을 넘어 인간과 사회, 철학과 역사 속에서 재난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하는지를 성찰하며 재난을 사고가 아닌 인간 존재와 공동체의 본질을 되묻는 인문학적 과제로 제시했다.
송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을 보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씨랜드 화재 사고와 오송지하차도 참사, 이태원 압사 사고 등 반복되는 인재(人災)들은 시스템의 실패이자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의 리더 그룹은 평화뿐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있어 막중한 책임과 임무를 지닌다"며 "특히 재난관리의 책임과 권한이 명확히 설정돼야 하고, 이를 수행하는 ‘컨트롤 타워’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중심을 잡아주는 조직이나 인물이 없다면 협업은 무너지고, 재난은 통제 불능 상태로 번진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인문학적 통찰도 함께 풀어냈다. 그는 "호모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생존 경쟁을 통해 지식과 협업, 공동체의 힘이 인류를 진화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프란시스 올덤 켈시 박사의 탈리도마이드 승인 거부에서는 실무자의 소신과 고집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이는 공무원의 책임감과 윤리의식이 재난 예방의 핵심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소방세 제도와 용산 노후건물 붕괴 사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사회 시스템이 안전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생사의 갈림길이 결정된다"며 "재난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특히 ‘기회의 신 카이로스’에 대한 고대 신화적 해석은 원우들의 이목을 끌었다. 송 교수는 "기회는 앞머리만 무성하고 뒷머리는 대머리다. 지나간 뒤엔 붙잡을 수 없다"며 "재난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인식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하인리히 법칙 ‘1:29:300’은 300번의 사소한 징후를 무시하면 결국 1번의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재난은 재난으로부터 배워야 한다"며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분노와 무지가 반복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진정한 안전을 구축할 수 없다"면서 강의를 마무리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