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시]11월 - 나희덕

2025-11-02     정훈탁
게티이미지뱅크

 

11월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을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가을이라고 하기엔 좀 춥고, 겨울이라고 하기엔 좀 덜 춥다. 단풍을 보니 가을이고, 낙엽을 보니 겨울이다. 한낮의 햇볕은 가을이고, 아침저녁 찬바람은 겨울이다. 가을과 겨울의 어중간한 지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11월이 있다. 

그리고 11월 13일 수능시험이 있다. 길게는 초중고 12년, 짧게는 고교 3년, 수험생들은 10대의 인생을 걸고 수능시험을 치른다. 꽃들이 저마다 피어나는 시기가 다르듯이 이번 수능 성적표가 모든 걸 담아내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꿈꾸며 보내온 시간들, 친구들과 함께 공부해 온 시간들은 삶 속에서 참으로 가치 있는 꽃을 피우는 영양분이 될 것이다. 

하루하루 막바지 힘을 내고 있을 수험생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햇살이 눈부신 날에도,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은 날에도, 단 하루를 위해 하고 싶은 것을 뒤로 한 채 달려왔다. 스스로 믿고 있는 것보다 훨씬 잘 달려왔고, 누구보다 강하고, 누구보다 용기있게 달려왔다.

부디 시험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힘내길 바란다. 수험생들의 꿈과 미래가 연결된 수능시험이 잘 끝나고, 우리 수험생들이 원하는 결실을 얻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간절히 기도한다. 최선을 다해 보내고 있는 하루하루가 그 어떤 결과보다 소중한 시간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빛나는 날들을 열렬히 응원한다.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정훈탁/광주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