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주시 졸속 체육 행정이 만든 ‘반쪽 경기장’
광주시가 수백억 원을 들여 조성한 축구장 시설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축구전용구장은 규격 미달로 경기 개최가 불가능해 훈련장으로 전락했고, 월드컵경기장은 프로축구 광주FC 홈경기장으로 묶이면서 종합경기장 역할을 상실했다. 이는 단순한 운영 문제가 아니라, 광주시의 안일한 계획과 졸속 행정이 초래한 구조적 실패라고 본다.
남도일보 취재 결과, 광주시는 지난 2020년 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부지에 160억 원을 투입해 축구전용구장을 건립했다. 그 과정에서 경기장 규격 여부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필수 기준인 길이 100m조차 확보하지 못해 97m짜리 ‘반쪽 경기장’을 만들었다. K리그 규정 강화가 이유라 하지만, 기본 규격 미달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정적 실책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용구장이 ‘돈 먹는 하마’라는 점이다. 광주FC는 다시 월드컵경기장으로 복귀했지만, 전용구장은 매년 6억 원 이상의 관리비가 지출되고 있다. 가변석 보강 공사까지 진행돼 타 종목 활용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졌다. 오로지 연습장에 머물고 있다. 별도 연습구장이 있는데도 말이다.
월드컵경기장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잔디 보호를 명목으로 대형 공연 등 수익 사업이 제한되면서 올해는 임대 수익이 전무하다. 1천600억 원이 투입된 시설이 프로축구 경기장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명백한 관리 실패가 아닌가. 광주시의 현재 재정상황상 한 푼이 아쉬운 처지이다.
광주시는 2028년 제109회 전국체전 개최 등 굵직한 스포츠 대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종합경기장 기능이 지금처럼 상실된다면 대회 운영은 차질이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광주시는 더 이상 ‘반쪽 운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체육 행정 전반의 재점검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