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현대가 온다"… 광주·전남 ‘개벽’ 하나
대기업들 수십년만에 투자 계획 발표 유럽 최대 공조기기 생산라인 건립 AI 데이터센터·컴퓨팅센터 추진 재생에너지·AI조선 사업 계획도 지역민들 "새로운 시대 힘 모아야"
수십 년 동안 대규모 기업 투자에서 소외되었던 광주와 전남이 변화의 흐름을 맞고 있다.
삼성, SK, 현대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이 잇따라 광주·전남에 미래 산업 중심의 투자를 검토하고 약속하면서, 지역 경제의 오랜 갈증이 해갈될 ‘전환점’이 마련되고 있어서다. 광주·전남은 그동안 수도권·영남권과 비교해 대기업의 직접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어 ‘낙후의 대명사’ 여겨졌다. 이에 국내 대기업의 직접투자는 수십년간 이어져왔던 불균형 구조를 완화하고, 지역이 보유한 성장 잠재력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관련 기사 3면>
지난 16일 삼성이 광주에 유럽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의 한국 생산라인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11월 초 인수를 완료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 생산라인 광주 건설을 검토 중이고 인력 확충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플랙트는 글로벌 선두 데이터센터 기업들과 협업해 공기 냉각·액체 냉각을 아우르는 AI 데이터센터용 장비와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광주 생산라인 건립을 통해 국내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넘어 아시아 시장까지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플랙트의 생산라인 후보지는 삼성전자 광주캠퍼스 잔여 부지가 있는 첨단산업단지와 국가AI데이터센터가 있는 첨단3지구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삼성SDS는 전남에 AI컴퓨팅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삼성SDS는 국가 AI컴퓨팅센터를 건립할 SPC(특수목적회사) 컨소시엄의 주사업자로 선정됐다. 2조5천억원이 투입될 국가 AI컴퓨팅센터는 2028년까지 1만5천장 규모의 GPU를 확보하고 학계, 스타트업, 중소기업 등에 이를 공급할 예정이다.
SK그룹은 2028년까지 국내에 128조원을 투자해 한국의 ‘AI 3대 강국’ 비전 실현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남권 지역에 오픈AI와 손잡고 데이터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태원 SK회장과 샘 올트먼 Open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일 만나 메모리 공급 의향서와 서남권 AI DC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SK의 서남권 AI DC가 들어서면 아시아 지역 허브로 자리매김해 지속가능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양해각서를 체결하자 김영록 전남지사가 ‘경천동지급’이란 표현을 할 만큼 큰 기대를 받는 투자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같은날 재생 에너지가 풍부한 서남권에 1GW 규모 PEM ‘수전해 플랜트’를 건설하고, 인근에 수소 출하센터 및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 추진 계획을 밝혔다. 또한 국내 수소 경제 조기 전환을 실현하기 위해 PEM 수전해기 및 수소연료전지 부품 제조 시설을 건립해 글로벌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HD한국조선해양도 전남 영암에 있는 HD현대삼호에 대불산단의 AI 조선 기술 실증 센터와 AI 기반 스마트 조선소 등 두 가지 대형 R&D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HD현대삼호 인근에 들어설 예정인 해남 솔라시도 AI데이터센터 단지와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책적 관점에서도 이번 대기업들의 투자 계획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광주·전남이 미래산업의 전략적 거점으로 재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광주시와 전남도가 추진해온 여러 산업 기반 조성 사업들이 대기업의 이번 투자 약속 및 계획과 만나면서 ‘한 단계 높은 산업 도시’로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제2의 개벽’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 대기업의 잇따른 투자계획이 나오자 지역에서는 "수십 년 만에 찾아온 기회"라는 반응이 전해지고 있다.
광주·전남 전현직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광주전남미래포럼은 이날 "삼성이 지역균형발전과 사회공헌 차원에서 광주에 생산라인을 만든다면 적극 환영해야 한다" 며 "수십년만의 대기업 제조라인의 직접 투자가 예상된 만큼 지역 정치, 경제계에서도 새로운 시대를 맞기 위한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노정훈 기자 hun7334@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