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홍 역사 장편소설 죽창 [제13장] 갑오왜란(270회)

2025-11-18     윤태민 기자

 

일본군 첩보 대장 요시무라 다케오가 다급하게 주(駐) 조선 일본 공사관을 찾았다. 긴급 호출을 받고 찾은 것이었다. 정문 경비병의 안내를 받아 공사 집무실로 들어서자 오도리 게이스케 공사가 긴장된 모습으로 그를 맞았다. 그의 옆에는 주한 일본군 혼성여단장 오시마 요시마사(大島義昌)가 긴 칼을 옆구리에 차고 역시 침통한 표정으로 판자 바닥을 쿵쾅거리며 사무실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어떤 결의에 찬 모습으로 연신 요씨, 요씨를 연발하였다.

"첩보대장 요시무라 다케오, 인사 올립니다!"

첩보대장이 그들 앞에 이르러 각도 있게 거수경례를 붙이자 게이스케 공사가 침통한 표정을 풀고 응답했다.

"요시무라 첩보대장, 잘 왔네. 반자이 도쓰게키(만세 돌격) 작전은 완벽하게 착수되고 있는가?"

게이스케 공사와 요시마사 일본군 혼성여단장 두 사람은 일본군의 경복궁 출동 명령을 앞두고 최종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첩보대장을 부른 것이었다.

요시무라 첩보대장이 딱 부러지게 보고했다.

"닥상이노데스! 지금 당장 출동하는 것이 닥상이무니다. 조선의 불안정한 정사(政事)를 이용하는 데 있어서 지금이 최적기이무니다. 당장 공격해도 무리가 없스무니다!"

"요씨, 그렇다면 공작조는 계획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겠지?"

"하이! 소우데스! 임무는 이빠이로 완벽하게 달성중이무니다. 조선의 조정은 언제나 어수선하기 때문에 아무 곳을 찔러도 피를 철철 흘리무니다. 조선의 군사들은 모두 금강 이남으로 내려갔스무니다. 그러하므로 지금이 최상의 기회이무니다. 운명은 과연 대일본 제국의 것이무니다!"

"전 군사가 하방 했다고?"

"동학농민군 비도(匪徒) 무리를 부수기 위하여 홍계훈이 이끄는 경군 병력과 강화도 병력이 호남의 전주 방향으로 내려갔으무니다."

"그래도 궁을 지키고 있는 근위병이 있잖나. 그들의 동태와 배치 상황을 살펴보았나?"

"하이 소우데스!"

"살핀 대로 보고하라."

오시마 요시마사 혼성여단장이 눈을 디룩거렸다. 결의에 찬 모습이다. 제9 혼성여단장이자 경복궁 점령 지휘관인 그는 먼 후일 일본 총리를 지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고조부다.

"점령 계획은 완벽하게 진행 중이무니다. 탐지한 결과, 조선군 병력은 장위영 2천, 통위영 2천, 평양기영 5백, 경리청 5백, 도합 5000이무니다. 이는 다만 숫자일 뿐 메마른 수수깡과 같은 허약한 군사력이무니다. 게다가 주력은 호남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숫자만 그렇다 뿐, 군세(軍勢)는 나비 한 마리 잡지 못하는 약체이무니다."

장위영(壯衛營)은 임오군란 이후 조선 중앙군이었던 친군영 중 전영과 좌영을 통합한 부대로 한양의 방위를 맡고 있었다. 통위영(統衛營)은 다른 여러 부대를 통합한 부대로 수도권을 위수지역으로 관리하는 부대였다. 경리청(經理廳)은 통위영에서 구 총융청 병력이 분리되어 창설된 부대로 북한산성 일대에 주둔했다. 기영(箕營)은 평안 감영을 지칭하는 명칭이며,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경군(京軍)이 호남 쪽으로 이동하자 평양 군대를 한양으로 불러들인 부대였다.

하지만 지휘 체계의 혼선과 횡적·종적 동선 확보 미비, 군사끼리의 유대감이 결여되어 있고, 각 지휘관의 배타성과 통일되지 않은 군율 적용 때문에 일사불란한 군사조직이라고 볼 수 없었다. 처우가 형편없으니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오합지졸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래서 조정은 청나라 군대에 크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오시마 여단장은 그 점을 경계하고 있었다. 청군은 무시 못 할 화력을 갖고 있다. 그런 청군을 맞닦뜨리는 최후의 결전일수록 준비성이 철저해야만 했다. 그가 물었다.

"청나라 군대 동향과 군사력은?"

"아싸리 말해서 좆도 아니무니다."

"좆도 아니라고? 왜 그렇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