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깐부치킨, 젠슨 황…광주·전남 상장사 주가는
이건상(남도일보 뉴미디어국장)
세계적인 한 장의 사진이었다. 다가 온 미래 산업생태계의 인증샷이다. 지난 10월 30일 젠슨 황, 이재용, 정의선 3인 치맥회동 얘기다. 엔비디아, 삼성전자, 현대차 그룹은 AI생태계의 3각 축이다. 엔비디아가 두뇌라면, 삼전은 심장, 현대차는 팔과 다리다. 완벽한 국제적 밸류체인이다. 이들 기업에 SK하이닉스가 한국 코스피를 견인 중이다.
#수도권 중심 물류망에 호남은 변방
이날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회동 장소였다. 듣도 보도못한 깐부치킨이라니. 깐부라는 단어가 전라도 말이 아닌데다, 동네에서 깐부치킨을 본 적이 없어 더 낯설었다. 광주도 한 때 알만한 치킨 동네였다. 백숙, 통닭, 치킨의 3단계 진화에서 ‘통닭’으로 유명한 곳이 광주였다. 치킨 단계의 지역 브랜드는 ‘아주커 치킨’이다. 이 브랜드는 호남에서만 30년 내력을 구가한다.
깐부치킨은 광주, 전남, 전북, 제주에 가맹점이 한 곳도 없다. 수도권 중심으로 물류망을 직영하다 보니 지방에는 출점을 못한단다.
"물류는 브랜드의 심장"이라 한다. 물류의 변방, 광주·전남은 치킨에서도 밀리나 싶다. 물류는 빠름이다. 해외 항공도 뱃길도 없는 호남을 탄식한다. 세계적 뉴스 속 깐부치킨에서 수도권 1극 체제의 단면을 봤다면 너무 과한건가. 치킨이야 그렇다 치자. 양동통닭도 있으니….
#지역 브랜드 주류 힘겨운 시장 방어
매장 다음에 눈길을 끈게 소맥이었다. 젠슨 황의 거침없는 소맥 제조에 전 지구적 칵테일이 됐다. 소주에 맥주를 섞어 마지는 ‘소맥’은 대한민국 국룰이다.
한국은 술만큼은 참 평등하다. 시총 572조 삼전 이재용 회장도 선택할 술은 4천원 짜리 맥주와 소주 뿐이다. 대한민국 술은 딱 3종류다, 소주, 맥주, 소폭(소맥 폭탄주)이다.
소맥 보다 더 눈 여겨 본건 브랜드였다. 그날 소주는 참이슬, 맥주는 테라, 소맥은 그래서 ‘테슬라’였다. 하이트진로 독점이다. 광주에서 생산하는 오비맥주 카스에, 장성에서 나오는 잎세주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수도권은 그렇다 치고, 지역에서도 보해의 소주시장 방어가 만만치 않다고 한다. 보해양조 주가는 주당 428원(액면가 500원)이다. 글로벌 시대에 잎새주 마케팅하면 위정척사파 취급받겠지만….
#AI성장 테마주 없는 지역 상장사
치킨, 소주 보다 더 아픈 건 AI 성장 테마주였다. 광주·전남 상장사는 국내 전체 2천765개 종목 중 코스피 16개, 코스닥 22개 등 모두 38개사다. 전체의 1.3% 수준, 시가 총액은 32조 9천억 정도다.(6월 30일 기준)
주요 기업으로는 한국전력, 한전KPS, CR홀딩스, 조선내화, 금호건설, 금호타이어, 광주신세계, 보해양조 등이다. 나머지는 전통적인 소규모 제조 향토 기업이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한전과 한전KPS가 30~31조에 달하니 전부나 다름 없다. 한전을 전남기업에서 뺀다면 전체 상장사 시총이 몇 천억 원에 그친다. 중견기업 조선내화의 지주사인 CR홀딩스 시총이 2천300억 원 수준이다. 대부분 주당 1~3천원이다. 가볍고도 가벼운 주식들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지수 4000을 넘기고 있지만, 지역 상장사 주가는 되레 마이너스 1.6%(10월말 기준) 를 기록 중이다.
광주·전남은 신성장 업종이 사실상 전무하다. 반도체, 플랫폼, 콘텐츠, 인터넷서비스, 고성장 2차전지 밸류체인 등은 남의 동네 얘기다.
우리 지역의 산업 생태계는 1970년대 중화학공업 시대에 조용히 머물고 있다. 선망받던 여수산단에 해고와 부도의 공포가 휘몰아치고 있다. 3~4년전에 여수산단에 부도가 휘몰아칠 줄 누가 알았는가. 중국에 덜미를 잡힌 여수산단의 현주소가 우울한 전남의 산업 자화상이다.
이제 광주·전남 산업 생태계를 대전환하자. 시멘트, 건설, 자동차부품 등 저성장, 경기민감 종목에서 고성장 테마주로 갈아타자.
70~80년대 굴뚝과 골리앗크레인에서 90~2000년대 컴퓨터, 핸드폰을 거쳐 이제 AI, 로봇, 바이오로 진화하고 있다. 이 산업 생태계만이 미래가 있다고 한다. 기존 전통 제조업에도 AI를 입혀야 생존이 보장된다.
이재명 정부 들어 굵직한 국가 프로젝트들이 전남에 몰려오고 있다. 오픈AI, SK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구축, 삼성SDS 국가 AI 컴퓨팅센터 해남 후보지 선정, 여기에 핵융합연구시설이 나주에 들어온다.
AI, 에너지의 밑그림은 잡혔다. 우호적인 미래 환경이다. 무안공항 문제도 군공항 이전이 아닌, AI생태계 물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차기 광주시장, 전남지사의 임무와 비전은 명확하다. AI, 에너지 산업 생태계에 올인해야 한다. GPU 납품 차 전남을 방문한 젠슨 황을 상상한다. 그때는 아주커 치킨에 잎새주 소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