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 왜 희생됐나"… 묻고 또 묻던 아버지 영면

김경학씨 사고 원인 듣지 못한 채 떠나 딸 잃은 뒤 300일 넘게 거리서 시위해

2025-11-25     조태훈 기자

 

지난달 6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협의회의 추모행사에서 유가족이 유등을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2·29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 거리로 나섰던 민중미술가 김경학(63)씨가 끝내 진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영면했다. 참사 1주기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김씨의 딸 고(故) 김애린 KBS 광주 기자는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사고로 숨진 179명 가운데 한 명이다. 현장에서 누구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전하던 기자였다. 갑작스러운 사고 이후 그는 병든 몸을 이끌고 거리로 나와 손팻말을 들었다.

그의 1인 시위는 국회 앞, 광주송정역, 사고 현장을 오가며 300일 넘게 이어졌다. 사고 원인 규명, 콘크리트 둔덕형 로컬라이저 설치 배경, 피해를 키운 구조적 문제,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까지 김씨가 요구한 것은 단 하나, "죽음의 이유를 설명하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생전 "사고조사위원회의 공식 보고서가 나오지 않으면 누구도 책임을 말할 수 없다"며 "살아남은 자가 죽은 자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마음으로 움직인다"고 했다. 그에게 진상 규명은 곧 딸을 위한 마지막 의무였다.

그러나 국토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 제주항공이 국정감사에서 "유가족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유가족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조위가 다음 달 초 사고조사 공청회를 예고했지만 유가족협의회는 "국토부 산하 기관의 ‘셀프 조사’"라며 조사 중단과 외부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는 결국 사고 원인을 듣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25일 전남 나주 금암성당에서 열린 장례미사에는 유족과 지인들은 물론 ‘12·29 기억시민모임’과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구성원들도 함께 자리해 그의 마지막 길을 붙잡았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고인은 아픈 몸으로도 진상규명을 위해 누구보다 앞에 섰던 분"이라며 "어떤 사실도 확인하지 못한 채 떠났다는 게 너무나도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조태훈 기자 th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