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경제는 나무와 숲을 모두 보아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조사실 정희전 실장 지방근무를 1년 남짓 하면서 느낀 점의 하나는 지역에서는 전체적인 경제흐름에는 다소 무관심하고 특정 현안에 몰입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선 전반적인 생산, 소비, 투자, 고용지표등이 발표되면 그 의미와 대책등에 대한 논의가 매우 활발하나, 지역에서는 그러한 경제분석보다는 특정개발사업이나, 특정산업 동향 등에 더 큰 관심이 있다. 이는 지방자치제에도 불구하고 금융·재정·외환 등 주요 거시정책이 중앙정부 내지 중앙정책당국에서 이루어지는 데다, 특정산업 내지 기업이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데 따른 결과라고 생각된다. 또 전체 흐름보다는 자신의 이해와 직결되는 부분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지역경제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시·도 등 지역경제당국이나 지역민이 전체적인 경제흐름, 나아가 국제경제조류 등에 대하여 보다 관심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는 아무리 작은 단위라 하더라도 나무만 보아서도, 숲만 보아서도 제대로 전체를 조망할 수 없고, 개인이나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자신의 이해와 부합되는 측면만 고려하면 될 것 같아도 세계화되고 개방된 경제체제에서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즉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경제의 한 부분이며 또한 지역경제는 우리 경제의 한 구성요소이다. 따라서 세계경제→국민경제→지역경제→지역민은 한 축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지역의 특수성은 감안해야 하나, 이를 너무 강조 할 경우 마치 지역경제는 우리나라나 세계와는 독립된 경제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기업을 유치하고, 공장의 생산능력을 확충하면 고용이 증대되고 지역경제가 발전할 것이라는 주장이 상식으로 굳어져 있다. 이러한 생각들이 틀린 것은 아니나 지나치게 단선적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경제의 급성장으로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있으며, 첨단기업일수록 고용유발효과가 작다는 점들을 생각해 보면 단순한 제조업 위주의 지역경제 성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 관광산업 육성과 관련하여 호텔, 골프장 등 관광인프라 구축논의가 무성하나, 관광수요는 소득의 함수이므로 관광시설을 잘 갖추었어도 국내외 경제, 특히 소비수요가 뒷받쳐 주지 않으면 어렵다. 일본경제의 장기 불황으로 수많은 멋진 골프장들이 부도에 직면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하겠다. 그렇다면 지역민들에게 보다 전체적인 경제흐름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첫째, 지역경제 관련 기초통계가 확충돼야 한다. 전체적인 경제흐름은 경제지표를 통해 파악해야 하는데 현재 지역에서는 제조업 생산지표 외에 이렇다 할 지표가 없으며 특히 투자나 서비스업 관련 지표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경제분석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단편적이 될 수 밖에 없다. 둘째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은행을 비롯하여 각 경제연구기관들이 지역경제를 산업중심의 미시분석외에 국내외 경제흐름과 연계하여 보다 거시적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계 및 언론계를 중심으로 지역경제분석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및 토론 등이 필요하다. 경제 분석은 과학실험과는 달리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럴수록 특정기관이나 특정인의 유권해석에 의존하기 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보도하여 합의점을 추출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지역의 경제 진단 및 처방의 내공도 쌓일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지역개발정책 등을 둘러싸고 각종 협의회 및 포럼등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나 이에 앞서 기본적인 경제분석에 있어서도 다양한 집단 및 연구모임이 형성돼야 할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05.11.25 00:00
-
[범대순의 세상보기]나는 아직도 문학 소년인가보다. 나는 아직도 문학 소년인 모양이다. 도쿄에서 생긴 일이다. 자기의 책에 사인을 하는 일은 더러 있어도 내가 나서서 남의 책에 사인을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벌써 그런 목은 넘어버린 것이다. 그런 내가 서둘러 남의 책을 사서 그 저자들에게서 사인을 받고 행복한 느낌을 갖는 일이 생겼다. 일본에서 출판된 ‘재일 코리언 시 선집’ 이 도쿄에서 개최된 ’지구 시인회의‘ 주최 아시아 시인대회 석상에서 금년도 수상자로 선정되어 그 시상식이 있었던 자리였다. 서둘러 교포 제2, 제3세 시인들의 시 선집에 수록된 젊은 사람들에 인사를 하고 그들의 서툰 한글 사인을 받으면서 나는 문학 소년처럼 기뻐했었다. 내가 도쿄를 방문한 것은 문학 소년의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만난 일본의 영문학자요, 시인인 이시하라 다케시는 나에게 “지금도 선생의 기승전결론은 화제가 되고 있다”고 말하였다. 2002년 8월 중국 서안(西安)에서 개최된 아시아 시인회의에서 ‘기승전결에 대하여’ 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한 것이 계기가 되어 같은 해 가을 일본 우라와에서 열린 시인회의에 초청되어 같은 제목으로 강연하였고, 그것은 그들의 잡지 2002년 ‘지구’에 수록되었다. 지난해에는 같은 잡지에 특집된 한국 현대시인선에 수록되기도 하여 최근 일본 시단에 다소의 지명을 얻고 있다. 지난주 도쿄 시인회의에 참석하게 된 이유이다. 그러나 그 회의에 내가 참가한 보람은 나의 문학 소년의 순수성을 회복했기 때문이었다. 이 선집은 506쪽의 큰 책으로 1916년부터 2004년까지 90년에 걸친 일본 거주 한국시인의 일본어 시 선집으로, 그 안에 1945년 이전 시인 40명과 이후 시인 45명이 각각 10편 내외의 작품을 싣고 있다. 1945년 이전의 시인으로 주요한, 정지용 그리고 윤동주 등이 보이고, 해방 후에는 주로 한국인 호칭보다는 조선인 호칭으로 대표된 시인들의 작품들이 많이 보인다. 그들은 재일 동포 2세 또는 3세이고 개중에는 부모 한쪽이 일본인 부모의 시인들도 적지 않다. 두 사람의 편자 가운데 한 사람인 사가와(佐川)는 해설의 말미에 재일 코리언 시인들의 특색으로 다음과 같은 6가지를 들었다. 1. 그들의 시는 바른 일본어가 아니라 그들 나름의 독자적인 이상하고 특징적인 일본어를 만들었고 2. 일본 현대시가 보지 못한 사회 감각 사상을 표출하였고 3. 재일 한국인의 생활과 역사를 증언하여 일본어밖에 모른 제2, 제3 세대에게 무엇인가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 하고 4. 일본의 사회 문화 역사에 대한 비평이 들어있고 5. 일본의 현대시 한국의 현대시와 연관되면서 또 다른 독자적인 존재의식을 가지고 있고 6. 일본 문학의 새로운 국제성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는 제3 한국문학 , 제4 한국문학의 개념을 생각하였다. 제1은 한국에서 제2는 북한에서 제3의 한국 문학은 연변에서 그리고 제4의 한국문학은 일본에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한국 문학이 그들을 무시하고 있는 가운데 제3 한국 문학은 때로 중국어로 쓰여지고 제4 한국문학은 한국어가 아니라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제3, 제4의 한국문학은 한국문학의 한 범주 한 역사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이 한국문학의 영역을 넓히는 방법이고 세계적 인식을 넓히는 방법이고 그것이 한국문학의 수준을 엎 그레이드 시킬 길이라고 생각하였다. 돌아오면서 나는 예이츠, 죠이스, 버너드 쇼, 사무엘 베케트, 세이머스 히니와 같은 아일랜드 문인들을 상기하였다. 그들은 영국 지배하에 성장하였지만 문학적으로 영국을 극복한 위대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문학 안에 영국을 집어 삼키는 큰 소화력이 있었다. 나는 제3, 제4 한국문학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것을 기대한다. 노벨문학상 속성상 그들의 수상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05.11.24 00:00
-
[부동교]정정당당 시험과 관련된 부정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도 부정행위 때문에 말썽이 많았다. 수법도 다양했다. 몰래 책을 가지고 들어가거나 종들을 시켜 답안지를 베껴 오기도 했다. 혹은 시험 답안지를 바꿔치거나 대술(代述)이라 하여 대리시험을 치기도 했다. 아니면 미리 출제자를 매수해 시험문제를 빼돌리거나, 응시생이 답안지에 몰래 점을 찍거나 표시를 하여 채점할 때 점수를 높여 받는 방법도 있었다. 권문세가의 경우에는 절과(竊科)라 하여 다른 합격자의 답안지에 이름을 바꾸어 붙여서 부정합격하는 악랄한 방법도 있었다. 지난해 이맘 때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에서 대규모 부정행위가 적발돼 나라 안이 온통 시끄러운 적이 있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전송과 카메라폰 기능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한 방법 뿐만 아니라 대리시험 같은 고전적인 수법도 동원됐다. 드디어 오늘이 2006학년도 대입 수학능력 시험일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또 다시 지난해의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않다. 지난해 수능부정 수사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던 것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였다. 하지만 올해는 이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지난해 수능부정 수사 과정에서 3개 이동통신사가 SMS 내용의 일부를 저장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일자, 올해 초 SMS 송수신 번호만 저장하고 내용은 따로 저장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해 경찰청은 전국 238개 경찰서에 수능부정 방지 전담팀(TF)을 구성했다. 실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기우에서 비롯한 것으로 이해한다. 우리는 미래를 책임지고 갈 청소년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동안 수능시험 준비에 고생이 많았던 수험생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끝까지 당당한 자세로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김선기 논설위원 kimsg@namdonews.com
칼럼
남도일보
2005.11.23 00:00
-
[데스크 파일]교원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기세민 사회부장 수년전 IMF 외환위기 직후 기업에서 대량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연봉제와 성과급제가 도입됐을 때, 우리는 한국 사회의 경직된 연공서열 위주의 승진 보상체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이러한 유연화된 고용과 승진의 관행은 공기업, 나아가 가장 안정적 지위를 누리는 공무원, 교사들에게도 닥쳐올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그 후 교사들에 대한 성과급 지급이 결정되면서 전교조 교사들이 이에 강력하게 반발을 했을 때, 장차 그 보다 훨씬 무서운 파도 즉 전면적인 교사평가 정책이 곧 다가오리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올 것이 오고 말았다. 교육부가 교원평가의 시범 실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전교조가 참여하기도 했던 교사 평가 관련 협의 테이블에서 평가를 시범 실시하는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전교조, 교총 등 교원단체가 이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일부 언론과 학부모 단체들은 교사들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교사들은 이제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교사들도 평가의 성역에 남아 있을 수 없다. 부적합한 교사를 교단에 계속 머물게 하는 것은 그들로부터 심대한 영향을 받을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국민의 대부분이 학부모이고, 일부 교사들에 대한 매우 부정적 경험을 갖고 있는 대다수 국민이 이 제도의 시행에 대해 대체로 지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 기인한다. 이러한 분위기를 생각해 본다면 교사, 학부모, 교육당국이 합의할 수 있는 평가모델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하고 또 공정하고 엄정하게 실시돼야 한다. 능력이나 자질과 무관하게 연공만으로 평가를 받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공직을 포함한 사회 각 분야에서 상하간의 다면 평가 고과가 일반화되고 있다. 호텔 종업원, 비행기나 기차의 승무원, 골프장 캐디 등 많은 서비스 분야 종업원들도 고객의 평가를 받는다. 제조업 제품에 실명제가 적용돼 소비자의 평가를 받은 지도 이미 오래다. 교원평가제도 다름 아니다. 교육수요자인 학생이나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평가를 전체 고과에 부분적으로 반영하자는 것이다. 그야말로 다면 평가 여러 주체 가운데 한 축일 뿐이다. 그런데 교사들은 왜 이를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대다수의 학부모가 원하는 것은 학습 지도 능력이 떨어지거나 교육자로서 부적격한 교사를 가리는 교원평가제다. 폭력이나 인격모독 행위를 일삼거나 촌지를 탐내는 일부 교사를 염두에 둔 것이지 성실한 교사를 제재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기계발 않고 세월만 흐르면 승진하고 정년을 누리는 현행 인사시스템의 불합리성을 교사들 자신이 더 잘 알지 않는가? 학습방법 개선을 위해 신지식을 습득하는 등 노력하는 교사와 현상에 안주하는 교사를 동등하게 대우해서는 불공정하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교사들의 사고도 변해야 한다. 자기 혁신 없이 교육 개혁을 외치는 것은 공허한 행위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들은 교원평가제를 거부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교원의 자질을 높이고 교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학교 현장은 교사들이 수업권을, 교장이 학교 경영권을, 학생들이 학습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공교육과 사교육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교사들은 이번 교원평가를 신뢰회복을 위한 계기로 당당히 수용해야 한다. 교사들의 진정성이 훼손되지 않으려면 교원평가제는 그대로 수용하면서 이와는 별개로 교사들이 진정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수업권을 되찾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ksm@namdonews.co
칼럼
남도일보
2005.11.23 00:00
-
[화요세평]세계 최고 과학자의 책임감과 리더쉽-김영철 전남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현재 황우석교수팀의 인간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과정에서의 난자취득의 윤리성문제가 세계적인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생명공학분야의 세계적인 연구팀이 예기치 않은 암초에 걸려 큰 어려움을 겪지나 않을까 국민들은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황 교수의 연구와 관련한 윤리논쟁의 본질은 오래전부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논란이 되어왔던 인간복제배아 실험과 난자취득과 관련한 생명윤리 문제와 여성인권문제로 집약할 수 있으며, 이들 국가에서는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가 윤리적인 문제로 극히 제한된 범위와 지원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간배아를 이용한 연구는 윤리적, 종교적인 문제와 분리되기 어려워 끈임없이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분야이다. 특히 난자취득문제는 여성인권과 관련된 사안으로 UN에서도 생명윤리규정을 제정하여 일반 장기와 마찬가지로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에 황교수연구팀이 설사 생명윤리법 제정 이전이라도 이를 어겼다면 법적인 하자 여부를 떠나 연구수단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세계최고의 과학자에게는 최고 수준의 엄격한 도덕적 책임뿐 아니라 이 분야의 윤리적 표준을 만들어가는 선도자적 리더쉽마저도 요구되기 때문이다. 현재 황 교수의 연구성과는 세계 생명공학계의 관심과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황교수팀이 세계 최고의 연구팀으로 남아있기 위해서는 인지도 획득이나 우수함의 인정을 넘어, 연구수단과 과정 또한 세계의 모범모델이 되고 존경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황 교수의 연구성과에 우리사회가 보여주고있는 관심와 기대는 특별하다. 세계적인 IT 상품과 자동차기술, 동남아의 한류열풍, 월드컵 4강으로 국가적 자존심이 많이 고취되어 있었으나 과학분야에서만은 이렇다 할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던 우리나라에게 황 교수의 연구업적은 국민들의 자긍심을 충족시켜 주기에 충분하였다. 하지만, 과학기술을 연구하는 대학의 연구자에게 보이는 관심과 열광은 연예계나 스포츠계의 슈퍼스타에게 보이는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학구적인 환경과 열정이 생명인 대학의 연구실과 실험실에 자주 취재 카메라가 등장나고 연구책임자가 각종 이벤트행사나 강연에 참석하여야 하거나 연구진행사항이나 해명 기자회견을 수시로 해야 하는 일들이 과연 바람직한 가를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 황 교수의 연구성과에 각종 지원책과 얼굴내밀기에 열성이었던 정부와 정치권이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생명 윤리문제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다소 역설적이지만 황 교수팀들이 다시 본래의 연구환경으로 돌아가 세계 최고수준의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의 지원이 조용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얼마전 네티즌을 상대로한 설문조사에서 노벨상이 기대되는 한국인 과학자로 황우석 교수가 압도적으로 선정되었다. 당시 과학기술의 개가였던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하여 많은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였던 노벨이 자신의 발명품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인류를 파괴하는 무기로 사용되는 현실을 바라보며 전 재산을 헌납하여 노벨상을 제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노벨과학상은 성취한 업적과 함께 인류발전에 대한 공헌도가 핵심평가지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교수가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연구목표를 달성하여 노벨상도 함께 받게 되기를 필자는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산이 많이 있다. 자신의 연구성과를 알리고 연구수단을 방어해야 하는 단계를 넘어, 줄기세포분야의 연구계에 주도력을 발휘하면서 연구의 윤리적 모범모델도 함께 선도해 가는 연구자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칼럼
남도일보
2005.11.22 00:00
-
[부동교]신춘문예 바야흐로 신춘문예의 계절이다. 매년 이맘 때면 전국의 일간지들이 일제히 ‘한국 문학의 미래를 이끌 신인작가 발굴’이란 컷을 달고 신춘문예 공고를 낸다. 신문사들이 신춘문예를 공모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선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풍경이다. 일정시대에 문학작품 발표 지면이 태부족일 때 신문사들이 그 역할을 맡으면서 전통으로 굳어진 이 제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문예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문단에 등용할 수 있는 통로도 다양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까지 굳이 신문이 문예공모를 해야 하느냐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잖다. 그러나 신춘문예는 모든 작가 지망생들의 열망 속에서 치러지는 ‘축제’임에는 틀림없다. 지금 쯤 문청들은 작품을 어디에 투고할 것인지에 고민하면서 작품 마무리로 초겨울 밤을 하얗게 지새고 있을 터이다. 많은 문학전문지들이 있어도 신춘문예는 아직도 우리 문단의 오랜 전통이며 최고의 영예로 꼽힌다. 새해 첫 날 신문사에서 선심쓰듯 내어주는 지면의 주인이 되기 위해 인생을 던지는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반가운 일이다. 문학이 아직도 척박한 토양에서만 자라야 하는가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직하게 써서 당당하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엔 모두가 동의할 게다. 이러한 생각조차도 사치스러울 만큼 문학을 하는, 혹은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등단이라는 절차는 절실하다. 신춘문예의 계절이 오면 가끔씩 생각나는 작가가 있다. 목포의 귀퉁이 째보선창을 떠나지 못하고 젊은 날을 보냈던 소설가 김시일 형이다. 그의 신춘문예병은 고교 시절부터 앓기 시작해 지천명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도 ‘신춘문예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병이다. 그의 바이러스가 많은 이들에게 전염됐음 좋겠다. 저마다 가슴에 지핀 불은 ‘얼음 세상’을 녹이는 불쏘시개가 될 테니깐…. kimsg@namdonews.com
칼럼
남도일보
2005.11.21 00:00
-
[무등을 바라보며]열린우리당의 ‘창당 초심‘ “지금 열린우리당에 가장 중요한 것은 창당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그것이 시대정신을 살리는 것이다.” 일주일전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과의 통합논의에 사실상 ‘불가(不可)’지침을 내렸다. 다름아닌 당의장과 당 지도부들을 초청한 청와대 만찬자리에서였다. 그러나 일부 열린우리당 호남지역 의원들은 대통령의 지엄한(?) 분부에도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어쩌면 이같은 창당초심이라는 원칙적이고도 근본적인 문제에 미주알 고주알 따질 만큼 한가한 입장이 아니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도 같다. 이번 주말 민주당 의원들과 이른바 ‘끝장토론’을 계획하고 있는 걸 보면 특히 그렇다. 물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주말 모임을 정례적인 회동이니 지역문제를 토론하는 자리니 하면서 한발 빼고는 있다. 당 지도부가 통합논의를 자제하라며 참석자들을 사전 단속하는 분위기다보니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허나 양당의 의원들이 모이면 통합얘기가 나올 건 너무나 뻔하다. 또 참석자들은 그걸 알면서도 모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지역 여당의원들이 어느 정도 불경죄를 감수해가면서도 무시하고 있는 창당 초심이란 과연 무엇일까. 지난 2003년 11월11일 열린우리당은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이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창당 축하 메시지를 통해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잘못된 정치구도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통합의 정치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당시 공동의장이었던 김원기 현 국회의장이 인사말에서 이를 받았다. “지역주의에 기생하고 안주해 명맥을 이어온 정치인들을 이 땅에서 남김없이 몰아내고야 말겠다는 것을 약속한다”라며 구체적이고도 강력한 실천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이나 과거청산 등 다른 메시지도 있었으나 누가 보더라도 열린우리당의 창당 초심은 지역주의 타파였다. 그 때 열린우리당은 원내 의석이 47석에 불과한 초미니 여당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다섯달뒤인 다음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특정 정당이 되고 말았다. 이 덕분에 거대 여당이 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창당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열린우리당이 ‘지역주의에 기생해 안주해온’ 정치인들을 몰아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해당자가 없기 때문이었을까. 유감이지만 이런 억지 주장을 하면 천하가 웃을 판이다. 현재 민주당과 합당하자고 나선 배경부터가 호남민심을 업어보자는 발상인데 지역주의에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지금 열린우리당은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아니 빠져들어야만 마땅하다. 선거는 다가오는데 도무지 지지도는 오를 줄을 모르고 지역 민심은 사납기만 하다. 도대체 내년 지방선거를 치를 엄두가 나지 않는 실정이다. 고육지책으로 민주당과 합종 연횡을 해보려 하는데 대통령은 속도 몰라주고 창당 초심 운운하고 있다. 어찌 혼란스럽지 않겠는가. 그런 그들에게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원래 의미를 들려주고 싶다. 이는 여우는 죽을 때 제가 살고 있던 언덕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말에서 유래됐다. 근본을 잊지 않고 고향생각이 간절함을 비유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은혜를 잊어서는 안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지역주의를 척결하는 것도 좋고 민주당과 합치는 것도 제 알아서 할 일이나 자신들을 뽑아준 지역민들의 은혜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그래서 정치인들의 모든 결정 앞에는 바로 민의가 우선돼야만 한다. 배은망덕한 자들의 말로(末路)가 결코 좋을 리 없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전복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칼럼
최혁
2005.11.21 00:00
-
[의정논단] 로버트김 사건과 정보강대국의 지향점 -김성곤 의원 열린우리, 여수갑 개인적인 가족사를 언급하게 되어서 죄송스럽지만 로버트김은 우리가족의 일원이기도 하지만 전국민의 성원을 받았던 인사이기 때문에 이번 방한과 관련하여 나름대로 평가를 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글은 국회의원으로서가 아닌 동생으로서 쓰는 글이기에 독자들의 이해를 미리 구하고자 한다. 로버트김 사건이 발생한 1996년은 남북관계 및 한미관계가 매우 불안정한 시기였다. 불안정한 시기에는 국가나 조직이나 개인이나 고급정보를 매우 필요로 한다. 로버트김은 그 정보의 한가운데 있었고 백동일 대령은 대한민국이 파견한 무관으로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이 사건은 그러한 연관성속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보아야 하며, 로버트김의 행위는 스파이행위라는 개념속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잠수함 침투사건 등 풍전등화의 모국의 상황앞에서 본능적으로 모국을 돕고자 했던 순수한 행위에 불과했다. 이것을 학문적으로 표현하자면 한국의 혈통적 민족주의와 미국의 세계주의의 틈바구니속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
칼럼
남도일보
2005.11.19 00:00
-
[특별기고]소액다수 정치자금 기부 활성화를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포인트가 쌓이지만 정작 포인트를 활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는 것 같다. 포인트는 현금처럼 물건을 살 수 있고, 마일리지로 전환해 비행기표를 구입하는 등 유용한 재테크 수단이 된다. 이러한 신용카드 포인트를 세테크에 활용해 보도록 하자. S카드의 경우 적립된 포인트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원 후원회 등에 기부할 수 있다. 더불어 기탁금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기탁금제도는 국가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개인으로부터 이를 받아 일정한 요건을 갖춘 정당에 지급하는 제도로써, 기부자와 받은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청탁 등 폐해를 예방해 건전한 민주정치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당원이 소속 정당에 납부하는 당비와 후원회의 회원이 납입하는 후원금은 공무원 및 일정한 신분을 가진 자를 제한하고 있어 깨끗한 정치발전을 위해 평소 기부를 생각하고 있는 공무원 등은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기탁금 제도를 이용해 공무원은 물론 일반 국민들 역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있다. 이 기탁금은 1만원 이상 기탁이 가능하며, 연말정산시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 10만원이 넘는 금액은 소득공제를 받는다. 다시 말해, 10만원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하면 연말정산 때 11만원을 되돌려 받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현행 정치자금법 개정 이후 정치자금 모금실적이 저조하다고 한다. 이유는 정경유착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 기업체·단체 등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했지만, 소액 다수의 정치자금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탁방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8088)의 기탁금 시스템을 이용해 온라인 기탁을 하거나, 각급 선거관리위원회(1588-3939)에 직접 기탁하면 된다. 이번달 24일 오후 2시부터 소액다수 정치자금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바른정치 후원의 날’ 행사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된다. 우리 전남 지역에서는 목포와 순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기부에 뜻이 있는 주민은 동 행사장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정치자금을 기탁하면 된다. 수십년간 고착화된 한국 정치의 검은 뒷거래를 국민 손으로 바꿀수 있다. 맑고 밝고 깨끗한 정치를 원하는 국민이라면 먼저 솔선수범해 깨끗한 정치풍토를 만들어가자. 우리가 기부한 작은 돈이 깨끗한 선거문화를 만들고, 더 나아가 바른 정치로 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칼럼
남도일보
2005.11.18 00:00
-
[사직골에서]‘정율성음악제’가 남긴 것들 -김선기 논설위원 올 가을은 유독 단풍잎이 고왔다. 자신의 피(엽록소)를 말려서 우리에게 단풍을 선물한 나무들의 희생에 숙연함까지 든다. 계절의 끄트머리에서 단풍처럼 자신의 예술혼을 불살라 민족의 희망의 불씨를 지폈던 한 음악가를 위한 ‘특별한 잔치’가 열렸다. 아름다운 선율을 통해 한국과 중국은 물론 동북아시아를 하나로 묶어냈던 ‘제1회 광주정율성국제음악제’가 그 것이다. 광주 남구 양림동 출신‘중국 혁명 음악가’ 정율성 선생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이 음악제는 남구청과 중국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했다는 사실에 일단 눈길을 끌었다. 지난 11일 오후 7시 광주문예회관 대극장, 우리 곁에 ‘아름다운 단풍’으로 돌아온 정율성의 음악혼을 체감하기 위해 몰려든 관객은 순식간 1704석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이내 통로까지 들어서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대중가수의 공연도 아닌, 클래식 음악에 이처럼 인산인해를 보였던 경우는 드물었던 터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음악가 정율성’은 그다지 우리 귀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 내내 대극장 객석을 가득 메웠다는 것은 광주시민의 문화수준을 가늠케 했던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이틀 동안 진행된 음악제에서는 정율성 선생의 조국사랑과 혁명의 열정을 담은 가곡과 합창곡, 동요 등 40여 곡이 선보여졌다. 한·중 합창단과 성악가의 아름다운 하모니는 국경을 초월해 민족의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뿐 만 아니라, 음악제와 곁들여 정율성 선생의 삶과 예술혼을 집중 조명한 국제학술세미나는 이번 행사의 또 다른 소득이었다. 이번 음악제의 괄목할 만한 성과는 한국과 중국, 나아가 북한은 물론 동북아시아를 아우르는 평화 음악축제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점이다. 사실 정율성국제음악제가 개최 되기까지에는 참으로 많은 아픔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그같은 고난을 딛고 일궈낸 음악제는 갈등과 반목을 ‘화합’이라는 코드로 묶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개막식에서 우리에게 보여줬던 박광태 광주시장과 황일봉 남구청장의 ‘아름다운 모습’은 내내 기억으로 남는다.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렸던 ‘제1회 광주정율성국제음악제’의 치적을 두 단체장은 서로에게 안겨주며 격려했다. 우리는 그들의 모습에 아낌없는 박수를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 정치인이기에 앞서 ‘광주사람으로서의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모두가 음악의 힘이고, 정율성의 힘이었다. 남구청이 비교적 짧은 기간에 정율성 선생을 발굴하고 국내외 관심속에서 음악제를 개최하게 된 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박 시장의 지적처럼 지금의 정율성을 있게 한 이는 황일봉 청장이다. 그의 황소같은 뚝심은 ‘정율성’이란 브랜드로 중국정부를 움직였고, 광주가 지닌 예향과 민주화의 이미지를 ‘정율성’이란 문화적 아이콘으로 담아냈다. 흔히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부르면서 세계 각 국은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국가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문화는 곧 국운을 좌우하는 힘’이라는 사실에 전세계인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차 강조했 듯 ‘중국의 3대 음악가’로 꼽히는 정율성 선생은 13억 중국인을 광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무한한 흡인력이 갖고 있다. 지금, 광주는 문화수도를 지향하며 착실하게 주춧돌을 놓아가는 마당이다. 문화수도가 온전하게 육성되려면 문화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앙상블이 이뤄져야 하는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번에 확인했듯 ‘음악가 정율성’은 이 모두를 갖춘 문화수도의 자양분임에 틀림없다. 음악제 마지막 밤, 10여분 동안 이어진 2천여 관객의 기립박수가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도 그 때의 박수 소리가 귓전에서 떠나질 않는다. kimsg@namdonews.com
칼럼
남도일보
2005.11.18 00:00
-
[특별기고]순국선열의 날에 즈음하여-광주지방보훈청 선양계장 정현태 17일은 제66회 ‘순국선열의 날’이다. ‘순국선열의 날’은 일제에 침탈당한 국권 회복을 위해 일신과 가족의 안위를 돌보지 아니하고 구국의 제단에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선열들의 얼과 위훈을 기리기 위한 기념일이다. 이날은 대한제국이 실질적으로 국권을 상실한 을사보호조약이 늑결(勒結-억지로 조약을 맺음)된 날로서 1905년 이날의 망국을 전후하여 수많은 선열들이 구국을 위하여 용감히 싸우다가 순국하였으므로 이 날을 기념일로 제정하게 된 것이다. 명성황후가 일제에 의해 시해된 1895년 을미사변으로부터 1945년 광복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애국선열들은 일제의 침략에 항거하여 의병활동을 필두로 애국 계몽운동, 독립만세운동, 독립군 활동, 의열투쟁, 광복군 활동 등 국권회복을 위한 줄기찬 항쟁을 전개해왔다. 이 과정에서 순국한 선열의 수치는 기록상 약 9만6천여명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문헌상의 수치일 뿐 실제 순국하신 선열은 30여만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오닐이 바로 그 분들의 얼과 위훈을 기리는 날로써 국가보훈처에서는 광복 60주년, 을사늑약 100년을 맞는 금년의 기념행사를 국민과 함께하는 뜻 깊은 행사로 추진할 계획이다. 중앙기념식은 이날 오전 10시 백범기념관에서 독립유공자 및 유족, 3부요인, 각계대표, 시민, 학생 등 2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되며 국외행사는 미국 호놀루루에서 독립유공자 및 유족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일부 광역시·도에서도 기념식이 거행될 계획이며 독립유공자에 대한 포상도 전수된다. 하지만 11월17일 이 이런 뜻 깊은 날이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마음 한쪽이 허전하기 그지없다. 우리지역은 예부터 충절의 고장이다. 충절의 고장에 걸맞게 전통을 이어받아 선열들의 빛난 얼을 후손들 가슴에 심어주고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다행히 우리지역에는 자랑스런 애국선열들을 추모하고 민족정기를 바로세우기 위하여 건립된 독립운동시설물이 있다. 송재 서재필 기념공원(보성), 일강 김철선생 기념관(함평), 매천 황현선생 생가(광양), 백정기의사 기념관(정읍), 소충사(임실) 등이 그것이다. 우리 모두 제66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엄숙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선열들의 고귀한 애국정신이 살아 숨쉬는 독립운동시설을 자녀들과 함께 찾아보는 것이 우리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칼럼
남도일보
2005.11.17 00:00
-
[범대순의 세상보기] 왜 호남학인가 60년대 중엽 한국 문인협회 순회강연 계획으로 광주에 온 조연현 선생이 ‘지방문학’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적이 있었다. 전부는 기억나지 않지만 지방 문학 또는 지방 문인을 도와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딘지 위선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터라 강연이 끝나고 나는 지방문학이라는 개념에 대해 더 설명해 달라고 질문하였다. 그는 일본에도 북해도 문학이 있는 등 지방에 사는 문인들의 작품과 문인들이 지방문학을 대표한다고 말하였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대구에 사는 청마 유치환 선생이나 전주에 사는 신석정 선생도 지방 문인인가. 서울과 지방을 굳이 차별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나는 문학에 있어서 지방이라는 개념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내가 알기론 노벨상 수상 작가 등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인들이 꼭 수도에 사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문학에 있어서 지방의 개념은 한국적 편의주의라고 믿고 있다. 서울에 살면서 당시 그분이 주도한 한국문단의 주변에 모인 사람들의 3류성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나의 문인은 그가 어디에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가 어떤 작품을 쓰고 있는가가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우월감이 강하다. 그 우월감은 정치 경제 문화 할 것 없이 전 분야에 걸쳐 비정상적인 편의주의와 연결된다. 1963년 전남대에 ‘호남문화 연구소’가 개설되었을 때 나는 내심 거부감이 생겼다. 호남문화라는 개념이 성립할 수 있는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문화를 그렇게 세분하면 결국 동네 문화까지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당시 내가 생각한 지역성 주장은 전체적 보편성을 손상시킨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보편성속에 수용되지 않은 지역 문화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나의 그 생각은 짧았다. 특수성에 대한 인식 부족에 기인한 것이었다. 20세기 학문의 특징은 특수성이 보편성과 그 가치론에 있어서 우열이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적 시대정신에 기인한 것이다. 19세기까지의 문학은 영웅 중심이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서 문학의 주인공은 영웅이 아니라 특수한 사람, 가령 약한 사람이거나, 병든 사람이거나, 버려진 사람이거나, 고통 받는 사람이다. 또 작가 자신의 마음속에서도 어두운 곳, 구겨진 곳, 밀리는 곳, 소외된 곳을 그린다. 전통적으로 정상적이라 생각되었던 영웅중심의 인식은 어딘지 위선적이고 진실하지 않은 것으로 오늘은 인식되고 있다. 말하자면 특수성이 보편성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독자들은 훌륭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와 같거나 더 못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위안을 얻는 것이다. 이 또한 민주적 사고방식과 관련이 있다. ‘왜, 호남학인가‘라는 주제는 ’왜, 특수성인가‘라는 제목과 일치한다. 학문에 있어서 호남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호남의 특수성을 한국의 보편성과 일치시키고자 하는 야심을 읽을 수 있다. 다소 의식적이고 공격적인 느낌과 같이 성찰적이면서 새로운 각오를 엿볼 수 있는 주제이다. 지난 10일 전남대에서 호남학 연구단과 지역문화교류재단 공동 주최의 학술 심포지움이 열렀다. 주최측의 각오나 발표한 사람들의 자세나 토론 등 참여한 청중들의 태도로 보아 무엇인가 일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다. ‘가장 특수한 것이 가장 보편적이다’. 이것은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개념을 표절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세계화 또는 지구화를 지향하는 시대에도 하나의 표준성을 갖는다고 나는 믿는다. 나는 ’왜, 호남학인가‘의 질문에 위의 개념으로 대답하고 싶은 것이다. 이 말은 약무호남이면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의 개념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호남학 학술 심포지움을 경청하면서 한국문화가 시대정신으로 해석될 계기가 될 것을 기원하였다
칼럼
남도일보
2005.11.17 00:00
-
[부동교]책 읽기 ‘인터넷 제국 건설자’ 빌 게이츠는 독서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바쁜 일과 중에도 매일 한 시간씩, 주말에는 두세 시간씩 책을 읽고, 출장 갈 때는 꼭 책을 챙긴다고 한다. 또 미국 부시 대통령을 흔히 텍사스의 한량 정도로 생각하지만 선거 기간에도 책을 차에 두고 읽을 만큼 그의 독서열은 대단하다. 클린턴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골프광인 그가 휴가 갈 때 골프채나 둘러메고 가는 줄 안다. 하지만 그의 여행가방에 빠지지 않는 휴가 목록이 있다. 바로 책이다. 그는 10일 휴가에 책 12권 정도를 갖고 간다. 클린턴이 휴가 때 무슨 책을 읽느냐가 항상 뉴스의 초점이었고 서점가의 관심사였다. 얼마 전 NOP월드라는 여론조사기관이 각 국 인쇄매체 접촉 시간을 조사,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30개국 가운데 한국이 영광스럽게도 꼴찌다. 물론 이 조사는 ‘독서량’이 아닌 ‘인쇄매체 접촉시간’을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인터넷이나 영상환경이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낮게 나타난다는 한계가 있긴 하다. 그러나 한국인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버스나 지하철 풍경을 보면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사람들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책이 아니라 휴대폰이다.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고 성냥갑만한 액정화면을 들여다보며 게임에 열중하는 모습은 마치 ‘휴대폰 중독자’를 보는 듯 하다. 세계가 지식정보화 시대로 옮겨가면서 독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세상은 언제나 책 읽는 사람들이 움직여왔다. 당장 이익이 되는 무엇인가를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책 읽기를 게을리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읽는 자만이 승리한다는 진리는 언제나 유효하다. 이제 캘린더가 달랑 한 장 남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마음에 불을 지필 책 한 권을 손에 넣자. 김선기 논설위원 kimsg@namdones.com
칼럼
남도일보
2005.11.16 00:00
-
[데스크 파일] 민주당을 지켜본다 민주당이 요즘 벌이고 있는 밥그릇 싸움이 볼 만하다. 갈등을 빚고 있는 당사자들이야 나름대로 명분을 갖고 싸우지만 객관적으로 지켜보고 있는 유권자들의 눈에는 그저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근 이지역 언론들이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이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에 비해 지속적으로 평균 10% 이상의 격차로 1등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번 내분과 맞물려 흥미롭다. 간단히 말해 지난 총선 이후 지역내에서 바닥을 기던 지지율이 살아나자 별반 관심이 없던 밥그릇에 다시 목숨을 거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 내분의 핵심은 광주와 전남지역을 이끄는 시·도당 위원장의 선출 방법을 놓고 당원간에 보이고 있는 견해 차이다. 한화갑대표 등 지도부는 당의 경쟁력 제고와 인지도가 높은 명망있는 인사를 위원장으로 선출하기 위해서는 대의원에 국한하지 않고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한 후원당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채택한다는 것이다. 반대편 입장측은 “어쩔 수 없이 경선방식을 수용하지만 불법정치 자금 수수, 공금횡령 혐의 등으로 고발을 당해 당의 이미지를 실추한 한대표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외형적인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속을 들여다 보면 똑같은 목적이다. 즉, 어느지역 보다도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자신들이 목적하고 있는 선출직 자리를 서로 차지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싸움인 것이다. 지자체 선거는 물론 향후 대선, 총선까지 겨냥해 후보를 선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도당 위원장 자리를 자신들 편으로 심는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갈등이다. 정당내에서 상호간에 적정한 세력을 형성해 서로를 견제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정당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문제는 이같은 갈등이 국민을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견제 차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들어 민주당으로 돌아선 지지자들은 또 다시 실망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여당의 행태에 지치면서 과거의 향수가 생각나 다시 결집하기 시작한 세력들이다. 대통령 탄핵 이후 치뤄진 총선에서 민주당은 참패를 당했다. 민심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는 민주당의 존립 가치에 대해 대다수가 회의감을 느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의 민주당이 재기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을 수반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는것은 불문가지이다. 뒤따라아 하는 것은 시대의 조류에 맞는 변신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변화의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외형적으로도 대권주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지역을 제외하고는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한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지역당으로 그저 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민심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 노력이라도 눈에 띄어야 하는데도 찾기가 힘들다. 현재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에도 정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특별히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노대통령을 포함한 현정권의 일관성없는 정책과 지역 푸대접에 시·도민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민심은 하루가 다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국민이 잘 모르는 것 같아도 최소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제대로 펴고 있는지는 꿰 뚫고 있다. 소수당으로 전락한 이후 민주당으로서는 현상황이 재기하는데 최고의 호기다. 지역당이라는 닉네임을 가졌지만 어찌됐든 이지역에서 최고 많은 지지층을 가졌다면 전국 정당으로서의 발돋음도 가능한 상황이다. 예전의 민주당도 호남당에서 출발해 수도권까지 외연을 확대했다. 지금의 민주당이라고 예전의 영화를 누리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안일하게 그저 지역내 밥그릇 싸움만으로는 영화가 다시 올 수 없다. 민주당의 향후 발걸음을 지켜보고 싶다. 이승범 정치경제부장
칼럼
남도일보
2005.11.16 00:00
-
[화요세평]우리의 식탁 이대로 둘 것인가-함형실(국민건강보험공단 광주지역본부장) 요즘 중국산 김치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하루 세끼에 적어도 한번은 김치를 먹는다. 그런데 그 김치에서 기생충이 검출됐다고 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기생충 김치’를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반품 및 환불을 해 준다고 하는데, 이게 환불로 될 말인가?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피자나 햄버거 등 인스턴트 식품에 길들어진 어린이들의 불균형한 식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그동안 김치 먹는 행사를 해 왔었는데, 그것도 중단한다고 한다. 구내식당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한 김치는 거의 먹지 않고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주부들은 이젠 김치를 손수 담가 먹겠다고 부산하고, 덩달아 배추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금값이다. 무분별한 수입김치와 유통검사 체계의 허술함이 우리 식생활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암을 유발하는 성분인 말라카이트 그린의 검출소식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중국산 수입장어, 국내산 송어와 향어 등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밖에도 납과 표백제가 검출된 찐쌀, 납김치 등 우리의 먹거리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국내에 유통되는 농·수산물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우리 식탁에 남아 있을지 모를 일이다. 정부는 식품과 관련된 법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현재는 수입 유통되는 식품의 품목이나 양에 따라 여러 부처로 나눠져 관리되고 있다. 만약 어떤 식품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재료별 유해물이나 위생상태를 추적 조사해야 하는데, 식품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정부 부처는 7개에 이른다. 지도단속 업무는 대부분 지자체로 이관되고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때문에 식품분야 규제의 절반 이상이 폐지됐다. 국민들의 건강한 식생활과 안전한 위생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관련법의 정비와 대책이 요구된다. 중국산 농산물이 일본의 식탁도 지배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일본은 문제가 없는 것인가? 일본업체 ‘니츠로’의 중국산 완두콩 관리 흐름도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는 재배단계에서부터의 철저한 품질 관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파종에서부터 수확, 가공까지 단계별로 꼼꼼히 검사해 불량품이 발생할 여지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업체 직원이 수시로 재배 현장에 나가 안전성을 체크하는 것은 필수다. 김치는 한국 고유의 전통음식으로 필수식품이며, 비타민이 다량 함유돼 있어 정장작용에도 효과가 있는 채소염장 식품이다. 김치는 항암효과에도 탁월하다. 채소는 대장암을 예방해 주고 마늘의 성분은 위암, 그리고 김치에는 베타카로틴 성분이 높기 때문에 폐암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비타민이 풍부한 김치는 비타민 A, B, C 등을 비롯해 그 부재료가 지닌 다양한 영양성분을 공급하며, 인체의 생리기능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는 종합보양식품이다. 항암 효과에도 탁월한 김치가 한국사람의 식탁에서 주요 식품으로 자리잡고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건강보험공단에서는 올해부터 암, 심장, 뇌혈관질환 등 중증환자에 대해서 보험 혜택을 확대시행하고 있다. 공단에 등록된 암환자의 경우 본인이 부담하는 금액이 지난 9월 1일부터 50% 정도 경감돼 혜택받고 있다. 공단에서는 현재 61% 정도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2007년도까지 선진국 수준인 70% 이상으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 공단의 사후노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올바른 식생활과 안전한 식품위생을 위해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가 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이번 기회에 식품위생과 관련된 법과 제도를 강화하고, 관리인원을 충원하는 등 전반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한정된 정부관리 인원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입유통업체들의 위생의식과 도덕적 책임이 함께 수반돼야 할 중요한 때다
칼럼
남도일보
2005.11.15 00:00
-
[부동교]불단풍 “올해는 단풍이 유난히 곱다.” 요즘 무등산 언저리에만 가도 행락객들 사이에서 이 같은 감탄사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단풍의 빛깔이 예년에 비해 훨씬 짙고 울긋불긋해 장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올해 단풍이 특히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 기상 전문가들은 10월 중 일교차가 예년보다 컸던 게 원인이라고 말한다. 일교차는 단풍의 빛깔을 좌우하는 가장 큰 기상 요소다. 낮과 밤의 기온 차가 크면 클수록 단풍의 색깔은 더욱 짙고 고와지는 법이다. 잘 알다시피 단풍의 원리는 나무에서 초록색을 내는 엽록소(클로로필)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일조량이 적어지고 광합성량이 줄어 엽록소의 합성은 자연적으로 멈춘다. 그러면서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다른 색소들이 분해된 엽록소와 합성을 하면서 저마다의 색깔을 띠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타시아닌은 잎사귀를 빨갛게, 카로틴은 누르스름하게, 크산토필은 샛노랗게 물들이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이들 색소들은 온도 변화가 심할수록 화학적 작용이 활발해지는 특성을 갖기에 일교차가 크면 클수록 단풍의 빛깔이 울긋불긋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제 단풍이 끝물에 접어 들었다. 나무는 생명처럼 소중한 자신의 피(엽록소)를 말려서 우리에게 단풍을 안겨주었다. 우리의 감탄사 뒤에는 그들의 아름다운 희생이 동반됐다. 어떠한 일이든 희생과 고통이 따르지 않고선 아름다운 결과를 가져올 수 없음을 자연은 스스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겉으로만 드러난 현상, 즉 외형지상주의에 너무 젖어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단풍 위로 그들이 겪었을 고통과 아픔이 클로우즈업돼 마음을 숙연케 한다. 입동이 지난 까닭일까. 아침 저녁으로 제법 추위의 두께가 덧씌워지고 있다. 이 계절이 떠나가기 전에 우리도 누군가를 위해 아름다운 단풍이 되어 보자. 김선기 논설위원 kimsg@namdonews.com
칼럼
남도일보
2005.11.14 00:00
-
[무등을 바라보며]호남민심은 주머니속의 물건? 정말 뜻대로 안되는 게 세상일이다. 요즘엔 특히 그렇다. 워낙 인심이 험악해지다 보니 부모 자식간마저도 예전같지가 않다. 하물며 타인이나 일반 대중의 마음을 제 맘대로 요리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민심을 마치 제 주머니 속의 물건인양 맘대로 주물러보겠다는 황당한 야심들이 끊이지 않는다. 어찌보면 그 또한 세상사일지 모른다. 주머니 속의 물건을 꺼내 가진다는 뜻으로 손쉽게 얻을 수 있음을 이른바 낭중취물(囊中取物)이라고 한다. 우리 속담의 ‘누워서 떡먹기’, ‘식은 죽 먹기’와 비슷하다. 저 유명한 삼국지(三國志)에서 비롯됐다. 중국 후한(後漢) 말기 관도전투에서 당시 조조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던 관우가 원소의 맹장 안양과 문추의 목을 베어 오자 조조와 모든 장수들이 침이 마르게 그를 칭찬했다. 그러자 관우는 “저는 대단하지 않습니다. 제 아우 장비는 백만 대군 가운데 적장의 목 베기를 주머니속 물건을 꺼내는 일처럼 쉽게 합니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는 것이다. 어원(語源) 자체는 이렇듯 사뭇 겸손한 분위기에서 유래됐는데 작금의 유사한 행태는 매우 겸손치 못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 싶다. 다름아닌 최근 정치권의 모습이 그렇다는 얘기다. 10·26 재·보선 이후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들은 또 그들대로 툭하면 호남민심을 아울러 보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다시 합당을 해야한다느니 말아야 한다느니 하는 그들의 주장 저변에는 이 지역 민심을 업어보겠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마치 이 지역의 표심이란 걸 한동안 잊고 있다 다시 꺼내들면 그만인 낭중의 물건처럼 여기는 것같아 불쾌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건 청와대나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엔 기껏 한다는 얘기가 호남고속철을 조기 착공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 일찍 만들어 봐야 적자투성이일게 뻔하니 경제논리상 해줄 수가 없다는 입장이었고 고자세였다. 그 누구도 아닌 노무현 대통령의 전폭적 신임을 얻고 있는 이해찬 총리의 말이었다. 그러던 게 엊그제는 180도 바뀌었다. 노대통령이 전남도청 신청사 개청식 메시지를 통해 호남고속철문제는 기존의 잣대로 봐서는 안된다고 했다. 사전에 협의했다는 이총리도 서둘러 이에 화답하고 나섰다. 누가 봐도 이 지역에 대한 러브콜임이 뻔했다. 그렇게 속을 내보인 행태지만 그래도 워낙 차별대접을 받아온 이 지역 사람들에겐 그나마 위안거리가 될 것도 같았다. 더 이상 속이지만 않는다면 뭐 나쁠 것도 없지 않느냐는 얘기도 나올만 했다. 그러나 그게 단 며칠을 가지 못했다. 틈만 나면 투포트 시스템(양항정책)을 부정했던 해양수산부가 또 다시 광양항의 정상개발에 딴죽을 걸고 나선 것이다. 용역결과를 빙자해 광양항의 축소개발이 가능하도록 멍석을 깔았다. 그러찮아도 이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은 오거돈 해수부장관이 수시로 광양항을 제물삼아 부산시장에 진출하려 한다며 그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는 터다. 전후 사정이 이 정도니 제 아무리 대통령이 ‘(호남 개발이) 내 임기에 안되면 이후라도 절대 되돌릴 수 없도록 토대를 확고히 해놓겠다’고 백번을 강조한들 이를 믿을 수가 없지 않겠는가. 이 지역 민심을 주머니 속의 물건처럼 갖고 노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앞다르고 뒷다른 말로 어르고 뺨치는 것만은 제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정말로 균형발전을 위한다면 그리고 그게 참여정부의 확고한 정책신념이라면 대통령이 전국을 향해 떳떳이 선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호남은 그 동안 너무나도 소외돼왔기 때문에 이 지역의 개발을 저해하는 어떠한 정책적 발상이나 정치적 문제제기를 하는 세력에게 ‘크게 후회할만큼’ 불이익을 주겠노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 같은 말이 과연 얼마나 먹힐 지 그것도 걱정이라면 걱정이다.
칼럼
최혁
2005.11.14 00:00
-
[의정논단] 반성과 초심(初心)-국회의원 유선호 (열린우리당, 장흥.영암) 열린우리당이 국민들의 호된 질책을 받고 당지도부가 전원사퇴 하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당의 지도층에 속하는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집권여당의 혼란과 진통은 국민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하루빨리 수습하고 안정적으로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필자는 이번 과정에서 당의 위기수습을 위한 비상집행위원에 선임되어 더욱 어깨가 무겁다. 우선 정확한 원인진단과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정부여당은 경제회생과 한반도 평화정착, 국토의 균형발전 등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일정한 성과도 올렸지만,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얻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국민들은 우리에게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고 명령하고 있다. 보다 더 겸손한 자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삶을 어루만지며 함께 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당이 진정으로 거듭나서 필사즉생의 각오로 제2창당을 해 나가지 않을 경우 영원히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반성 속에서 창당의 초심을 되새겨 본다. 우리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으로서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여 선진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인 소명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서민들 삶의 세세한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정책을 생산하고 실현하는데 부족함이 있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라는 거대한 격랑 속에서 날로 심각해지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제대로 된 해법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있는지, 우리의 정치개혁과 정당개혁이 진정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와 참여 속에서 이루어졌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된다. 당의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집행위원회를 구성한 진정한 뜻은 10.26 재선거 패배라는 단순한 이유를 떠나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지 못한 당과 정부, 청와대 등 여권 전체의 구조적 문제를 이제는 근본적으로 재점검하여, 시스템을 정비하자는 데 있다고 본다. 진정한 자기성찰 속에서만 우리는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국민의 질책을 입에 쓴 보약으로 알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 그래서 집행위원회에서는 ‘국민과의 대화’를 추진하면서, 그 과정에서 쏟아지는 쓴소리, 여권의 난맥상에 대한 국민의 시각을 현장에서 접수해 나가고 있다. 이것이 향후 집권여당의 정국운영 로드맵을 마련하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믿는다. 또한 우리당이 앞으로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자기정체성을 분명히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창당정신으로 갖고 있던 소중한 정치개혁의 가치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면서도 현실에 맞는 정당운영의 시스템을 만들어 내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특히 1987년 이후 국민들의 정치적 권리는 신장되고 절차적 민주주의는 공고화 되어 왔으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경제적인 실질적 민주주의로 심화 발전시켜야 한다. 우리당이 지향하는 가치 중 국민들의 사회경제적 권리를 확대하고 실질적 삶을 향상시키는 데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경제와 서민복지, 성장과 분배에 더욱 눈을 돌릴 것을 요구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기국회에는 해결해야 할 민생개혁 입법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중소기업과 재래시장 및 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입법과제, 부동산 안정을 위한 8.31조치 입법화, 사회양극화 해소와 사회안전망 구축, 복지대책을 위한 조세제도 개혁,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개정 문제 등 하나 같이 중요한 과제들이다. 이런 과제들과 씨름 하면서 국민의 피부에 와 닿고 삶에 직결되는 변화와 개혁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 요란하지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실천하는 가운데 얼어붙었던 국민들의 마음도 풀리고, 잃었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칼럼
남도일보
2005.11.12 00:00
-
[부동교]竹竹 데이 ‘데이(Day) 마케팅’이 점입가경이다. 요즘에는 심지어 ‘브래지어 데이’까지 등장한 모양이다. 엊그제 지났지만 ‘11월 8일’을 ‘브래지어 데이’라고 일컫는다. ‘11’자는 브래지어 끈을, ‘8’자는 옆으로 누인 브래지어 컵을 각각 형상화한 것이다. 오늘이 ‘11월 11일’, 일명 ‘빼빼로 데이’다. 사실 ‘빼빼로’는 모 회사의 과자 이름이다. 부산·경남지역 여고생들이 11월 11일 친구들에게 이 과자를 주면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고 기원한 데에서 유래됐다. 제과회사가 누리는 홍보효과는 엄청나다. 당장 11월은 다른 달 보다 70% 정도 매출이 늘기도 하지만, 그 보다 제품명이 일반명사처럼 통용되는 경제적 효과는 계산이 어려울 정도다. ‘11월 11일’은 ‘젓가락 데이’라는 또 다른 애칭이 있다.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호아빈’이 11월 11일을 ‘젓가락 데이’라고 명명, ‘가장 젓가락질을 잘 할 것 같은 사람은 황우석 교수’라는 설문조사까지 내놓았다. 기업의 최고 목적은 이윤 추구다. 이런 점에서 기 업들이 자사의 흥망이 걸려 있는 마케팅 전략에 사활을 거는 건 당연하다. 자치단체들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행정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곳도 많다. 일례로, 담양군은 고유 브랜드인 ‘대나무’를 이용해 ‘11월 11일’을 ‘죽죽(竹竹) 드림 데이(Dream Day)’로 지정했다. 숫자 ‘1’이 네 번 겹친 ‘11월 11일’을, 하늘 향해 곧게 뻗은 대나무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설명이 그럴 듯 하다. 담양군은 ‘죽죽 드림 데이’를 맞아 죽녹원에서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해 ‘운수대통’을 기원하는‘소망등 달기’행사를 준비했다.‘잘 찍고, 콕 집어라’는 의미에서 대나무로 만든 젓가락과 포크, 도끼를 선물로 준비했다는 담양군수의 말이 더 재밌다. 김선기 논설위원 kimsg@namdonews.com
칼럼
남도일보
2005.11.11 00:00
-
[특별기고]‘난(暖) 2018’ 운동에 동참을 -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광주전남지사장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며 우리나라의 경제에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60달러를 넘어선 국제유가는 몇몇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어 내수침체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국내 연간 에너지 수입액이 471억 달러를 넘어서고, 석유 사용량은 세계 7위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가 많아 고유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 여기에 계절적으로는 난방용 연료의 사용 증가로 인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동절기로 접어들고 있어 석유수급 안정이 어느 때 보다도 시급한 국가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에 따른 우리경제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최우선의 대책은 우리국민들의 에너지절약 의식 제고와 실천이다. 선진 외국의 예를 들어 보아도 정부의 대책 보다는 어려서부터 몸에 배어 있는 절약 의식이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우리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에너지절약 실천이 절실히 요구되는 올 겨울 건강한 겨울을 나기 위해 온 국민이 ‘난(暖) 2018’운동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난(暖) 2018’의 2018은 겨울철 실내건강온도인 20℃∼18℃를 뜻하는 것으로 이는 ‘나는 2018을 준수 하겠다’ 혹은 한자 따뜻할 난(暖)을 이용하여 ‘2018을 지켜 따뜻하고 건강한 겨울을 보낸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이번‘난(暖) 2018’운동을 통해 겨울철 실내건강온도인 20℃∼18℃를 온 국민에게 알려서 올바른 에너지 소비문화 정착에 힘쓸 예정이다. 실제로 내복을 입고 실내온도를 3℃ 낮춘다면 전체 난방에너지 사용량의 20%가 절감되며 돈으로 환산하면 광주전남지역에서 700억원 가량이 절약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또한 겨울철에 지나친 난방을 할 경우 추위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고 실내공기가 건조해져 겨울철 호흡기질환이나 아토피성피부질환 등의 원인이 되므로 실내건강온도인 ‘2018’을 지키면 겨울철 건강도 함께 지킬 수 있다. 에너지 소비가 특히 많은 대형사무실, 오피스빌딩들의 자발적인 동참을 이끌어내 적절한 실내온도가 유지되도록 하고, 범국민적 내복 입기 붐을 다시 일으킬 계획이다. 특히 이번 운동은 주로 가정을 대상으로 벌인 기존의 내복 입기 운동을 에너지 낭비가 특히 심한 공공장소와 빌딩들에까지 확대시킨 데 그 의의가 있다. ‘난(暖) 2018’캠페인은 그간 에너지관리공단이 펼쳐온 일련의 에너지 과소비 문화 바로잡기 운동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공단은 지난겨울 내복 입기 캠페인을 펼쳐 겨울철 내복 입기 붐을 조성했었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자원빈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냉·난방용 에너지를 무절제하게 낭비하고 있다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경우, 미국 18.3℃, 영국·프랑스 19℃, 일본 20℃ 이하를 겨울철 실내온도 기준으로 삼아 이를 준수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에너지시민연대가 조사한 2004년 우리나라 공공장소의 겨울철 평균 실내온도는 22.4℃로 나타나 우리의 잘못된 난방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나라에는 근래에 실내에서 여름철에는 긴소매를, 겨울철에는 반소매를 입는 웃지못할 에너지과소비 풍조는 참으로 무책임한 생활문화라고 생각한다. 이번‘난(暖) 2018’운동이 이런 잘못된 인식을 뿌리 뽑고 선진적 난방문화를 정착시켜 고유가 상황과 에너지 부족 문제 해결에 국민 모두가 발 벗고 나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칼럼
남도일보
2005.11.1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