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매진되는 공연이 있다.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이다. 크리스마스하면 캐롤과 산타 할아버지가 떠오르듯 이 작품 역시 필자에겐 그런 존재로 남아있다. 필자가 가족과 떨어져 음악공부를 하러 미국에 갔을 때 일이다.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한 생소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은 미국생활을 적응하는데 있어 꽤 큰 장애물이었다. 과거에 비해 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학생들이 많아졌다 지만 그래도 이방인이라는 라는 생각과 낯설음은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추석과 설날이 일년
얼마 전 한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발표회를 통해 학생들이 준비한 논문 발표에 자문을 의뢰받은 적이 있다. 고등학생이 논문이라니 하는 놀라움과 대견함에 미리 준비된 자료를 살펴보는데 서로 다른 듯 같은 주제에 눈길이 멈췄다. ‘시험(수능)에 대한 불안 원인과 조절 방법’,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기 위한 방법’이 주제였는데 결국 ‘수능(시험)’이라는 큰 틀 안에 ‘불안’이라는 공통분모가 그들의 주된 관심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래희망직종이라든지, 교우관계에 대한 내용, 조금 더 욕심을 내어 환경에 대한 10대들의 생각이 궁금했는데
세계는 대전환을 시작했다. 전염병과 기후위기는 한 몸이면서 이젠 경고가 아닌 강력한 현실이 되었다. 탄소중립 대전환, AI 등 도구의 전환에 따른 산업혁명과 일자리 대전환, 그리고 인식과 일상의 혁명까지 바야흐로 인류는 대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영향력이 큰 국가들이 앞다투어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우리는 대선이 한창이다. 후보별로 획기적인 공약을 내놓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전국민 대전환 선대위’를 구성하고 ‘디지털 대전환’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에너지 대전환 등 각 분야의 전환 계획
같은 날을 무한적으로 매일 반복하는 한 남자의 무한시간 루프를 그린 영화가 있었다. 빌 머리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이란 영화이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날을 보내면 보낼수록 자신에게 주어지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내용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반복은커녕 순식간에 미래의 세상이 오늘 펼쳐진다면 어떤 기분일까. 말하자면 20년에 걸쳐 서서히 이루어질 변화들이 2년 만에 순식간에 이뤄진다면 그것은 행복한 세상일까, 아니면 불행한 세상일까?코로나19를 기점으로 세상은 20년을 건너뛰어 2040년도로 마치 타임슬립한 것
사회의 변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사는 편은 아니지만 신문으로 하루를 여는 필자에게 유독 기억에 남는 날이 있었다. 10월 29일자 신문에 게재된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체스코 교황의 만남 기사였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교황청과 북한의 관계가 좋지 못함을 알면서도 조심스럽게 교황께 북한 방문을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필자를 놀랍게 했다. 신실한 카톨릭 신자로서 그 누구보다도 북한과 카톨릭 관계를 잘 알고있을 터인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을 한 그의 모습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카톨릭 신자인 문재인 대
강원도에 사는 서 작가가 간장과 식초에 절인 고추장아찌를 보내주었다. 큼직큼직한 고추에 마늘까지 곁들인 고추장아찌 맛은 오래전 시어머님이 담가주셨던 그 맛과 같아 매끼 즐겨 먹는다. 입맛이 없던 차에 정말 고맙게 먹고 있다고 전화했더니, 며칠 뒤 넉넉하게 두 봉지나 또 보내왔다. 분명 안 매운 고추로 만들었다는데, 가끔씩 매운 고추가 걸려들어 딸꾹질을 하고 눈물콧물 흘려내곤 했다. 어떤 게 매운 고추인지 가려낼 수 없어 고민 끝에 고추장아찌를 가위로 잘게 자른 다음 믹서에 넣고 갈았다. 연녹색의 걸쭉한 게 약간 매큼하면서도 특별한
이제는 주변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 어려울 정도로 합계출산율(한 여자가 가임 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세계 최저 수준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인구절벽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는 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 출산율 1.61명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그친다. 출산율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3.01명)과는 3배 넘게 차이나며, 미국이 1.71명, 일본이 1.36명이다.우리나라는 초저출산율도 문제지만, 상
우리는 태어나서 사랑을 받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과학적으로 연구된 결과에 의하면 인생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때에 바로 태어나서 4살까지라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4살 전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과학적으로 우리의 기억체계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만일 본인이 기억한다고 생각한다면 이 질문에 답을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갓난아이 때 어머니의 모유를 먹었나, 아니면 우유를 먹었나? 기억하고 있다면 4살 이후까지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학에서는 분명하게 4살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기 때
내년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하는 후보들은 자신만의 색깔과 공약을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신문, 방송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언론매체는 코로나에 관한 뉴스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현재는 대선을 5개월 앞둔 시점이라 그런지 언론매체를 통해 등장하는 뉴스의 대부분은 정치와 관련된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인기가 많은 대중가요나 따라 부르기 쉬운 트로트는 선거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서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갖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달 속에 사는 ‘달사람’에게는 소원이 있었다.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지구 사람들과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를 해보는 것이다. 방법을 찾던 중,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의 꼬리를 잡고 지구로 내려오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지구 사람들에게 외계의 침입자로 여겨져 잡히고 만다. 감옥에 갇힌 달사람, 몸이 점점 작아지게 되자 창틀 사이로 빠져 나와 숲속에 숨어 지낸다. 드디어 한가위 둥근달이 뜨고, 달사람은 소원대로 지구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춤을 주며 놀다가. 또다시 지구 수비대에게 발각된다. 달사람은 우주선을 만드는 과학자의 집으로 피신하여
낮에는 여전히 무덥지만 9월이 되면서 저녁에는 꽤 부드럽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독의 계절이라 불리기도 하고 싱글들에게는 옆구리가 더욱 시리는 계절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필자에게 가을은 아련하고 쓸쓸한 비련의 주인공 같다. 그래서인지 가을이 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음악이 브람스 음악이다.30대 중후인 필자가 매년 가을이 되면 브람스 음악에 빠져 살지만 사실 처음부터 그의 음악에 호감을 느낀 건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처음 접한 그의 음악은 마치 고등학교 때나 배울 법한 미적분 같았다. 어렵고 심오 했으며 이유를 알 수 없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 지도 어언 두 해가 다 되어 간다. 이제는 마스크를 벗은 맨 얼굴이 어색할 정도이니 초반의 불편함과 어색함도 이제는 익숙해진 듯 하다. 유독 뜨거웠던 올해 여름은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 정도로 마스크를 쓴 채 호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필자도 마스크를 쓴 채로 장시간 대화를 하거나, 강의 이후엔 유독 깊은 숨을 내쉬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실생활에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폐호흡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첫째, 호흡곤란 조절 자세 취하기앉은 자리에서 팔을 테이블이나 허벅지에 기대고 상체를
피클용 가지를 사러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 가던 중이었다. 출발할 때에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비가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게 쏟아졌다.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와이퍼 사이로 겨우 앞을 가늠하며 시장에 도착했다. 기대와는 달리 가게마다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다.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장사도 안 되고…” 어떤 아주머니가 혼잣말을 하며 지나갔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힘이 쭉 빠져 다시 돌아오는 길이었다. 카톡이 울렸다. ‘현관문 앞에 검은 비닐봉지 놔두었으니 열어보세요.’ 박 선생한테서 온 문자였다.며칠 전, 그녀가
작년 겨울 우리의 삶에 서서히 파고든 코로나는 생각보다 집요했다. 금방 잠잠해질 줄 알았던 바이러스는 전세계를 잡아먹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보이지 않는 전쟁은 시작되었다. 육체와 정신이 한계에 다다랐을 무렵 마침내 백신이 개발되었다는 희망적인 뉴스를 접했고 필자는 힘든 이 전쟁을 드디어 끝낼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코로나보다 더 강력한 델타가 다시 찾아왔고, 이 변이는 더 많은 감염자를 만들어내며 다시 한번 우리를 소용돌이 속으로 빠뜨렸다. 코로나로 인해 불가능해 보였던 2020 도쿄 올림픽은 여러 이유로 개최할
이민철((사)광주마당 이사장)올해 5월 21일, 광주 시민의 날에 치러진 시민총회에서는 2022년의 실천 의제로 ‘걷고 싶은 도시’를 선정했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치른 의제는 골목상권 살리기였다. 광주시 시민권익위원회는 걷고 싶은 도시 기획단을 구성하고 올해 시민참여예산 반영도 추진하고 있다. 후반기엔 광주를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정책방향을 만들어 광주시에 권고할 계획이다.건강을 위해 걷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앱을 활용해 걷기 생활화를 지원하는 자치구도 늘어난다. 공원과 산책로가 있는 지역의 주거 만족도도 상대
얼마 전 보성에 문화답사를 갔다가 우연히 조각 예술품들이 가득 보관되어 있는 시골의 어떤 창고를 방문하게 되었다. 농협창고처럼 보이는 큰 건물 두 채에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왔다는 돌 조각품 700여점이 보관되어 있었다. 작품들 대부분은 쇼나조각품이라고 하였다. 일부 아이언우드 소재의 목공예작품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석물이고 다채로운 주제의 작품들이었다. 작품 하나하나가 섬세한 터치감과 균형미를 갖추고 있어 조각예술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없는 사람들 눈에도 이 조각품들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원래 짐바브웨는 ‘돌로 지은 집’이
독서회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는 자리였다. 오래도록 비대면으로 전화만 주고받다가 모처럼 얻은 대면 자리라서 무척 반가웠다. 7월에 읽기로 미리 약속한 책, 에 대해서 토론을 이어갔다. 겨우 세 명이 모인 자리였지만 각기 다른 자신의 생각을 진지하게 들려주었다. 이야기가 무르익어가던 중 B선생이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나갔다. 잠시 후, 그녀는 먼저 가봐야겠다며 가방을 들었다. 얼굴이 몹시 굳어있는 걸 보니, 무슨 안 좋은 연락을 받은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물어봤더니, 대뜸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밀며 “기가
결혼 후 기다리던 아이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가 느끼는 감정은 어마어마하다. 아이가 세상에 빛을 보기 전부터 부모는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을 시작하며, 좀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태교’라는 단어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들 하지만 미술관 가기 그리고 음악회 가보기 마지막으로 집에서 클래식 음악 듣기는 빠지지않는 태교의 단골 메뉴들이다.필자 역시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집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 것이었고 , 다양한 작
마침내 대구~광주 달빛내륙고속철도 건설사업이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반영되는 중요한 관문을 통과하였다. 당초 지난 4월22일 앞으로 10년간의 전국 철도망 건설에 관한 공청회에서 발표된 정부 계획안에는 달빛내륙철도가 ‘추가 검토사업’으로만 포함되어 있었다.정부안 발표 직후만 해도 달빛내륙철도의 국가계획 반영 타당성에 대해 교통전문가들과 부처 관계자들은 사업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의견이 주류였다. 사업비 또한 4조원이 넘는 큰 규모여서 최종계획 반영 전망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그러나 광주시장과 대구시장을 중심으로 한
문민용 목사의 남도일보 월요아침-우물물은 퍼내야 새 물이 나온다문민용(전 광주제일교회 목사)이스라엘의 갈릴리 바다와 사해 바다를 보자. 사해는 흘러 받기만 할 뿐 아무 곳으로도 내어놓지 않고 받은 것을 움켜쥐고만 있다. 그 결과 아무 생명체도 살지 못하는 죽음의 바다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만큼 다시 내어놓는 갈릴리 바다는 풍부한 어족들이 살고 척박한 이스라엘의 젖줄이 되고 있다. 받기만 하는 곳과 주는 곳의 결과는 생명과 죽음의 차이가 있다. 사람의 삶은 받는 단계, 소유하는 단계, 주는 단계가 있다. 물질이나 지식,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