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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단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두고 오늘 개선한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금 6, 은 6, 동 2개를 획득해 종합 5위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역경을 딛고 큰 성과를 일궈낸 한국 선수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특히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쇼트트랙에만 집중됐던 금메달이 다양한 종목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래 지난 대회까지 금 17, 은 7, 동 7개 등 총 31개의 메달을 땄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은메달 1개(1992 김윤만 남자 1000m)와 동메달 1개(2006 이강석 남자 500m)를 제외하면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온 메달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쇼트트랙 외에도 스피드와 피겨에서 처음 금메달을 차지하면서 올림픽 역사상 한 대회에서 스케이트 3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는 첫 국가가 됐다. 스피드에서는 모태범과 이상화가 남녀 500m를 석권한데 이어 남자 1만m에선 이승훈이 기적 같은 금메달을 일궈내며 그동안의 노골드 한을 한꺼번에 풀었다. 특히 피겨 김연아의 금메달은 한국 스포츠 역사를 완전히 다시 쓰는 쾌거였다. 김연아는 이번 피겨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세계 최고점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점인 228.56점을 받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에서 각종 불운이 겹쳐 애초 목표에 미치지 못한 건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자팀은 올림픽 정식종목에 채택된 이후 처음으로 노골드에 그쳤다. 하지만 이정수가 2관왕에 오르는 등 젊은 선수들이 온 힘을 다해 세계최강 자존심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봅슬레이 4인승 종목에서 결선에 진출해 일본을 제치고 19위를 차지한 것도 의미 있는 수확이다. 봅슬레이 경기장은커녕 제대로 된 스타트 훈련장도 없는 상황에서 거둔 성과였기에 더욱 그렇다. 여자 피겨에서 김연아와 함께 출전한 최연소 대표 곽민정이 13위에 오른 것도 주목할 사건이다. 또한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스키점프, 스노보드, 프리스타일 스키 등 다양한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은 가히 눈부시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내내 그들이 있어 행복했다. 이제 흥분을 접고 일상으로 돌아가 책무를 다하자.
사설
남도일보
201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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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雨水) 지나고서 날이 어느 정도 포근해졌다. 매화꽃이 피었다는 소식이 반갑게 들려온다. 하던 일을 멈추고 가까운 산에 올랐다. 아직도 바람은 살갗을 툭 칠듯이 차갑다. 그러나 매화꽃 구경할 생각을 하니 추위가 대수롭지 않다. 매화는 쉽사리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수줍은 듯이 꽃봉우리를 부둥켜 안고 꼭꼭 숨고 있다. ‘내 욕심이 지나쳤나보다’하고 아쉬운 마음에 돌아섰다. 어디선가 바람을 타고 향내가 코끝을 스친다. 처음에는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눈감고 향내에 집중하니 분명 매화다.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알아차린 것일까. 그러나 주위를 두리번거려봐도 매화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찾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향내 맡은 것만으로 올해 매화와 첫만남은 이루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올해는 탐매(探梅)여행을 함께 가자던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그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 옛날 어느 산골에 그릇을 잘 만드는 청년이 있었다. 고되게 만든 그릇을 시장에 내다 팔아 근근히 생계를 이어갔다. 그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처자가 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혼례를 치르기 4일 전에 병으로 그만 죽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낸 청년의 설움이야 오죽할까. 청년은 날마다 약혼녀의 무덤을 찾아가 구슬프게 울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덤가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돋아나고 있었다. 청년은 필시 먼저 간 약혼녀의 넋이라 생각하고 자신의 집 옆에 두고 옮겨 심어 가꿨다. 그러나 약혼녀가 죽은 뒤로는 청년의 그릇만드는 솜씨가 영 시원치 않았다. 슬픔에 젖은 탓인지 모양이 자꾸 삐뚤삐뚤해졌다. 그릇 파는 것도 신통치 않아 매우 어렵게 살았다. 세월이 흘러 평생 혼자 살던 청년도 백발이 되었다. 매화나무도 큰 나무가 되어 해마다 봄이 되면 그윽한 향내가 온 세상을 다 감싸 안을 정도였다. 나무에 예쁜 그릇을 걸어두고는 마치 약혼녀에게 말하듯이 했다. 매화나무 홀로 두고 떠나기가 안쓰러웠는지 예쁜 그릇하나 두고 세상을 떠났다. 그가 앉았던 자리에 그릇이 있길래 동네 사람들이 그릇 뚜껑을 열자 한 마리 휘파람새가 날아가는 게 아닌가. 지금도 매화나무에는 휘파람새가 자주 찾아든다. 아마도 전생에 이루지 못했던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을 이생에서 나누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매화와 관련한 슬픈 전설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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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농촌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기름값 때문에 농사짓기 힘들다” 는 말이 오고간다고 한다. 추운 겨울철에는 더욱 기름값 걱정이 태산이다. 그만큼 기름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필수물질이 됐다. 30여년 전만하더라도 농촌에서는 주로 농업인이 거주하는 주택을 난방하기 위해 벼농사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볏짚, 왕겨나 갈퀴나무, 연탄 등을 이용했다. 그러나 요즘은 생활향상과 소득증가로 주택난방은 물론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과일과 채소재배를 위해 경유와 전기, LPG를 사용하게 됐다. 문제는 이들 에너지원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외국에서 비싼 가격으로 수입해야 하며, 매장량은 1조2천억배럴로 30~50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한정되어 있고 연소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등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이다. 최근에는 원예작물을 재배하는 시설인 유리온실이나 비닐하우스의 난방용으로 경유와 연탄에서 전기나 펠릿 등을 사용하고 있다. 전남의 시설원예 면적은 4천796㏊로 그 중 45%인 2천157㏊를 난방으로 작물을 재배하는데 면세유(경유)를 이용한 난방이 97%를 차지한다. 따라서 기름값 상승은 그만큼 시설원예 농가의 경영비 부담이 커지게 마련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으로 지정돼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30% 감축하기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바 있다. 이제는 ‘에너지 절약만이 살길입니다.’ 우리 농촌, 농업인은 농업용으로 사용하는 유류와 전기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원예작물 재배의 경우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인데 이중 시설장미와 시설고추, 시설가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오이, 토마토, 착색단고추 등의 순이다. 전남도농업기술원이 시설원예 농가의 난방비 절감을 위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기온풍기를 사용하는 것이 경유온풍기에 비하여 난방비가 22% 절감됐다. 멜론을 일년에 3번 재배했을 때 10a당 전기온풍기의 난방비는 692만9천원으로 경유온풍기에 비하여 196만6천원이 절감되었으며 면세유 가격이 ℓ당 560원 이상일 때는 전기온풍기 사용이 경제적이다. 경유온풍기를 사용하더라도 고효율 경유온풍기(열효율 82%이상)를 사용하면 난방비를 4% 절감할 수 있다. 온풍난방기를 잘 관리하면 난방비를 2% 절감할 수 있다. 기름을 분사해 연소시키는 연소통과 연돌의 그을음을 제거해 주면 난방비가 청소하지 않았을 경우보다 21만1천원이 절감됐다. 국화나 장미, 깻잎 등의 전조·보광용으로 사용해온 백열전구를 신소재 발광다이오드(LED)로 대체했을 경우 전기요금은 82%를 절감할 수 있으며 작물수량은 20~25% 증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겹보온덮개는 캐시밀론과 부직포 등을 누빈 것으로 열손실이 적고 보온력이 탁월, 난방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46%까지 절감할 수 있다.
칼럼
남도일보
201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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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보는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 비가 오는 길이었지만 운동 삼아 30여 분을 걸었다. 실은 처음엔 버스를 타려고 기다렸다. 안내판에 금방 온다고 표시된 버스도 마침 오지 않았고, 정류장 옆을 지나치는 차들이 치는 물창을 피하다가 시간도 넉넉하고 해서 걷기로 했다. 걸어가는 도중에도 차가 물창을 치기도 했다. 움찔 물러서면서 자연히 미간이 찌푸려지기도 했는데, 쳐다보니 편평하지 못한 아스팔트 도로에 물이 고인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비 오는 날 걷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계속해서 걷는데 이번엔 내가 내게 물창을 쳐댔다. 가만히 보니 새로 바꾼 작은 보도블록이 가지런하지 못하여 그 밑에 물이 괴어 밟을 때에 물창이 튀어 오르는 것이었다. 예전엔 질컥거려 걷기 힘든 길이 지금은 물창이 튀어 걷기 힘들었다. 적게 오는 비에도 이럴진대 많이 오면 어떻게 될까 염려스럽다. 불현듯 작년과 재작년 집중 호우 때가 떠오른다. 그때 상습 침수 지구말고도 많은 곳이 침수되었다. 심지어는 지대가 높은 곳도 그랬다. 좁은 하수도관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물을 받아들이지 못해 물이 역류한 것이다. 하지만 이도 미리 알아차리고 원인을 제거했더라면 피해를 상당히 줄일 수 있어 보였다. 똑같은 문제가 2년 연속 일어날 일도 아니었다. 구청과 동사무소에서는 집중 호우 탓만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하수도관에 그동안 계속해서 토사가 쌓여 차 있었다. 하수도관 토사 누적 가능성을 지적하자 예산 타령을 하며 토사 제거를 하지 않았던 것도 원인이었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길바닥을 파헤친다는 말이 상식처럼 되어버렸다. 성성한 보도블록조차 갈아치우는 것을 목격한 일도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정작 제거해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속에 아직도 묻혀 쌓여 있다. 틈만 나면 파헤치고 갈아 치우는 길바닥. 맑은 날 렌즈를 통해 찍은 사진엔 좋아 보였을 것이다. 게시판에 올려놓으면 더욱 그럴 듯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걸어 다녀보면 편평하게 골라 놓지 못하여 오늘 같이 날이 궂은 날이면 옷이나 신발을 버리거나 잘못하면 넘어진다. 그래서 발걸음을 조심조심 떼느라 마음을 졸여야 한다. 요즘은 행정기관 수장들이 친서민을 이야기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민의 생활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처럼 비 오는 날 직접 걸을 기회가 드물어서 그럴까? 하지만 꼭 걸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민성에 귀를 기울이고 실무자의 보고를 제대로 받아 파악한다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실무자는 업으로 하는 일이니 여러 일에 쫓긴다고 핑계대지 말고 계획에서 준공까지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자전거나 전동 휠체어가 위험하게 찻길을 달리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몸이 불편하고 장애를 가진 이를 더욱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선거철인지라 좋은 공약이 눈에 띄고 귀에 들려온다. 보기 좋고 듣기 좋은 번지르르한 공약보다는 생활 속 불편한 것을 덜어주는 공약, 기초적인 것을 바르고 튼실하게 하는 공약이었으면 한다.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이 비가 겨우내 잠든 만물이 깨어나기를 재촉하고 있다. 이제 겨울바람 추위 속 움츠림에서 벗어나 훈훈한 봄바람과 다스운 햇볕에 기운을 펼칠 때이다. 때마침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들이 잘 겨룬 덕분에 온 국민이 기쁨과 감동 속에서 봄기운을 더욱 느끼는 듯하다. 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 온 국민이 고단한 마음과 무거운 마음을 떨쳐버리고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바야흐로 추위를 견디어 내느라 고운 잎 다 떨쳐내던 나무에 물이 올라 움이 트고 새잎이 돋아나는 봄이다. 유치원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아 새 책 새 공책에 새 마음을 다지는 시기, 첫 마음을 가다듬는 시기이다. 우리 모두 시작할 때의 첫 마음을 되새기자. 새봄, 활기차게 출발하자.
칼럼
남도일보
2010.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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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2010학년도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한 교원 정원 배정 방침을 정하고, 전국 16개 시·도를 4개 군(群)으로 나눠 교원 정원을 가배정했다. 이에따라 도서 벽지가 많고 학생 수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339개교에 이르는 전남은 4군으로 분류돼 대규모의 교원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 교과부는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기준한 교원 배정방식은 저출산에 따른 합리적인 교원 배치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선 교육계에선 농어촌 교육환경을 전혀 고려치 않은 현실성 없는 조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과부의 방침대로라면 1군인 경기도는 2천37명의 교원 정원이 늘어나는 데 반해, 4군인 전남은 783명의 교원 정원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지난해 감소 규모(210명)의 3배가 넘는 수치이며,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단연 1위의 기록으로, 대도시와의 교육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게 분명하다. 특히 교사의 근속연수를 단순 비교·적용하고 학생 수를 기준 삼아 시행한 교과부의 교원배정 방식은 대규모 교원 감축에 따른 학력 저하는 물론이거니와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전남을 비롯한 농어촌지역 학교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교과부의 방침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박재순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올해부터 시행되는 교과부의 ‘교사총량제’는 당초 우려대로 소규모 학교가 몰려있는 농어촌지역의 대규모 교원 감축과 학교간 통·폐합이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교원 정원 배정 방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지당한 지적이다. 교과부의 이번 조치는 자녀를 둔 젊은 부모들의 이·탈농을 부추길뿐만 아니라, 나아가 농어촌 황폐화의 악순환에 되레 기름을 붓는 것과 다름아니다. 그렇잖아도 전남은 교원이 부족해 그동안 복식수업과 순회교사, 상치교사(전공 외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 등으로 교원 부족을 메워온 터다. 그런데 여기에 또 교원 정원 배정이 줄게 되면 전남교육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연출될 게 뻔하다. 교과부의 ‘교사총량제’는 반드시 제고돼야 한다. 소외된 농어촌지역의 교육 활성화를 위해서 ‘농어촌 교육특별법’을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사설
남도일보
2010.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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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上元)은 우리의 대표적인 세시풍속의 하나인 정월대보름을 말한다. 휘엉청 밝게 뜬 둥근달을 바라보면서 한 해의 풍년과 행복을 비는 마을공동의 대동놀이가 신명나게 펼쳐지는 때이기도 하다. 달은 누구나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친숙한 존재이다. ‘월인천강(月印千江)’이 말해주듯이 삼라만상을 차별없이 골고루 비춰주는 평등과 풍요의 상징이다. 보름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변한다고 해서 잠을 자지 않는 보름새기, 보름날 해뜨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더위를 파는 더위팔기, 초저녁에 횃불을 들고 높은 곳에 달을 바라보며 새해 풍년과 행운을 비는 달맞이, 또한 부스럼이 생기지 말라고 하여 밤, 잣, 호두 등을 먹는 부럼, 쌀·보리·조·수수·팥 등 다섯 가지 곡물을 넣은 오곡밥, 무·오이·호박·박·가지·버섯·고사리 등 다양한 나물요리, 보름날 새벽에 데우지 않은 청주(淸酒)를 남녀 구별않고 조금씩 마시면 귀도 밝아지고 1년 내내 좋은 소식만 듣는다는 귀밝이술 등 다양한 풍속놀이가 우리의 오감(五感)을 즐겁게 한다. 홍세태(洪世泰, 1653~1725)는 에서 “한양에서 소년들이 밤에 서로 부르며/ 담비 갖옷을 반쯤 벗어젖히고 술에 취해 거들먹거렸네/ 달빛 가득한 큰 길은 평평하기가 물과 같은데/ 나막신 소리가 광통교에서 많이 났다네.”라 하여 대보름날 청계천변에서 달빛과 술에 취해 광통교를 거닐던 젊은이의 풍류가 한바탕 질탕하게 펼쳐지고 있다. 매천 황현(梅泉 黃玹, 1855~1910)은 전라도 남원지역의 정월대보름 풍속을 읊은 을 남겼다. 매천은 이 시를 지은 동기를 밝히면서, “마을의 옛 풍속을 엮어서 중국의 범성대(范成大)가 지은 『전원악부(田園樂府)』의 형식을 본받아 짓는다.”고 하였다. 형식은 중국의 것을 빌어왔지만 풍속만큼은 우리 고유의 양식임을 강조했다. 10수 가운데 9번째인 줄다리기를 노래한 것이 인상적이다. “태평스레 살아온 백 년 세월/ 이 풍속 모두 인정에서 나왔네/애닯도다! 안목 짧은 그대들아/ 동해의 탐욕스런 고래를 보게나” 매천은 줄다리기를 보며 인정넘치는 우리네 인심을 노래한다. 일본을 ‘동해의 탐욕스런 고래’로 비유하고 있다. 외세의 침입에 힘없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예리하게 직시하고 있는 매천의 복잡한 마음이 행간에 묻혀있다.
칼럼
남도일보
2010.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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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업무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습니다. 소득공제는 빠짐없이 잘 챙기셨나요? 연말정산 업무 중 근로자가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사항과 환급일정 등을 알려드리니 유용하게 활용하세요. 우선 근로자가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사항으로 다음과 같은 놓치기 쉬운 연말정산 소득공제 항목이다. 치매·암수술환자 등 지병에 의해 항시 치료를 요하고 취학·취업이 곤란한 상태에 있는 자로서 의료기관에서 소득세법에서 정한 ‘장애인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는 경우 장애인공제가 가능합니다. 또한 맞벌이의 경우 부양가족의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공제는 동시에 받을 수 없고 기본공제를 받는 근로자가 공제받아야 합니다.(부부 중 소득이 높은 사람이 받는 것이 유리) 부양가족이 일용근로자인 경우 소득금액에 관계없이 부양가족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누락된 소득공제를 뒤늦게 발견했다면 경정청구로 환급받을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의 연말정산업무가 종결되었는데 누락된 소득공제가 있다면 근로자의 집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5월 중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통해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2009년 귀속뿐만 아니라 그 전년도에도 누락된 사실이 있으면 최근 3년 동안의 소득에 대해서 경정청구를 통해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틀리기 쉬운 기본공제 항목으로 부양가족이 소득금액이 100만원(총수입금액에서 필요경비를 차감한 금액)이 넘으면 기본공제를 받을 수 없으며 1인의 기본공제대상자에 대해 근로자간 이중으로 공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원천징수의무자(근로소득지급자)가 알아두어야 할 사항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연말정산환급일정은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 제출 시 연말정산 환급도 함께 신청(3월10일 기한)해야 합니다. 환급세액은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며 회사의 폐업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무서에서 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지 않습니다. 3월 10일까지 환급 신청한 경우 4월 10일까지 환급금을 일괄하여 지급해 드립니다. 그리고 근로, 퇴직, 사업소득(봉사료 제외) 지급명세서는 3월 10일까지 제출해야 하고, 이자·배당, 기타, 연금소득지급명세서 등은 2월 28일까지 제출해야 합니다. (문의=062-605-0423~0428)
칼럼
남도일보
2010.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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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이 밝은 지 벌써 두 달이 기울고 있다. 세월이 빨리 가듯 세상도 조석으로 변하고 있으니 자칫 변화에 적응하려다 한번쯤 앞서 보지도 못하고 귀한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 기존 윤리나 가치 척도가 함께 변하고 있어서 불변의 진리라는 말이 어색하게 들리기도 함은 감출 수 없는 시대상황의 반영이렸다. 대학 1학년 때 교수님께서 국문학과 한국문학 중 어느 말이 맞는지 질문을 하셨다. 우리들의 엇갈린 대답을 듣고 나신 뒤 교수님께서는 국문학은 국내용이요, 한국문학은 수출용이라는 정의를 내려주셨다. 그 뒤 대학에서 국문학을 가르치면서 국문학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미국이나 중국도 자기 나라 문학에 대해 국문학이라 하므로 국문학이란 말은 국내용이라는 말이 맞을 듯하다. 그렇다면 국문학의 개념은 어떻게 내려져야 하는가? 우선 표현 매체가 국어라야 할 것이다. 이는 제일 독자가 자국민이라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국어라 했으니 여기에 대한 정의도 필요하다. 우리의 경우 1894년 이전에는 우리의 사상과 감정 표현 매체를 주로 한자에 의존했다. 그러니까 갑오개혁 이전까지의 우리 국어는 말과 표현이 일치하지 않아서 말은 한글로 했을지라도, 표기는 한자를 주로 하였다. 그러므로 국어의 범주에 한자를 포함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우리의 실정상 국어는 한자와 한글 두 개일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 한자를 국어에서 배제할 경우 한자를 빌어 표현된 모든 고전은 국문학의 범주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여기서 고려할 사항은 한자로 담아낸 우리의 사상과 감정을 한자로 표현되었다는 이유로 국문학에서 제외시킨다면 그것이 중국문학이 되는가의 문제이다. 가령 황해도 출신 동물학박사 이미륵 선생이 독일어로 쓴 와 김은국 선생이 창씨 개명으로 우리의 이름을 빼앗긴 설움과 분노 그리고 일본의 만행을 온 세계에 고발하기 위하여 영어로 쓴 등이 독문학이나 영문학으로 대접을 받느냐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인의 사상과 감정을 담은 내용이 한자로 표기되었든 독일어나 영어로 표현되었든 간에 중국문학이나 독문학 또는 영문학으로 다뤄지지 않고 있음은 표현 매체보다는 그 내용에 중점을 둔 자국문학 곧 국문학의 정의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국문학의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내용이란 말인가? 그럴 경우 앞서 말한 등은 우리 국문학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한자로 표현된 한문 소설이나 한문 단편 그리고 중국을 소재나 대상으로 한 한시 등이 문제이다.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해야 한다는 소탐대실의 벽과 맞닥친다. 결국 문학이 담고 있는 내용만으로 국문학의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말이 된다. 한편 표현 매체를 문제 삼을 경우 헤밍웨이의 와 같은 영문학이나 과 같은 중국문학의 한글 번역본이 과연 우리 국문학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한 답도 있어야 하니 결론은 녹록치 않다. 낮과 밤이 다르게 변화를 계속하고 있는 시대, 국경과 언어 그리고 피부를 넘어선 글로벌시대라고 하지만 강대국들은 모국어와 국사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에 우리는 국제화 시대 운운하면서 모국어와 국사 교육을 소홀히 하면서 일상생활에서조차 영어와 일본어를 무분별하게 아니 현학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과연 옳은 처사인가? 교육 당국의 철학이나 소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의식도 비난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글로벌시대를 찬양하든 국수주의를 지지하든 간에 우리는 국제 사회와 질서를 무시할 수 없다. 대한민국 문학에 대해 국문학이라 하든 한국문학이라 부르든 간에 그것은 우선 표현매체가 한국어라야 할 것이다. 그 말은 한국인 독자를 제 일 독자로 염두해 두고 창작된 것이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 다음 내용에 있어 한국인의 시상과 감정을 담는 것이어야 할 것인데 이 경우 그 표현매체가 영어나 독일어 등 외국어일지라도 모두 끌어안는 포용력이 요구됨은 재언을 요치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문학의 정의에 있어 표현매체, 제 일 독자, 내용 등 그 어느 하나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0.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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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6·2지방선거 경선 방식에 대한 원칙을 정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민주당은 애초 호남에서 개혁공천을 한다며 시민배심원제 도입을 공언하더니만, 이제와선 계파간 이익 등에 휩쓸려 시민배심원에 여론조사, 당원 투표 등을 섞는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민주당의 이같은 분위기는 정세균 대표의 입을 통해 사실임이 확인됐다. 정 대표는 그제 조선대 특강을 위해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광주시장 경선방식에 대해 ▲시민배심원제 도입 방안 ▲시민배심원제와 여론조사 ▲당원 경선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아직까지 결정된 바는 없지만 어떤 형태로든 시민배심원제를 활용하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1차 예선에 컷오프를 위한 시민배심원제 도입안이 나오긴 했지만, 시민배심원제와 여론조사, 당원 경선 등을 혼합하는 방안이 당 대표의 입을 통해 처음으로 거론됐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하지만 정 대표의 발언에 대해 썩 믿음이 가질 않는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호남지역 개혁 공천을 바탕으로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정치사에 존재했던 역대 공천제도와 비교해 가장 혁신적이고 제도적 안정성을 기할 수 있는 시민배심원제를 광주시장 경선방식에 적용하겠다고 했다. 특히 정 대표는 지난달 28일 광주에 내려와 “민주당은 뿌리가 깊은 정당으로 시민배심원제가 좌초되거나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고 쇄기를 박았다. 그런데 상황에 따라 당 지도부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물론 정치는 생물과 같은 것이어서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몇몇 국회의원들이 반대한다고해서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또 다시 횡설수설하는 행태는 당 지도부의 리더십에 의구심을 품게 한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는 광주시장 경선방식을 3가지 방안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 하지만 모양새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다. 자중지란에서 당 지도부가 밀렸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고, 복합적인 경선방식 도입은 ‘잡탕밥’이 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민이 그토록 기대했던 민주당의 개혁공천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 아닌가 싶다.
사설
남도일보
201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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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찍 일어나 늦은 밤에 잔다’는 뜻으로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이 지은『성학십도(聖學十圖)』의 제10도인 에 나온다. 이 책은 퇴계가 평생에 걸쳐 닦은 학문적 소양을 짧고도 투명하게 정리한 독자적인 사상체계이다. 저술한 동기는 퇴계가 만년에 당시 17세의 어린 임금이었던 선조(宣祖)를 위해 성리학의 기본 이념을 열 개의 그림으로 제시한 것이다. 숙흥야매는 하룻동안 공부하는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다. “새벽 닭울음 소리에 잠깨어 일어나 조용히 마음을 정리한다. 예전의 잘잘못에 대해 시비(是非)를 분명하게 가려낸다. 세수하고 머리빗고 옷을 단정하게 입는다. 밝게 떠오르는 햇살처럼 마음을 끌어모은다. 몸을 엄숙하고 가지런하게 정돈한다. 마음은 한결같이 고요하고 밝아야 한다. (중략) 날이 저물어 사람이 피곤해지면 나쁜 기운이 들어오기 쉽다. 몸과 마음을 잘 가다듬어 정신을 맑게 해야 한다. 밤이 깊어 잠잘 때에는 손발을 가지런히 모아 아무런 생각을 하지 말고 잠들어야 한다. 밤의 기운으로 마음과 정신을 잘 기르면 다음날 맑게 깨어날 것이다. 이것을 항상 생각하고 마음에 두어 밤낮으로 부지런히 힘을 써야 한다.” 퇴계는 하루의 시작을 단정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할 것을 강조한다. 반성과 깨달음으로 가득찰 때 ‘어제의 나’가 아닌 ‘오늘의 나’로 거듭 새로워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아침형 인간’을 강조한다. 우리 주변에는 ‘올빼미형 인간’이 더 많은 듯하다. 밤늦도록 공부하거나 또는 컴퓨터 게임하느라 밥먹듯이 밤새운다. 오히려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정작 상쾌해야 할 아침은 괴롭고 짜증난다. 아침밥 먹을 시간에 잠이라도 더 잤으면 하는 희망은 허용치 않는다. 또다시 전쟁과 같은 하루를 보내야 할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그럴수록 나 자신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어떤 일을 하든 간에 전심전력하면 몸과 마음은 금세 피곤해진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나서 다시 일을 할 때 능률도 오르고 기분도 좋다. 행여 뒤쳐지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문제다.
칼럼
남도일보
201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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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기 이상의 소방시설을 설치하는 곳(33㎡)은 관계인(소유자, 점유자 또는 관리자)이 방화관리 업무를 수행하되, 일정규모 이상의 장소는 방화관리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자를 ‘방화관리자’로 선임해 방화관리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방화관리자의 주요업무로는 특수장소(건물)에 대한 소방계획서 작성이다. 소방계획서의 목적은 방화관리업무 전반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화재를 예방, 경계 또는 진압하여 인명과 재산을 화재로부터 적극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화재예방을 위해 방화관리자는 건축물의 구조, 용도, 소방시설, 피난통보시설, 피난구, 안전구획, 방화구획, 제연구획, 방화내장 및 방염처리 대상물품 점검을 해야 한다. 또한 자위소방대를 편성하여 소방교육 및 훈련을 실시, 초기대응능력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이는 특정소방대상물 관계인의 책임의식과 자율방화관리체계를 통해 평상시 화재예방을 하고자 함이다. 소방관서에서도 소방안전교육을 실시, 각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한 화재예방과 소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방화관리자들이 화재예방을 위해 꼭 알아야 할 실무 능력향상을 위해 소방계획서 작성 요령, 소방시설 점검 및 관리 요령, 최근 화재사례, 피난·방화시설 유지관리 등 소방관계법 교육, 화재 원인별 예방요령, 119신고·소화·피난 등 화재시 대처요령 교육 등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겨울철이 되면 크고 작은 화재 등 각종 재난사고로 귀중한 많은 인명 및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을 하고 있어 이를 예방 및 최소화시키기 위해 각 소방대상물의 방화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평소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시킴은 물론 취약요인에 대한 사전 점검등 안전 확보를 위한 자율 방화관리활동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칼럼
남도일보
201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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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떠나갔다. 그리고 혼자 남았다. 설날을 보내고 혼자 남았다고 느끼는 것은 외로움인가. 아닌 것 같다. 설을 보내고 젊은이들이 각자 하는 일을 찾아 돌아간 것은 기쁨이다. 따라서 혼자 남은 것이 외로움일 수 없다. 그러나 젊은이들이 떠나가고 혼자 남은 일이 마음에 남아있다. 외롭지 않은가. 스스로 다시 물으면 대답이 잠깐 멈 칫해진다. 역시 솔직한 느낌으로 소외된 느낌이 없지 않다. 노인의 소외감은 소외되기 쉽다. 젊은이들도 소외감이 큰 혹독한 현실인데 늙은이의 소외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혼자 남으면 늙은이도 하던 일로 돌아가면 된다. 읽다가 둔 책을 다시 넘기면 된다. 그러나 나에겐 그 책장이 잘 안 넘어간다. 안 넘어갈 뿐 아니라 책장이 자꾸 뒷걸음치려고 한다. 읽다 둔 앞부분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남고 역시 허전한 것이다. 내가 혼자 있다고 느끼는 것은 불행이다. 그것이 낙오의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 불행은 마음속에서 젊은이들을 따라가려고 안간힘을 다하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그것은 비울 줄 모르는 과욕이리라. 젊은이들은 빠르고 내가 모르는 세상일을 그들은 다 안다. 내가 못하는 일도 잘 해나가고 있다. 가까이 다가서보고 싶지만 그들은 늘 저만큼 멀찍이 가면서 나를 낙오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거리는 다시는 좁힐 수 없는 간격이 되고 만다는 실망감을 안겨 주기도 한다. 그래서 외로워진다. 누구에게 물어도 이것은 우울증의 초기증세다. 우울증의 초기증세는 치매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그 길목에 들어서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다. 친구들간에 치매가 시작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설을 보내고 같은 산길에서 늘 만나는 그들을 만났다. 그러나 설을 보내고 그들이 새삼스럽게 달리 보이는 것은 그들의 발걸음이 한결 더 가볍고 반면 나의 발걸음은 더 무거워졌다. 그 길에서도 낙오의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늘 가는 길로 소걸음이 쉬지 않고 가는데 뒤에 오는 사람들이 늘 나를 추월한다. 추월하는 그들의 뒤에서 생각한다. ‘낙오도 인생이다.’ 자기를 위안해보고 싶은 것이다. 앞서가는 또 다른 사람들이 쉬면서 쉬어가라고 권한다. 나는 쉬면 모터가 꺼져버린다고 말한다. 그들은 금방 나의 말을 알아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의 다른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나의 속내는 그들을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그래야 혼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자기 생존의 길을 찾아 혼자서 혼자의 느낌을 행복의 그것과 연결시키고 싶은 것이다. 혼자서 혼자의 느낌을 지니는 것은 나에게 생존양식이면서 행복이기도 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혼자가 아니면 미치지 못할 시공이 있다. 그 시공에서는 자기가 주인이다. 남이 넘볼 수 없다. 거긴 남의 구속을 면할 수 있고 남과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비교하지 않기 때문에 소외감이 없다. 늘 낙오하고 있다는 강박감에서 해방될 수도 있고 혼자의 공상속에서 성을 쌓을 수도 있다. 그 성은 아름답다. 성은 나의 상아탑이다. 상아탑은 창조와 연결된다. 혼자 있으면 역사가 두렵지 않다. 역사는 늘 지배자들의 기록이다. 그래서 역사는 타자의 기록이라는 주장이 있지 않은가. 소외되고 낙오된 사람들에게 역사는 타자들의 놀이터에 불과하다고 믿는 사람의 말에 공감하는 것은 그것이 존재인 개인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혼자 있으면 자유다. 자유는 창조와 통한다. 나를 추월하는 그들이, 역사를 지배한 그들이 과연 혼자의 이 지고한 가치를 같이할 수 있는가. 한 시대에 산 100만 가운데 역사는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한다고 한다. 그런 타자 성격의 특권의 역사는 나머지 100만 사람들에게 허상이다. 그러나 혼자 속에서 혼자는 그 100만이다. 낙오한 100만을 결코 역사는 소유할 수 없다. 그래서 역사는 거부당한다. 그것을 통찰한 사상가가 동양의 노자요 그리스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였다. 혼자 있으면 노자가 되고 디오게네스가 된다. 그들은 낙오자가 아니었다.
칼럼
남도일보
2010.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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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분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배경을 찾자면 지방선거의 공천 문제를 놓고 중앙당과 지역출신 국회의원간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대립각을 세운 탓이다. 특히 올 선거가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밥그릇 싸움’으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은 당으로서나 지방정치에 하등의 도움이 되질 않을 뿐더러, 지역의 민심 이반을 부추기는 꼴이다. 솔직히 누구나 피부적으로 느끼는 것이겠지만, 민주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은 예전만하지 못하다. 게다가 요즘들어 민주당이 보여준 볼썽사나운 모습들은 유권자들이 정치에 등을 돌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시의회가 기름을 들이붓었다. 시의회는 기초의회 싹쓸이를 위해 경찰력까지 동원해 선거구제 쪼개기를 강행해 파문을 키웠다. 지역의 군소정당은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이 확산되자 민주당 지도부는 뒤늦게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며 역풍 차단에 나섰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져 수습하기 힘들게 됐다. 또 설상가상으로 전남도의원 공천 헌금 불똥까지 튀면서 지역 정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 차원에서 야심차게 추진중인 시민공천배심원제가 당내 반발 기류와 선거법 저촉 등으로 진통을 겪고 있어 연착륙 여부마저 불투명하다. 사실 지역민들은 ‘시민배심원제’ 도입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시민배심원제’ 도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은 제도의 불합리성을 들어 적극 반대하고 나서 당내 갈등을 야기시켰다. 명색이 ‘수권 야당’이라는 민주당이 당내에서 명확하게 입장 정리하나 못해 논란을 키운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민주당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에서 공천 방법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이 일어난다면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해진다. 광주에서의 논란은 곧 수도권 등 전국에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해 6·2 지방선거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혁신과 통합’을 기치로 내세우며 기득권 포기와 공천 개혁, 새 인물 영입 등을 누차 강조한 바 있다. 그런 민주당이 선거가 다가오자 또 다시 구태를 재현하고 있는 것은 지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심히 불쾌한 일이다.
사설
남도일보
201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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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은사님께서 새해 춘첩(春帖)을 보내주셨다. 올해는 어떤 내용일까 하는 궁금증은 봉투를 뜯는 동안 설레였다. ‘정존동찰(靜存動察)’이라는 네 글자와 함께 ‘많은 성취와 보람일구는 한 해 되길 비네.’라 하여 덕담까지 곁들여서 보내주셨다. 늘 잊지 않고 보내주시는 마음씀씀이에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靜存動察은 ‘고요히 보존하고 움직여 살핀다’는 뜻으로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이 『성학십도(聖學十圖)』에서 ‘경(敬)’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움직임과 고요함이 순환하는 것을 오직 마음만이 볼 수 있다. 고요할 때 마음을 잘 보존하고, 움직일 때 관찰하여 마음이 둘 셋으로 갈라져서는 안된다. 글을 읽다가 짬이 나면 틈틈이 휴식을 취하고, 정신을 활짝 펴서 성정(性情)을 아름답게 길러야 한다.” 여기서 정존(靜存)은 관념을, 동찰(動察)은 실제를 뜻한다. 관념과 실제가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경(敬)을 실천할 수 있다. 퇴계는 ‘경의 철학’을 강조했다. 쉽게 말해 ‘마음의 철학’이다. 경은 관념적인 마음이 아닌 실제로 뚜렷하게 깨어있는 생생한 현재의 마음상태이다.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은 34세 되던 해 1795년 천주교 사건에 연루되어 충남 청양 금정찰방(金井察訪)으로 좌천당했다. 그때 이웃집에서 반쪽짜리 『퇴계집(退溪集)』을 얻었는데, 매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퇴계의 편지글을 읽은 다음 자신만의 짤막한 감상문을 써두었는데 훗날 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이 책에서 다산은 삶의 자세에 대한 성찰과 충고를 담았다. 다산 역시 정존동찰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았다. “경을 본체로 삼고 궁리(窮理)를 말단으로 삼아 공부에 힘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리는 일상의 윤리 중에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헤아리고 가늠하여 속으로 살피는 것이다. 어버이께서 말씀하시면 내가 마땅히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또 전쟁이 나면 내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하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일일이 마음으로 가늠하고 살펴둬야 어떤 일을 당해도 당황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려면 정존으로 동찰해야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다산과 퇴계는 동시대 사람이 아니다. 옛 스승이 남겨둔 편지를 곱씹어 읽으며 마치 자신이 눈 앞에서 직접 모시고 가르침을 받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250여 년이라는 시간을 초월하여 마주 앉은 스승과 제자의 아름답고 살가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칼럼
남도일보
201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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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문화와 생태의 두축이 도시의 경쟁력인 시대이다. 2013년 개최하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순천시에 주어진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본다. 세계적인 추세가 생태 문화를 소비하는 여행을 선호하고 있다. ‘굴뚝없는 산업’이라고 불려지는 문화산업은 그 지역의 축적된 삶의 환경과 사람들의 가슴으로 만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순천이 가지고 있는 순천만의 브랜드 가치와 국제정원박람회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은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힘이 밖으로 표출될 수 있는 기회가 이제 3년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축적되어 왔던 가치들이 바로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화려하게 꽃피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국제기구의 공인을 받아 처음으로 개최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국제정원박람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다는 점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정원박람회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150여년 전부터 이미 보편화되어 오다 미국과 일본,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순천시가 처음으로 개최한다. 초기에는 원예생산물 위주의 박람회로 진행되어 오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화훼는 물론 토목, 건축, IT 등을 총체적으로 활용한 환경과 도시계획의 일환으로 발전하고 있다. 정원박람회는 1조3천여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6천700여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1만1천여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직접적인 효과 외에도 앞에서 말한 간접효과를 거둘 수 있는 미래형 녹색성장 박람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민사회단체 등 순천지역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대한 축소나 연기 논란은 정원박람회 성공 개최에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심지어 지역국회의원까지 “공인된 국제박람회도 아니고 국제원예생산자협회가 박람회 가입단체도 아닌 만큼 필요하다면 개최를 연기할 수도 있질 않느냐”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데 대해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AIPH는 62년전 유럽 원예단체들이 모여 모임을 결속하고 국제원예산업 발전에 많은 부분에서 공헌하고 있으며 BIE와도 업무 공유를 하는 등 관련 단체들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또한 1998년에 가입하여 안면도국제꽃박람회 공인 등 그동안 AIPH에서 승인한 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사례는 매우 많다. 더 이상 AIPH를 폄훼하거나 정원박람회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시도를 삼가해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하는 바이다. 이는 순천만의 문제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신뢰문제와도 연관되어 있다.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사회의 단합이 우선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순천은 국제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험대에 섰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정원박람회를 도입한 주체로서 반드시 성공적 박람회로 기록을 남겨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요즘 뜨고있는 ‘공부의 신’처럼 어떻하면 성공하는 정원박람회가 될것인가에 순천의 모든 주체가 역량을 모았으면 한다.
칼럼
남도일보
201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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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 무렵, 시를 쓰는 오랜 친구 K에게서 전화가 왔다. 등단한 지 25년만에 첫 시집을 냈는데 지인들을 불러 출판기념회를 열고 싶다는 것이다. 변변찮은 배움으로 농촌에 묻혀 살기가 얼마나 고단했을까만, 그래도 ‘문학의 끈’을 놓지 않고 지천명을 넘겨 시집을 냈다는 건 대단한 사건(?)이며 분명 축하받을 일이다. 하지만 그 꼼꼼한 성품에 시집을 내기 위해 무수한 나날을 고통으로 보내야 했을 K시인을 생각하니 가슴이 저린다. 한 권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는 각고(刻苦)의 노력이 따라야 한다. 때문에 문단에선 저서 한 권을 발간하면서 소진되는 노력을 여자의 출산과 곧잘 비유한다.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산고(産苦)처럼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이겠다. 그래서 책을 받는 이는 저자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고 감사와 존경심을 보내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책 출간에 비유되는 ‘산고(産苦)’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시즌에는 더욱 피부로 체감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문학·출판담당 기자의 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사실 남도일보 문화부에 배달되는 책은 1주일이면 졸잡아 30~40여 권에 이른다. 한정된 지면에 매주 쏟아지는 신간 도서를 소화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기자 나름의 잣대로 우송된 책들을 요모조모 뜯어 볼 수밖에 없다. 과연 독자들에게 유익한 책인지, 또 문학성과 작가의 진솔성이 담보돼 있는지가 그 기준이다. 그래서 문학 기자들 사이에서 ‘기사 쓰는 일보다 책 선정 하는 게 더 어렵다’는 푸념섞인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최근들어 신간 서적이 눈에 많이 띈다. 그 종류도 무명 작가에서부터 베스트셀러 작가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내용 또한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요즘 신간들을 뒤적이다 보면 이맛살이 저절로 찌푸려진다. 내용은 차치하고라도 맞춤법 틀리는 건 다반사고, 심지어는 목차부터 오·탈자가 눈에 들어와 책에 대한 신뢰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책의 저자들에게 공통분모가 발견된다. 열에 아홉은 6·2 지방선거에 뜻을 둔 사람들이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출판에 대한 자유가 보장돼 있기에 달리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저서를 자신의 출세 목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면 최소한 책의 형태라도 갖춰 세상에 내놓아야 옳지 않나 싶다. 이들이 쓴 대부분의 책들은 시콜콜한 신변잡기이거나 거물급 정치인과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 등으로 도배를 해 놓은, 그야말로 잡문(雜文)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의 일이다. 얼마 전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인사로부터 책 한 권을 건네 받았다. 면전에서야 ‘축하한다’고는 했지만, 책을 펴는 순간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그분에겐 다소 미안한 얘기지만, 조잡하기 이를 데 없는 책은 되레 평소 그이에 대한 생각을 여지없이 탈색시켰다. 본인은 저서를 통해 뭔가 내세우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오히려 저서가 자신의 인격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셈이다. 물론 문인이나 전문 저술가가 아니기에 문맥이라든지, 문장 구성에 있어서 다소 서툴고 부족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명색이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글에 적어도 정치적 소신이나 삶의 철학, 비전을 밝혀야 옳다. 그런데 그게 없다는 것이다. 모든 정치인들의 저서가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책장을 넘길수록 글쓴이의 인품에 푹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역시 그들에게 출판기념회는 먼 나라의 이야기다. 선거를 앞두고 괜한 오해와 지인들에게 민폐를 끼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비록 극소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있기에 정치에 실낱같은 희망이 보인다. 이제 6·2 지방선거일이 두 자릿수로 좁혀졌다. ‘출판기념회=선거 출정식’이라는 사회적 인식 탓에 선거 출마자들은 앞다퉈 출판기념회를 열고 얼굴 알리기에 분주하다. 하필 이 시기에 K시인이 출판기념회를 열고 싶다고 하니, 참으로 난감하다. 하지만 권유하고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칼럼
남도일보
2010.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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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영광 금은방 강도사건’ 주범을 두 번씩이나 눈앞에서 놓쳤다고 한다. 경찰의 초동수사의 한계를 유감없이 보여준 듯하여 뒷맛이 여간 씁쓸하다. 물론 경찰로서는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했노라고 항변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찰이 범인에게 농락당한 꼴이 되고 말았으니 ‘민중의 지팡이’ 체면이 말이 아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4일 김모(42)씨가 공범 2명과 함께 영광의 한 금은방에 침입해 주인의 손과 발을 묶고 2억1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귀금속을 빼앗아 달아난 강도사건으로, 경찰이 그동안 용의자의 행방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그런데 경찰은 김씨가 지난 18일 밤 광주시 광산구 소촌동 매일유업 4거리에서 내린 사실을 확인했지만 검거에 실패, 도주한 지 사흘이 지난 21일 현재까지도 뚜렷한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달아난 김씨가 영광 금은방을 함께 턴 공범을 면회하기 위해 교도소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잠복 근무까지 섰음에도 눈앞에서 용의자를 놓친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말이 없을 터이다. 게다가 범인은 이날 경찰의 공개수배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교도소 복역중 알게 된 고모(35)씨와 장성, 함평 등 전남과 광주지역을 아무런 제재없이 자유롭게 넘나들었던 것으로 확인돼 경찰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경찰의 허술한 현장 대응과 공조수사 부실은 지난 10일 경기도에서 벌어진 검문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김씨는 ‘영광 금은방 강도 사건’ 이외에도 2년 전 부산 해운대에서 발생한 ‘3인조 금은방 절도 사건’ 용의자로 공개수배된 상태다. 그런 김씨가 경기도 포천에서 버젓이 차를 몰고 다니다가 경찰의 검문을 받자, 이를 따돌리고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경우다. 경찰은 뒤늦게 김씨를 검거하기 위해 시·도경 공조체제로 수사를 확대하고 역과 터미널, 숙박업소, PC방을 중심으로 탐문수사를 벌이는 한편 주요 진입로에서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 꼭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이를 두고 한 모양이다. 특히 경찰 초동수사의 한계는 제2의 범죄 양산의 개연성을 높게 해준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주고 있다. 범인의 뒤꽁무니나 따르고 있는 무기력한 우리 경찰의 모습에 실망감이 크다. 주민의 경찰로 환골탈태하길 바란다.
사설
남도일보
2010.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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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매우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순간이라는 뜻이다. 흔히 박빙(薄氷)으로 줄여서 쓴다. 이 말은 『시경(詩經)』편 ‘소민(小旻)’에 나온다. 소민은 ‘높은 하늘’이라는 뜻이다. 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감히 맨손으로는 호랑이를 잡지 못하고(不敢暴虎)/ 감히 걸어서는 큰 강을 건너지 못한다네(不敢馮河)/ 사람들은 그 하나는 알고 있지만(人知其一)/ 다른 것은 전혀 알지 못하네(莫知其他)/두려워서 경계하여(戰戰兢兢)/ 마치 깊은 연못에 있는 듯하고(如臨深淵)/ 살얼음을 밟는 듯하라(如履薄氷)”. 원래 이 시는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폭정(暴政)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두렵고 암울한 심리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하루하루가 살얼음을 걷는 듯하다면 결국 머잖아 나라도 망할 것이라는 암시이다. 이와는 달리 효(孝)를 뜻하는 내용이『논어(論語)』편에 있다. 하루는 증자(曾子)가 병이 심하여 제자들을 불렀다. “나의 발과 손을 보아라, 전전긍긍하고, 깊은 연못에 있는 듯하고, 살얼음을 밟는 듯하라.”고 하였다. 증자는 뜬금없이 병석에 누워있는 자신의 손과 발을 내보이면서 『시경』을 인용하고 있다. 말뜻을 알아듣지 못한 제자들은 어리둥절해 한다. 전전(戰戰)은 두려워하는 것이고, 긍긍(兢兢)은 경계하고 삼가는 것이다. 연못에 있는 듯함은 행여 빠질까 걱정하는 것이고, 살얼음을 밟는 듯함은 행여 얼음이 깨질까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것이다. 증자가 이 말을 한 까닭은 부모님께서 이 몸을 온전히 낳아주셨으니, 자식은 마땅히 온전히 보전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부모님을 좋은 집에서 맛난 음식으로 대접하며 모시는 것도 좋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는 것이다. 마음 편하게 하는 것으로는 내 한 몸 다치지 않고 잘 지키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최상의 효도는 곧 나의 몸을 온전하게 보전하는 것, 바로 귀전지효(歸全之孝)에 있다. 부모님의 자식 걱정은 늘 한 가지이다. 오랜만에 안부전화드리면 제일 처음에 하시는 말씀이 “밥은 잘먹고 있느냐?,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가 아닌가.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전해주는 낭보(朗報)에 연일 눈과 귀가 즐겁다. 얼음판에서 펼쳐지는 승부는 그야말로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박빙(薄氷)의 연속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1등도 좋지만 무엇보다 몸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칼럼
남도일보
2010.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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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정가가 술렁이고 있다. 정당별로는 공천방식을 두고 설왕설래하는가 하면 입후보예정자들은 출판기념회를 갖는 등 준비가 한창이다. 그러나 입후보 예정자들의 난립과 치열한 공천경쟁 등으로 선거 때만 되면 금품살포 등 각종 불법, 타락선거가 자행돼 왔고 타 후보 비방과 지역감정 부추기 등이 자행 됐었다. 금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선거운동이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대부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6월 지방선거에 지방의회 의원이나 지자체장으로 입후보할 예정이라고 우리 유권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각종 불·탈법행위 가 자행돼 온 것을 자주 목격했고 사회 지도층에 있는 후보자들이 오히려 불법선거운동을 자행하는 사례를 자주 봐 왔다. 민주적이고도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서 각 정당과 정치인, 후보자들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정당의 공천경선 과정부터 깨끗하면서도 불법과 잡음이 없는 공정한 경선이 치러져야 한다고 본다. 공천을 둘러싼 정치헌금 수수와 같은 옛날식의 불법적인 관행은 이제 우리주변에서 사라져야 한다.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해 공천경선 과정부터 각 정당과 정치인, 그리고 입후보 예정자들의 진지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리고 지방선거 공천경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공천경선 부작용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유권자 대다수가 지방선거에서 만큼은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즉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유권자들이 잘 알고 있다는 실태다. 그 다음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투표권자들의 사심 없고 진정한 선택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가 살고 있는 내 지역의 일꾼을 선출하면서 얼마의 향응과 금품에 현혹돼 자신의 귀중한 한 표를 팔아버리는 양심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내 지역 주민의 복지와 소득증대 향상을 위하고 내 고장 발전을 위해 누가 진정한 참 일꾼인지 선택을 잘해 깨끗한 투표권 행사를 해야 할 때라고 본다. 아울러 정당에선 공천과정부터 깨끗하고 공명정대한 판단아래 참신한 일꾼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6월 지방선거에서 금품살포 및 향응제공 등 각종 불법선거운동과 공천 잡음, 탈법행위가 영원히 사라질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칼럼
남도일보
2010.0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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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 새해가 시작되었다고 들뜬 마음에 한 해를 맞이하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책상위의 달력이 2월의 끝자락을 가리키고 있음에 시간의 빠름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던 매섭던 추위가 겨울을 졸업하듯이 이제는 꼬리를 서서히 내리고 봄을 맞을 준비하는 꽃과 나무들에게 그 자리를 양보하고 있다. 추운 겨울을 보내던 자연이 기지개를 켜고 미세한 생명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저만치 봄이 오고 있음을 얘기하는 듯하다. 2월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아마도 졸업일 것이다. 유치원으로부터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학창시절을 마감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사회 초년생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된다. 졸업은 학창시절에 함께했던 친구들과 선생님, 정든 학교 뿐 아니라 즐거웠던 기억, 나쁜 추억까지 모든 것과 이별을 하는 날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슬픈 날로 기억한다. 그러나 새로운 길을 향해서 떠나는 순간이기 때문에 졸업만큼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날도 없을 것이다. 졸업은 새끼 독수리가 둥지를 떠나 창공에 날아오를 준비를 하는 것처럼 새로운 각오를 하는 마당이다. 둥지의 편안함에서 벗어나 스스로 살아가려는 정신만이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졸업은 결코 끝이 될 수 없고 새로운 희망의 시작이 된다. 예전의 졸업식을 생각하면 꽃다발과 졸업장 그리고 눈물이 빠지지 않는다. 엄숙한 표정과 직접 손으로 써내려간 송사와 답사에 쏟아지는 눈물이 70~80년대의 졸업식 모습이었다. 무동을 타고 학교 주변을 도는 것도 빠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요즘의 졸업식 풍경은 교문 앞에 축하 현수막이 내걸리고 선물가게에는 친지의 졸업선물을 고르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꽃다발과 축하, 기쁨이 가득하여 왁자지껄하지만 졸업식의 행사에 참여하여 졸업의 의미를 생각하기 보다는 식장 밖에서 사진 찍기에 더 열심이다. 최근 졸업식 이후 뒤풀이 때 교복을 찢거나 옷을 벗기고 케첩을 뿌리며 밀가루를 뿌리는 등 학생들의 행동이 문제시 되고 있다. 졸업하면 “나도 했으니까 너희도 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강요에 못 이겨서 또는 재미로 하는 축하행사라는 어린 학생들의 생각 없는 행동으로 보이고 있으나 지성과 인성의 교육의 장이 아닌 입시준비를 위한 학교 교육에서 학교로부터의 탈출이라는 해방감에서 출발하는 행동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제도 속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의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이런 모습을 보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교육의 선진국들은 사회구성원인 학생들 한명 한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교육제도와 사회제도에서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는데 우리는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내기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책상 앞에만 붙들어 놓으니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상식을 벗어난 졸업문화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모 대학에서 이색 졸업생들이 배출되어 졸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 주인공은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공무원시험에 합격하였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력이 급속히 저하되었고 결국 장애 판정까지 받았으나 특유의 성실함으로 누구보다 알찬 캠퍼스 생활을 보냈다. 지난 2007년 3학년 휴학기간 동안 9급 공무원시험에 당당히 합격하였고 합격 이후에도 직장과 캠퍼스를 오가며 학업과 일을 무리 없이 병행하여 이번에 졸업하였으므로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학생, 선생님,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여 뜻 깊은 졸업행사를 가진 따뜻한 소식도 있다. 시상식 위주의 졸업식에서 졸업하는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 되도록 자신의 사진이 스크린에 비치는 무대에 올라가서 졸업장을 받은 졸업식이 있었고 졸업생들이 선생님과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과 졸업의 아쉬움을 가득 담아 만든 UCC를 상영한 졸업식도 있었다. 아무리 세대가 변하여도 우리의 교육현장에서 졸업생에게 거는 기대는 동일한 것 같다. 졸업의 의미를 생각할 때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라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떠올리게 된다. 졸업은 영원히 교정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돌아와서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날을 상상하며 즐거워하는 날이기도 하기에 이별의 슬픔보다는 축복과 기쁨의 날로 저마다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칼럼
남도일보
2010.02.2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