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교]삼복(三伏)

장맛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더니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년중 가장 더운 기간을 ‘삼복(三伏)’이라고 칭한다. 본격 무더위가 시작되는 초복(初伏)이 오늘이다.
복(伏)은 원래 중국의 속절로 진(秦)·한(漢) 이래부터 숭상되어 왔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동국세시기’에는 “진덕공(秦德公) 2년에 성 4대문 안에서는 개를 잡아 충재(蟲災)를 방지하기 위해 삼복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 전한다. 특히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내라는 뜻에서 높은 벼슬아치들에게 빙표(氷票)를 줘 관의 장빙고에서 얼음을 타 가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삼복더위를 이겨내는 시절 음식으론 단연 개장국이다. 이 음식은 더위로 인해 허약해진 기력을 충전시켜 준다고해 현대인들도 즐겨 찾는다. 허 준이 저술한‘동의보감’에는 “개고기는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혈맥을 조절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한다. 또 골수를 충족시켜 허리와 무릎을 온(溫)하게 하고, 기력을 증진시킨다.”라고 개고기의 효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 개장국을 끓여 먹는 복날의 풍속은 여러 세시기(歲時記)에도 나타난다. 이들 기록은 개고기의 효능과 복중에 개장국을 절식(節食)으로 즐기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예컨대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는 “복날에 개장국을 끓여 조양(助陽)한다.”고 했고,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엔 “황구(黃狗)의 고기가 사람을 보 한다”고 하여 황구를 1등품으로 쳤다. 이러한 문헌을 통해서 볼 때 개장국은 우리 민족이 건강식으로 즐겼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지방에 따라서 개고기를 먹으면 재수가 없다고 하여 금하기도 했다.
요즘, 국가경제가 더위를 심하게 먹어 기진맥진하고 있다. 기력을 회복시킬만한 상비약은 없을까?

김선기 논설위원 kimsg@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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