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1등 광주를 위한 고언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조사실장 정 희 전

얼마 전 영국 런던에서 끔찍한 지하철 테러사건이 발생해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하지만 곧바로 다음 날 런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공습 때와 마찬가지로 질서정연 하였다는 뉴스가 전해져 다시 한번 런던의 높은 시민의식에 세계가 찬사를 보냈다.

광주도 과거 민주화 항쟁 당시 격렬한 투쟁과 혼돈 가운데서도 민생·치안 등이 완벽하게 지켜졌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광주는 요즘 한창 “1등 광주, 1등 시민”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금년 상반기 제조업 생산 및 수출 증가세 전국 최고, 광산업에 대한 감사원의 호평, 최대 공공기관인 한국전력(주) 유치 성공 등의 낭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양적 경제성장 말고도 질적인 사회·문화 분야에서 대폭적인 업그레이드를 해야겠다는 취지가 아닌가 생각된다. 참 간결하고도 뜻이 깊은 캠페인이라 하겠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도 비록 광주생활이 일천하나 나름대로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시민들의 교통질서 의식이 보다 개선될 필요가 있다. 광주에 와서 놀란 것은 헬멧을 쓰지 않고 뒤에 여성을 태운 채 질주하는 오토바이가 많고, 10차선 대로를 무단 횡단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신호 위반 차량이 많다는 점이었다. 필자가 주로 생활하는 곳이 비교적 한적한 신도심이라 그럴 수도 있겠으나 1등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감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둘째, 도시계획은 좀 더 신중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상무지구는 행정·공공기관 중심의 신도심이라 들었는데 이보다는 현란한 불빛의 모텔이 많다. 그러나 정작 가족이나 친구들이 놀러 왔을 때 선뜻 추천할 만한 곳은 많지 않다. 또 한번은 광산업체가 몰려있다는 첨단지구를 다녀와 참 좋더라고 주위 분들께 이야기 했더니 웃으면서 첨단지구는 밤에 가야 한다는 조언도 들었다.

최근 광주는 새로운 택지개발이 이어지면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분양 차질 등 단기적인 애로가 많겠지만, 그 지역의 기능에 맞게 시설들이 자리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시 당국의 사려 깊은 행정이 중요하나, 지역주민의 주인의식도 필요하다. 일전에 서울주변의 일산에서 주민들이 학교주변 유해시설 추방운동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것이 좋은 예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좀 더 국제적인 감각을 키워가야 한다. 현재는 지역민의 온 신경이 수도권 집중완화를 통한 국토균형발전에 있지만, 광주전남지역은 예로부터 중국·일본과의 국제 무역이 성했던 곳이다. 장보고처럼 좁은 국내를 넘어 과거 “청해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주요 관심 대상국과 외국인에 대한 이해와 국제 감각을 키워가야 한다. 얼마 전 중국 사람들이 날 것을 먹지 않는다는 기본 특성을 모르고 귀한 중국손님을 잘 대접한다고 전라도 음식의 자랑 중 하나인 삼합을 권했다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빚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국제화 시대에 있어 우리에게 “6”자가 상대방에게 “9”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