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성탄 빅딜’로 프로농구판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여수 골드뱅크의 ‘매직 히포’
현주엽(26)의 고민이 깊어만 가고 있다.
현주엽은 올 시즌 개막 전부터 무릎이 좋지 않아 내리 3경기를 뛰지 못했고 최근에는 오른쪽 발목 인대 2개가 끊어지며 한달 가량을 벤치에서 쉬었다.
이처럼 끊이지 않은 부상 때문에 올시즌 팀이 치른 35경기 중 10경기는 아예 뛰지 못했고 풀타임을 소화한 것도 20여차례에 불과하다.
그 사이 팀은 단 한번도 하위권(21일 현재 9위)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 꿈을 접어야 했다.
현주엽은 이런 상황이 모두 자신 때문에 초래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현주엽은 한때 미국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선수로 평가됐다.
1m95에 110kg의 당당한 체격에 빠른 두뇌회전을 바탕으로 장신들을 제치고 리바운드를 따내는 솜씨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근성이 미국프로농구(NBA) 최고 파워포워드 중 한명인 찰스 바클리를 쏙 빼닮았다고 해서 휘문고 시절부터 별명도 ‘꼬마 바클리’였다.
프로데뷔 후 연봉도 서장훈(SK 나이츠·올시즌 3억3천만원)에 이어 랭킹 2위(2억4천만원)에 오를 만큼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찬사는 현주엽에게 옛날 얘기가 된 지 오래다.
최근 현주엽에게 가장 어울리는 별명은 ‘고개 숙인 남자’.
그만큼 올시즌 국내 프로무대에서 ‘현주엽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로 3시즌 동안 단 한번도 소속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지 못한 채 오는 5월 군에 입대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
“내가 팀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란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풀타임을 뛰지는 못하지만 올시즌 팀의 남은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인 뒤 군에 입대할 겁니다”
발목 수술을 시즌이 끝난 뒤로 미루고 진통제를 맞아가며 정규리그 마지막 5라운드 경기에 나서기로 한 현주엽의 결정은 어찌 보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 밖에 없다.
올시즌 더 이상 망가질 수 없을 만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팬들의 박수 속에 프로무대를 떠나고픈 그의 오기가 남은 시즌을 포기하지 못하게 했던 것.
군입대를 앞둔 현주엽이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과연 이번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팬들은 지켜보고 있다.
/문종주 기자 mjj@kjtimes.co.kr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