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옥 송원대 상담심리학과장

 

 

 

 

 

 

 

우리나라에서 현재 심각하게 다뤄지는 청소년 정신장애와 인터넷 중독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에 있다. 집중력장애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아이들의 대다수가 인터넷과 게임에 지나치리만치 몰입하고 있으며, 인터넷 중독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의 거의 전부가 우울증 등 정신적 증세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 인터넷 중독은 세계에서도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한국이 인터넷과 게임 분야의 선진국인 것이 기초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정신 질환의 결과가 가장 대표적으로 발현되는 분야가 인터넷 및 게임 중독이다.

인터넷 중독은 크게 나눠 온라인 게임, 채팅, 쇼핑, 웹 서핑, 도박, 동영상 중독으로 구분된다. 이 중 초등 및 중·고생은 90% 이상이 게임 중독이라는 게 일선 의사들과 상담사들의 말이다. 채팅, 쇼핑 등 나머지 중독은 주로 성인에게서 나타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인터넷 중독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아이들 가운데 초등학생은 주의집중력 장애를, 중·고생은 우울증이나 학교부적응 증세를 함께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정신적 질환의 표현형 중 하나가 인터넷 중독”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우울증 등을 겪는 청소년들이 왜 인터넷 중독에 빠질까.

정신과 전문의는 “학업 스트레스와 가족·친구관계의 갈등 등으로 인한 우울함을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자극을 찾는데, 그게 인터넷이나 게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 청소년들은 우울증이 찾아오면 환각성 약물을 찾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이런 이유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울함이나 불만을 가진 청소년이 인터넷과 온라인 게임을 탈출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부를 강조하는 풍조에서 생긴 학습 스트레스가 많지만 이를 해소할 놀이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주된 이유의 하나다. 인터넷이 학습 위주의 사회를 벗어난 새로운 관계 맺기의 장이 된 것 같다.

인터넷 중독에 빠진 아이들 중 상당수가 이른바 ‘리셋(reset) 증후군’에 빠져있는 것도 문제다. 컴퓨터가 다운됐을 때 리셋 버튼을 눌러 다시 시작하듯이 인생도 아무렇게 살다가 다시 태어나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게 해줘야 한다.

물론 인터넷과 게임에 심취했다고 해서 누구나 인터넷 중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질이나 성격상 쉽게 중독되는 아이들이 있으며, 보통 인터넷과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해 학교나 대인관계에 이상이 생길 경우를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인터넷 중독으로 본다.

인터넷 중독과 자살 시도 문제로 찾아온 부모가 “우리 애를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나요?”라고 묻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바뀌어야 아이가 바뀔 수 있나요?” 라고 묻는다면 그런 부모는 자식을 바꿀 준비가 된 부모라고 볼 수 있다. 부모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게 쉽지 않다. 아이의 문제를 부모의 문제로 인식하고 대처한다면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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