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영 태영21내과 원장
악성 베토벤이 사망하고, 바그너, 베르디, 브람스 같은 19세기 거인들은 아직 활동하기 전… 바로 슈베르트의 전성기이다. 겨울나그네, C장조 심포니, C장조 현악오중주 같은 빛나는 숱한 작품이 창조된 시기다.

하지만 베토벤이 죽은 이듬해 '가곡의 왕' 슈베르트는 31세의 나이로 때 이른 죽음을 맞게 된다. 가을철 유행하는 대표적인 열병인 티푸스열병(발진열)이 사망원인이었다. 쥐와 같은 설치류에 있는 벼룩, 이가 물어서 발생하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쓰쓰가무시가 이 질환에 속한다.

요즘처럼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에 접어들면 자연스레 야외 활동이 늘어나는데 이 시기 주의해야하는 것이 바로 쓰쓰가무시병, 유행성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등이다.

세 가지 질환은 모두 쥐와 연관이 있지만 병원체와 감염경로는 각각 다르다.

쓰쓰가무시병은 쥐에 사는 진드기가 물어서 발생하며, 유행성출혈열은 쥐의 배설물에 있는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다. 또한 렙토스피라증은 감염된 동물(주로 쥐)의 소변으로 오염된 하천이나 호수에서 물놀이를 할 때 상처가 있는 피부와 점막을 통해 감염된다. 이 세가지 모든 질환이 초기에 고열, 두통, 근육통 등 심한 몸살감기와 비슷해 단순한 감기로 생각할 수 있지만, 치료는 감기와 전혀 다르고 이 세가지 질환 역시 각각의 치료법 및 예후가 차이나므로 감별이 중요하다.

쓰쓰가무시병은 발열이 시작되고 1주일 정도 지나면 암적색의 반점이 몸통에서 나타나 사지로 퍼져 나가며 피부에 특징적인 가피(딱지)가 생겨 다른 질환과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유행성출혈열은 급격히 나타나는 고열과 오한, 결막출혈 및 입천장과 겨드랑이의 점상출혈이 대표적인 증상이며, 혈압이 떨어지거나 소변이 나오지 않은 급성신부전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렙토스피라증은 이상한 형태의 발열, 수막염, 발진, 황달, 신부전, 객혈을 동반하는 호흡기증상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나 유행성출혈열과 구분이 어려울 때가 있다.

다행이 가장 심각한 질환인 유행성출혈열은 예방백신이 있으므로 야외활동이 많은 군인과 농부들은 매년 접종을 해야 하며, 쓰쓰가무시병과 렙토스피라증은 예방백신은 없지만 독시사이클린과 같은 특효항생제가 있으므로 조기진단 및 치료가 필수적이다.

예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모든 질환이 들쥐와 연관되므로 풀밭에 눕거나 겉옷을 풀밭에 벗어 놓으면 안된다. 또한 오염된 개천이나 강물에 들어가거나 오염된 곳에서 수영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야외에서 작업할 때는 직접 접촉하지 않도록 장화 등을 신고, 쥐에 노출되어 감염 가능성이 있는 볏짚 등을 다룰 때는 고무 장갑이나 앞치마를 입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이 질환은 주로 농촌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가을철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든 발병할 수 있다. 올 가을엔 이 세가지 질환이 없는 즐거운 나들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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