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생활 접고 귀농…헛개나무 열매로 인생 2막을 꿈꾼다

도시 생활 접고 귀농…헛개나무 열매로 인생 2막을 꿈꾼다

생산중심 경영서 가공상품 개발·유통사업 다변화

청년창업 지원사업 ‘유민종 헛개랑’ 브랜드 제작

“대량 생산체제 갖추면 건강기능식품회사 만들겠다”

<28.전남 보성군 ‘벌교헛개농장’ 유민종 대표>
 

▲ 전남 보성군 ‘벌교헛개농장’ 유민종 대표가 헛개에 대해 설명하던중 아들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벌교헛개농장 제공

유민종 대표는 바쁜 일상에 쫓겨 아이들 얼굴을 보는 것도 힘든 나날이 이어지자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사는 것처럼 살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유 대표는 지난 2009년 6월 마치 운명처럼 한 뉴스 방송을 보게 되었다. 지상파 방송국이 전달하는 1분 40초 짜리 뉴스에서 헛개나무를 접한 것이다. 우연히 시청한 그 방송으로 헛개나무와 인연이 시작됐다.

유 대표는 뉴스를 본 바로 그 다음날부터 헛개나무에 대한 모든 자료를 모으고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국산 토종 헛개나무를 재배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전국 곳곳의 헛개나무 자생지를 찾아다니며 관련 정보를 수집했다. 무모한 도전을 말리는 주위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는 고향인 보성으로 귀농을 결정했다.
 

▲ 헛개나무

당시에는 헛개나무가 다소 생소했지만 예로부터 ‘간 해독에 좋다’는 속설이 전해오는 나무였다. 중국 명대의 약학서 ‘본초강목’은 헛개나무 생즙의 효능에 대해 ‘술독을 풀고 구역질을 멎게 한다’고 적고 있다. 유 대표는 헛개나무의 이 같은 기능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존의 실생묘 재배 방식이 아닌 국산토종 접목묘 헛개나무 재배를 시도했다. 헛개나무 열매와 헛개나무 꿀을 단기간에 수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신한 것이다.

이렇게 제 2의 인생을 농촌에서 일구기로 결단 내리고 실행에 옮겼던 유 대표는 곧바로 시련을 맞았다. 식재 2년~3년차가 되던 지난 2011년, 2012년 2년 연속 불어 닥친 강한 태풍은 어린 묘목의 잎 뿐만 아니라 유 대표의 의지까지 모두 떨어뜨려 버렸다. 2011년 태풍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는 다시 잘 키우면 된다는 생각을 하며 버틸 수 있었지만, 2012년 태풍에 또 다시 피해를 입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 벌교헛개농장 브랜드 로고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그렇게 두 번째 맞는 태풍으로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기회는 엉뚱한 곳에서 생겼다. 헛개나무를 재배하며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헛개나무 묘목 문의 및 재배 문의가 늘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국산 토종 접목묘 헛개나무 재배 기술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접목묘 헛개나무를 생산하기는 쉽지 않았다.

부푼 가슴을 안고 희망과 꿈을 찾아 시작한 제 2의 인생이지만 연이어 부딪히는 뜻하지 않은 난관에 유 대표는 한없이 절망했다. 이 한계와 시련을 극복하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함은 유 대표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다시 도시로 나가 직장생활을 해야하지 않을까라는 고민까지 하게 됐다.
 

▲ 벌교헛개농장 헛개열매즙 제품

수많은 번민 속에서 다시 1년을 참고 버티자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2013년에는 태풍에 영향을 받지 않았고, 4년차에 접어든 나무들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2012년 태풍피해로 냉해를 입었던 나무들은 보식을 통해 다시 자랐으며, 태풍에 대비해 지줏대를 세워 보강했다. 접목묘 재배기술은 묘목을 사왔던 농가에서 정기적으로 정보를 제공받고 있으며, 정기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또 농업기술센터와 농업기술원에서 실시하는 여러 가지 교육도 크게 도움이 됐다. 이를 통해 경영마인드를 다져가는 한편, 농업인 정보화 교육을 통해 온라인으로 농산물 직거래를 하게됐다. 어느 정도 귀농이 안정되자 단순히 생산만 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신품종 헛개나무 열매를 이용한 상품을 개발해 온·오프라인에 홍보를 강화할 필요를 느끼던 참이었다.

특히 최근 헛개 수요증가로 재배 희망농가가 증가하고 있으나 90% 이상이 중국산으로 국산 우량 묘목이 부족한 시장 상황을 극복할 구체적인 대안이 절실했다. 개인의 힘으로는 하기 힘들었을 토종 헛개나무 육묘사업을 전남농업기술원이 함께 해줬다.

유 대표는 청년창업 지원사업을 통해 ‘유민종 헛개랑’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또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쉽도록 헛개나무 열매와 헛개나무 열매즙 2종을 개발했다.

청년 지원사업을 통해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을 개발한 유 대표는 2013년 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2년 올린 소득 870만원에 비해 4.7배 증가한 것이다.

또 2012년에는 55명의 우수고객을 확보한데 머물렀지만, 2013년에는 이보다 무려 6배가 증가한 300명의 우수고객을 확보하는 성과도 올렸다.
 

유 대표는 “지금까지 헛개나무는 헛개나무와 헛개나무 열매 구분 없이 숙취해소 효과만 부각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헛개나무 열매가 알코올성 간독성 해소작용 뿐만 아니라 간 보호 효과에 탁월하다는 것이 알려질 것이다”며 “현재 음료시장 뿐만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에 새로운 아이템으로 부각돼 특히 헛개나무 꽃은 밀원으로서 가치가 있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약용꿀인 뉴질랜트 마누카 꿀시장에 헛개나무 꿀이 틈새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아이템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앞으로 3~5년 뒤에는 헛개나무 열매와 헛개나무 꿀을 이용한 상품을 만들고 아울러 토종 헛개나무 묘목사업도 같이 진행할 계획이다”며 “또 지금 키우고 있는 헛개나무들이 성목이 돼 원재료 대량 생산체제에 진입하는 시기가 되면 헛개나무 열매를 소재로 하는 건강기능식품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희망이다”고 말했다.

주소=전남 보성군 벌교읍 녹색로 5351-19

연락처=061-857-7982/휴대폰 010-3853-7982

홈페이지=phoenix0321.blog.me

/오승현 기자 romi0328@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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